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시 내달 중투심 통과 낙관
- 대체구장·재원마련 과제 산적
- 밀어붙이면 사업 표류 위험성↑
- 재건축 계획 충분한 논의 필요
- 새 야구장 2만1000석 ‘태부족’
- 시의회 규모·계획 등 검증 방침
- 공청회 열어 시민 여론 수렴
- 전문가 통해 건립 방향 마련
부산시는 행정안전부 중앙투자심사를 통과하면 사직구장 재건축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시가 그린 사직구장 밑그림에 허점이 적지 않다고 지적한다. 이로 인해 사업 표류를 막고 지역과 시대에 부합하는 경기장을 건설하기 위해 숙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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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도 부산에 들어설 새로운 야구장은 어떤 모습일지 팬의 관심은 커진다. 사진은 10개 구단의 홈구장 모습. 윗줄 왼쪽부터 광주KIA챔피언스필드 수원kt위즈파크 대전한화생명볼파크, 가운뎃줄 왼쪽부터 서울잠실야구장 서울고척스카이돔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 아랫줄 왼쪽부터 인천SSG랜더스파크 창원NC파크 부산사직야구장. 연합뉴스 |
■‘구도’에 걸맞은 야구장은?사직구장 재건축이 속도를 내지 못하는 동안 ‘북항 야구장’을 주장하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두 선택지 모두 장단점이 뚜렷하다. 사직구장 재건축은 새 야구장 건립 방법 중 합리적인 안으로 평가받는다. 경기장 부지를 확보하기 위한 별도의 절차가 필요 없으며, 그에 따른 비용도 거의 들지 않는다.
반면 사직구장은 확장성이 떨어진다. 2018년 수행된 마스트 플랜 용역에서도 이 부분을 지적했다. 야구장 건립은 단순히 경기장 하나를 짓는 게 아니다. 경기장을 넘어 부산이라는 도시와 어떤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지 따져야 한다. 동의대 김종백 레저스포츠학과 교수는 “사직구장 재건축은 과거에는 최선이었다. 당시는 오래된 경기장을 대체할 새 야구장을 짓는 게 우선이었다”며 “그동안 시간이 많이 흘렀다. 사직구장은 외부 공간과 호흡하는 데 부족하다. 현재 시 계획에는 야구장이 지닌 진정한 가치가 간과됐다”고 주장했다.
일본 홋카이도 기타히로시마시는 야구장이 도시에 미치는 막대한 파급효과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인구 5만여 명의 기타히로시마는 2016년 프로야구 닛폰햄 파이터스에 경기장 부지 제공을 약속하고 구단 이전을 이끌어냈다. 2023년 일본 최초 개폐식 돔구장으로 건설된 에스콘필드는 온천 호텔 쇼핑 음식점 등 다양한 편의시설을 갖췄다. 작은 시골 도시에 불과했던 기타히로시마에는 2023년 한 해에 야구 관람객 200만 명을 포함해 370만 명이 다녀갔다. 기타히로시마는 단숨에 스포츠 문화복합 도시로 변했다.
북항 야구장은 부산의 랜드마크가 될 가능성을 지녔다. 부산은 ‘대한민국 제2의 도시’라고 자부하지만 해운대라는 자연 관광자원을 빼면 관광객을 불러들일 자원이 부족하다. 북항에 야구장이 들어서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바다와 야구장이 어우러져 부산을 가장 멋지게 알릴 수 있는 공간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부지 매입이라는 결정적인 문제 해결 없이는 현실화가 어렵다. 시는 북항에 야구장을 지으려면 부지 매입에만 약 6000억 원이 들 것으로 추산한다. 돔구장 건설비까지 합하면 총 사업비가 1조 원이 넘는다는 게 시의 설명이다.
이에 대해 북항 재개발을 주관하는 부산항만공사(BPA)는 야구장 건립에 부정적이지 않다. BPA 관계자는 “야구장 건립 주체인 시가 협의를 요청하면 응할 수 있다. 현재 자체적으로 진행하는 북항 재개발 관련 용역에 야구장을 짓는 방안도 포함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일부 전문가는 부지 문제에 관해 시가 추가 비용 지출 없이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단국대 전용배 스포츠경영학과 교수는 “시 노력과 의지에 따라 시 재정을 투입하지 않고도 북항에 부지를 확보할 수 있다. 해양수산부 등 정부에 요구해 법을 개정하고 토지를 임대받는 방법부터 BPA가 개발 주체가 돼 야구장을 건립하는 방법도 고려할 수 있다”며 “북항으로 가면 사업 기간이 더 늘어날 것이라는 예상도 있는데 대체 구장 문제가 얽혀있는 사직과 달리 북항은 토지 문제를 풀면 바로 공사를 시작할 수 있어 사직보다 더 빨리 사업을 마칠 수 있다”고 강조했다.
