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레이저급 亞 선수 첫 톱10
- 은퇴 접고 훈련·육아 병행
- “기회 되면 후배에 경험 전수”
- 부산 요트 대중화 역할 기대
“40대 중반까지 선수 생활을 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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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트 레전드 하지민이 10일 부산 요트경기장에서 요트를 점검하고 있다. 하지민은 올림픽과 전국체전 후 수상 훈련 대신 재활을 포함한 육상 훈련에 주력하고 있다. |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항상 언론에 등장하는 선수가 있다. 하지만 메이저 대회가 끝나면 그 선수의 이름은 다음 대회까지 찾기 어려워진다. 그 선수는 올림픽에 무려 5회 연속 출전했고, 메달은 목에 걸지 못했지만 아시아 선수로는 사상 첫 톱 10에 들어가 올림픽 7위의 명예를 가지고 있다. 한때 아시아에서 적수가 없어 아시안게임 3연패도 달성했다. 이 정도 경력이면 레전드로 부를 수 있지만 그 선수 이름은 여전히 메이저대회가 임박해야 등장한다. 그 선수는 요트 레이저급의 하지민(35·해운대구청)이다.
하지민은 지난 8월 파리 올림픽과 10월 전국체전을 마치고 재정비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최근 진천선수촌에 들어가 보름 정도 훈련하고 돌아와 훈련과 육아를 병행하고 있다. 육아? 뜬금없는 이야기는 아니다. 하지민은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이 끝난 뒤 대표팀 은퇴를 시사하는 발언으로 여운을 남겼다. 올해 파리올림픽 후에도 국가대표 은퇴를 암시하는 뜻을 내비쳤다. 모두 가정과 육아를 위해서다.
그럴 만하다. 하지민은 올림픽을 준비하면서 만삭의 아내를 홀로 두고 5개월 가까이 해외 전지훈련을 소화했다. 올해가 유독 심한 것도 아니다. 한해 200일 동안 해외를 떠돌면서 훈련을 한 적도 있다. 그는 우리나라 요트 레전드이지만 이제 두 아이의 아빠이기도 하다. 더는 태극마크에 100% 올인할 수 없다는 생각 때문에 국가대표 은퇴를 암시하는 이야기를 했다. 지금은 네 살과 100일 된 두 딸의 아빠 역할을 누구보다 열심히 하고 있다.
그런데 그동안 생각이 조금 바뀌었다. 가정과 선수 생활에서 균형을 맞추되 국가대표로 뛸 수 있는 기량을 유지할 수 있다면 태극마크를 놓치지 않고 싶다는 쪽으로 생각이 변했다. 지난해 4연패 달성에 아쉽게 실패한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다시 목에 걸 수 있다는 자신감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하지민이 뛰는 레이저급은 요트의 간판 종목이다. 그만큼 경쟁이 치열하고 유럽과 호주 선수들이 초강세다. 특히 영국과 호주 같은 요트 강국은 선수 개인이 경기에 참가하는 것이 아니라 전문 지원팀이 함께 움직이다. 지원팀은 요트에서 테크닉만큼 중요한 바람과 관련한 데이터를 축적해 제공하고, 레이스 전략과 전술을 수립한다. 그런 거대한 시스템에 하지민은 혈혈단신으로 맞섰고 도쿄 올림픽에서 7위의 성적을 올렸다. 앞서 2016년 유럽선수권대회에서 2위에 올라 세계적인 선수로도 도약했다. 그렇게 꿈꿨던 올림픽 메달은 시스템으로 움직이는 요트 강국의 벽에 부딪혀 이루지 못했다. 하지민은 “국내 선수층이 얇고, 요트가 대중적으로 인기가 많지 않아 요트 강국의 시스템이 국내에 자리 잡지 못했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하지민이 생각하는 요트 선수 전성기는 20대 중반에서 30대 초반까지다. 경력과 나이로 따지면 하지민은 전성기가 지났다. 그렇다면 언제까지 선수 생활을 계획하고 있을까. 그는 “요트도 부상이 발생하지만 다른 종목에 비해 선수 생활을 위협할 만큼 크게 다치는 경우는 상대적으로 적다”며 “체력 관리를 잘 한다면 40대 중반까지 할 수 있다. 나 역시 그렇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
선수 생활을 오래 한다면 국내와 부산 요트계에 반가운 소식이다. 하지민이 그동안 쌓았던 엄청난 경험을 후배들에게 전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레전드에 맞는 대접을 제대로 받지 못하지만 유럽으로 가면 상황은 완전히 달라진다. 국내에서 요트와 관련된 지식과 노하우, 경험, 인적 네트워크는 누구보다 월등하다. 제대로 활용한다면 하지민은 후배들이 자신보다 훨씬 나은 환경에서 세계 무대에 도전할 수 있는 도움을 줄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요트 대중화에도 큰 힘이 된다. 국내 해양 스포츠의 메카인 부산에서 요트를 알리고, 저변을 확대하는데 누구보다 하지민이 적격이다. 하지만은 “나는 여전히 선수이기 때문에 내가 먼저 나서서 무언가를 할 수 없다”며 “대신 기회가 되면 후배들에게 테크닉과 경험을 알려주고, 요트 대중화를 위해 어떤 곳이든 달려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