- “모든선수 출전시간 같이 해달라”
- 부모들 눈치 본다고 훈육도 못해

한국축구 국가대표팀의 ‘캡틴’ 손흥민의 아버지로 유명한 손웅정 SON축구아카데미 감독과 아카데미 코치진이 아동학대 혐의로 피소되면서 최근 유소년 선수 부모의 ‘치맛바람’이 더 거세진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부산에서 아카데미를 운영하는 감독들도 일부 부모들의 ‘갑질’에 가까운 언행으로 하루가 갈수록 지쳐간다고 침통해했다. 실제 부산의 한 학교에서는 훈육을 위해 생수병으로 머리를 가볍게 쳤다가 관련 코치들이 벌금형을 선고받기도 했고, 모든 선수의 출전시간을 동일하게 하라는 어처구니 없는 요구도 있었다. 야구 글러브를 손으로 건네지 않고 던졌다는 이유로 항의를 듣는 일도 다반사다.

손웅정 SON축구아카데미 감독과 아카데미 코치진이 최근 아동학대 혐의로 피소된 것과 관련해 부산 유소년 스포츠클럽 관계자들은 지역에서도 일부 부모의 ‘갑질’로 클럽 운영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호소한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상관없는 부산의 한 유소년 축구클럽(왼쪽 사진)과 리틀야구단 선수 훈련 모습. 백창훈 기자

1일 현재 손 감독과 그가 운영하는 SON축구아카데미 코치진 2명은 소속 유소년 선수에 대한 욕설과 체벌 등 아동학대 혐의로 피소됐다. 훈련 도중 있었던 거친 표현과 체력 훈련 중 이뤄진 체벌(엎드려뻗쳐 상태에서 플라스틱 코너플래그로 허벅지 1회 가격)이 원인이 됐다. 손 감독은 “마음의 상처를 받은 아이와 그 가족분들께 깊은 사과의 뜻을 전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해당 유소년 선수의 부모가 수억 원의 합의금을 요구하며 양측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부산에서 유소년 스포츠클럽을 운영하는 감독 등 관계자들은 어떠한 이유에서도 소속 선수를 향한 욕설과 손찌검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높은 활동력이 기본인 스포츠에서 부주의한 행동은 본인은 물론 상대 선수에게 부상을 입힐 수 있어 엄한 분위기만큼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런데도 부모의 과한 ‘제 자식 감싸기’로 난처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라고 토로했다.

부산의 한 리틀야구단 감독은 “요즘 학교에서도 선생님들이 아이들의 잘못된 언행에 대해 지적을 못하니까 저희도 조심할 수밖에 없다. 가장 큰 문제는 상대 선수가 부상을 당할 위험천만한 행동을 해도 아이의 부모가 지켜보고 있으면 눈치가 보여 야단을 치지도 못한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지난해 이 감독은 호명한 선수가 제때 오지 않아 글러브를 던졌는데, 그 모습을 본 선수의 부모에게서 “기분 나쁘게 왜 글러브를 던지나, 그런 식으로 하지 말아달라”는 얘기를 들었다고 한다.

코치의 사소한 체벌이 법적 문제로 이어진 사건도 있다. 2022년 10월 구포초 축구부에서 소속 코치가 말을 듣지 않는 선수에게 생수병으로 머리를 쳤다. 기분이 나빴던 이 선수는 부모와 학교에 이 사실을 전했고, 학교는 교육청과 구청에 신고하면서 이 코치는 아동학대 혐의로 법원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이후 구포초 축구부는 해체됐고, 해당 코치는 현행법에 따라 축구 관련한 일에 더 이상 종사할 수 없는 처지가 됐다.

당시 구포초 축구부 감독이었던 조모 씨는 “자리에 없었지만 축구부 관리를 잘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저도 고발당했는데 다행히 무혐의가 났다”며 “벌금형을 받은 코치는 제가 축구를 가르친 제자인데, 이 사건 전까지 한 번도 문제가 될 만한 행동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부산의 한 축구 아카데미에서 자신의 아이가 주전 경쟁에서 밀려나 출전시간이 줄어들자, 모든 선수의 출전시간을 동등하게 부여해달라는 한 부모의 무리한 요구도 있었다. 결국 이 아카데미의 일부 수업은 폐지됐다. 부산 경남에서 유소년 축구경기의 심판직을 수행하는 권모 씨는 “당근이 있으면 채찍도 있어야 하는데, 요즘 부모들은 그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