■2만1000석 ‘태부족’ 규모 늘려야사직구장 재건축 사업이 추진되면 시가 계획한 2만1000석으로는 부족하다. 현재 사직구장 좌석 수는 2만2000여 석이다. 프로야구 인기가 뜨거워져 사직구장 예매가 하늘의 별 따기다.
올 시즌 사직구장 경기당 평균 관중 수는 약 2만1000명이다. 지난 22일까지 사직구장에서 열린 37경기 중 27경기가 매진됐다. 23경기 연속 매진이라는 진기록도 세웠다.
한화는 올해 3월 신구장인 한화생명볼파크를 개장했다. 올 시즌 한화는 24경기 연속 매진을 기록했다. 한화 상승세 덕도 있지만 경기장 규모가 1만7000여 석으로 관중 수요를 충족하지 못하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벌써 좌석을 추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사직구장도 2만1000석으로는 구도 부산 팬들의 열기를 담아낼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행안부 타당성 조사는 경기장을 새로 지으면 일정 기간 평소보다 12~22%의 관중이 더 몰릴 것으로 전망한다. 게다가 시는 프로야구가 열리지 않는 기간에는 공연 지역행사 전시공간 등으로 활용할 방침이다. 이 경우에도 좌석이 적어 세계적인 행사를 유치하는 데 방해 요인이 될 가능성이 있다.
부산시의회는 좌석을 늘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시의회 송상조 행정문화위원장은 “요즘 관중 추세를 고려하면 최소한 2만5000석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3만 석 규모 경기장도 부족할 수 있다”며 “시의회로 건립 계획, 예산안 등이 넘어오면 규모가 적정한지부터 따져보겠다”고 설명했다.
■난제 산적… 표류 막을 시간 충분시는 다음 달 행안부 중투심 통과를 낙관한다. 중투심에서 통과하더라도 새로운 사직구장 건립 공사를 바로 시작하는 것은 아니다. 대체 구장으로 사용될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올해 10월 제106회 전국체육대회와 제45회 전국장애인체육대회, 내년 5월 전국소년체육대회와 전국장애학생체육대회, 2027년 4월 전국생활체육대축전과 6월 전국어울림생활체육대축전이 열린다. 대체 구장 공사는 아무리 빨라도 전국어울림생활체육대축전이 끝난 후에 시작할 수 있다. 아직 시간이 있다는 뜻이다.
시는 새 사직구장을 짓기 전 대체 구장 문제 해결(국제신문 6월 20일 자 15면 보도)을 비롯해 구체적인 재원 조달 방안 마련 등 산적한 과제를 풀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설계와 시공 단계에서 사직구장 재건축 사업은 또다시 멈출 가능성이 있다.
시는 재원 마련 방안에서 국비를 받지 못하면 롯데가 참여하는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예산을 모두 부담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대해 행안부 타당성 조사는 재원 마련 방안에 의구심을 표한다. 시 재정 여건이 좋지 않고 정부가 시에 주는 교부세가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나라살림연구소 손종필 수석연구위원은 “정부가 주는 보통교부세로 지방자치단체는 필요한 사업 등을 한다. 경기가 좋지 않아 국세가 잘 걷히지 않는다. 보통교부세는 국세에 연동돼 향후 보통교부세가 줄어 지자체에 필요한 만큼 지원하지 못할 수 있다”며 “이 경우 지자체는 사업을 줄이거나 지방채를 발행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눈앞에 놓인 과제를 빠르게 해결하고 원활하게 진행하려면 전담 조직이 필요하다. 전담 조직 신설은 마스트 플랜 용역도 권고했지만 이행되지 않았다. 최근 시의회도 전담 조직 신설을 주장했다. 현재 사직구장 재건축 사업 실무는 시 체육국 체육진흥과 내 체육시설팀이 맡고 있다. 시설팀에서 재건축 사업 담당자는 한 명뿐이다. 그나마 인사이동으로 사업의 연속성을 기대하기 어렵다.
시를 대신해 시의회가 나섰다. 시의회는 중투심 이후 절차에 적극적으로 나서서 관련 계획의 타당성을 검증하고 시민이 원하는 야구장 건립에 앞장설 방침이다. 시의회 안성민 의장은 “새 야구장은 단순한 경기장이 아니다. 문화시설로 보고 야구장을 찾을 시민의 눈높이에 맞춰야 한다. 그동안 사업 진행이 늦었기에 이제는 제대로 된 사업을 해야 한다”며 “시의회가 시민단체와 협력해 공청회를 열어 시민의 목소리부터 듣겠다. 세계적인 스포츠 경기장 건설 경험이 많은 업체도 불러 토론회를 열고 자문위원으로 위촉도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안 의장은 이어 “글로벌거점도시건설 특별위원회를 활용하는 등 시의회가 자체적으로 경기장 건설 방향을 수립하고 시에 전달해 건립안에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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