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프로농구를 취재하면 가장 많이 듣는 단어가 언니다. 선수들은 자기 팀뿐만 아니라 다른 팀 선수들을 지칭할 때도 거침없이 언니라는 단어를 쓴다.
다른 프로스포츠에서도 비슷한 뉘앙스의 단어를 구사한다. 대표적인 것이 형이다. 프로야구 선수들도 형이란 단어를 많이 사용한다. 형이란 단어를 쓸 때 범위가 있다. 예전 롯데의 한 선수는 “몇 살 차이까지는 형, 그 위로는 선배님이라고 부르는 게 선수단 내에서 불문율처럼 정해져 있다”고 알려줬다. 물론 지금은 바뀌었을 수도 있다.
형이란 단어가 귀에 익은 데도 유독 여자프로농구에서 언니라는 호칭은 신선하게 다가왔다. 나름 이유가 있다. 부산 BNK 박정은(사진) 감독 때문이다. 만약 BNK 농구 경기를 볼 기회가 있다면 작전 타임 시간 때 주의를 기울여 ‘듣기’를 권한다. 박 감독은 선수들에게 지시를 하면서 언니라는 단어를 구사한다. 가령 BNK 선수에게 말할 때 “00야, 00언니가 여기 있으면 너는 이쪽으로 돌아가고…”라는 식이다. 여기서 언니는 같은 팀 선배를 말한다. 더 놀라운 부분은 지금부터다. “00야, 넌 여기서 00언니를 막으면 돼. 절대 놓치면 안 돼.” 여기서 언니는 상대팀 선수를 지칭한다.
처음 들었을 때 약간 놀라웠다. 그동안 프로 스포츠를 꽤 많이 취재했는데, 감독이 선수를 그렇게 부르는 경우는 처음 접했기 때문이다. 가령 남자프로농구에서 작전 타임 때 감독들은 대부분 이름을 부르거나 급하면 “야” “너”로 지칭한다. 조금 열받을 때(?)는 비속어를 섞기도 한다.
그런데 박 감독은 작전 지시를 받는 선수 입장에서 바라보고 언니라는 호칭을 사용한다. 사실 언니라는 단어는 여자프로농구 사령탑 중 박 감독만이 구사할 수 있다. 나머지 5개 팀의 남자 감독이 선수를 언니라고 부를 수는 없지 않은가.
오는 16일부터 벌어지는 BNK와 우리은행의 챔피언결정전은 많은 관전포인트를 가지고 있다. 그중 하나가 ‘언니 리더십’과 여자프로농구 최고 명장의 맞대결이다. 우리은행 위성우 감독은 챔프전에 9번 진출해 8번 정상에 오른 명장이다.
두 사령탑은 지향하는 팀 컬러는 비슷하지만 경기 중 보이는 모습은 극과 극이다. 부산 중앙고 출신 위 감독은 다혈질로 유명하다. 경기 중 워낙 고함을 많이 질러 부지기수로 목이 쉰다. 반면 박 감독은 절대 목소리를 높이지 않는다. 선수들에게 화도 내지 않는다. 경기장에서 박 감독의 모습은 딱 두 가지다. 손뼉을 치거나, 팔짱을 끼거나. 그것뿐이다. 작전 타임 때도 흥분하지 않고 차근차근 아주 세밀하게 지시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박 감독의 모습은 경기장 밖에서도 비슷하다. 훈련 시간 외에는 자율적이다. 선수들도 더 가깝게 감독에게 다가갈 수 있다. 그래서 약간 과장을 섞어 ‘언니 리더십’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이번 챔프전 결과에 따라 여자프로농구 역사에 새로운 기록이 남을 수 있다. 챔프전 정상에 오른 첫 여성 감독과 선수·감독으로 모두 우승을 경험한 첫 번째 주인공이 그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