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동희 손호영 등 작년보다 부진
- 위기 극복 돕는 베테랑도 드물어
- 전민재·박찬형 발견은 팀에 희망
- 소총부대 한계…거포 갈증 풀어야
롯데는 전반기 ‘공포의 소총 부대’로 불렸다. 후반기 물방망이로 전락해 가을 야구 경쟁에서 탈락했다. 타선이 양극단을 달린 이유는 한 시즌 고른 타격을 선보일 주전 타자가 없었기 때문이다.
 |
| 왼쪽부터 윤동희, 나승엽, 고승민, 황성빈, 손호영 |
롯데 타선은 올 시즌 초반에 주춤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불방망이로 거듭났다. 전반기 팀 타율은 0.280을 기록했다. 2위 삼성(0.267)과 큰 차이를 보였다. 롯데를 상대하는 팀은 3~4점을 앞서도 절대 안심할 수 없었다. 타선에 한 번 불이 붙으면 경기를 손바닥 뒤집듯 역전했다.
전반기 부상 선수가 속출해도 롯데는 경기력을 지켰다. 후반기는 딴판이었다. 지난 29일까지 후반기 팀 타율은 0.247로 리그 최하위다. 타선이 침묵을 지키는 바람에 점수를 낼 방법이 없었다. 12연패에 빠져 허우적거릴 때 팀 타율은 0.229에 불과했다. 타선이 터지지 않으니 가뜩이나 약한 선발진도 무너졌다. 여기에 불펜까지 흔들리며 팀 전체가 휘청였다.
타격은 좋을 때가 있으면 나쁠 때도 있다. 이른바 타격 사이클이다. 롯데 타선은 지나치게 ‘공동체 의식’이 강했다. 한 선수가 좋으면 다 같이 좋았다. 반대로 한 선수가 나쁘면 전부 빈손으로 돌아왔다. 후반기 한창 타선이 안 터질 때 김태형 감독 소망은 소박했다. 타선에 불을 질러줄 한 명과 덩달아 신을 낼 2~3명의 타자를 바랐다. 김 감독의 바람은 이뤄질 때보다 그렇지 않을 때가 많았다.
■이름값 못한 ‘윤나고황손’지난 시즌 스타로 거듭난 ‘윤나고황손’은 이름값을 못 했다. 완전체로 함께 호흡한 때보다 뿔뿔이 흩어져 있을 때가 더 길었다. 부상과 부진 탓이다.
나승엽은 시즌 초반 롯데 타선의 도화선 역할을 해냈다. 4월까지 홈런 7개를 치며 지난 시즌과 일찌감치 타이를 이뤘다. 5월 들어 침체에 빠졌다. 부진으로 2군에 내려갔다가 부상까지 당했다. 나승엽은 후반기에도 타석에서 고전했다. 타율만 봐도 지난해와 올해 현격한 차이를 보인다. 나승엽은 지난해 121경기에 나가 타율 0.312를 기록했다. 올해는 104경기에서 타율 0.231에 그쳤다.
윤동희와 황성빈은 2024시즌과 비교해 출전 경기 수가 크게 줄었다. 부상과 부진 때문이다. 윤동희는 햄스트링 부상과 부진으로, 황성빈은 1루를 향해 슬라이딩하다가 왼손 골절을 당했다.
손호영도 전후반기 부상에 번번이 발목이 잡혔다. 지난해 롯데 유니폼으로 갈아입은 뒤 102경기에서 126안타(18홈런)를 쳤다. 올해는 96경기에서 82안타(4홈런)에 그쳤다. 시즌 첫 홈런도 5월 중순에 터졌다. 손호영은 등장곡을 바꾸는 등 온갖 변화를 줬다. 노력과 달리 행운과 결과가 뒤따르지 않았다.
‘윤나황손’이 자리를 비웠을 때 고승민 혼자 꿋꿋하게 타석을 지켰다. 고승민도 전반기 막바지에 부상을 당했다. 전반기에 너무 진을 뺐는지 후반기 들어 고승민도 타석에서 힘을 못 썼다.
■전민재, 박찬형 등 새로운 희망롯데 타선에 희망이 없는 건 아니다. 트레이드로 올 시즌 롯데 유니폼을 입은 전민재는 ‘이적생’ 꼬리표를 떼고 ‘복덩이’로 불렸다. 4월까지 0.387의 타율로 3할 타자가 아닌 4할 타자를 넘봤다. 4월 머리에 맞는 타구로 잠시 자리를 비웠다. 5월 중순 복귀해서도 방망이는 여전히 매서웠다.
전민재는 롯데의 오랜 고민인 유격수 구인난도 단번에 해결했다. 까다로운 타구도 어렵지 않게 처리했다. 전민재의 약점은 체력이었다. 지난해 두산에서 276타석을 소화했던 전민재는 올해 366타석에 나섰다. 체력이 떨어지자 타석과 수비에서 아쉬운 모습이 노출됐다.
지난 5월 육성 선수로 입단한 박찬형의 발견은 롯데의 성과다. 박찬형은 특유의 공격적인 타격이 인상적이다. 프로 신인답지 않게 상대 투수의 실투를 노련하게 안타로 연결했다. 전반기 부상 선수가 속출할 때, 후반기 타격 침체를 겪을 때 박찬형은 김 감독의 ‘믿을 구석’이었다. 다만 프로 경험이 적은 게 흠 아닌 흠이어서 공격과 수비에서 경험 부족을 드러냈다.
■내년 거포 갈증 해소 관건롯데 타선의 근원적인 고민은 주전 선수의 나이가 너무 어려 경험이 부족한 점이다. 연패에 빠졌을 때, 치열한 순위 경쟁이 펼쳐질 때 이를 극복할 경륜을 지닌 타자가 드물다. 이 때문에 올해 가을 야구 문턱에서 무너졌다. 한 시즌에 20홈런 이상을 칠 타자도 없다.
빅터 레이예스는 올 시즌도 최다안타왕 수성이 유력하다. 정확한 타격과 많은 안타는 강점이지만 장타력은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올해 친 홈런은 13개에 불과하다. 삼성 디아즈(49홈런) NC 데이비슨(35홈런) KIA 위즈덤(33홈런)과 대조적이다.
내년 시즌 한동희가 돌아오면 롯데는 홈런 갈증을 씻을 수도 있다. 국군체육부대에서 복무 중인 한동희는 올 시즌 퓨처스리그에서 27홈런을 쳤다. 타율은 0.400에 이른다.
내년 가을 제대로 된 수확을 위해 롯데 타자들은 지금부터 지난한 담금질에 몰두해야 한다. ‘윤나고황손’의 부활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박찬형과 같은 차세대 주자 육성으로 젊은 피도 계속 발굴하고 기용해야 한다. 젊은 선수들이 부침을 겪을 때 빠르게 페이스를 되찾도록 고참과 코치진의 역할도 중요하다.
◇ ‘윤나고황손’ 지난해와 올해 성적(9월 29일 기준, ()는 지난해 성적) |
연도 |
이름 |
타율 |
안타 |
홈런 |
도루 |
OPS |
2025(2024)
|
윤동희 |
0.282(0.293) |
93(156) |
9(14) |
4(7) |
0.819(0.829) |
나승엽 |
0.231(0.312) |
75(127) |
9(7) |
0(1) |
0.713(0.880) |
고승민 |
0.273(0.308) |
127(148) |
4(14) |
5(5) |
0.705(0.834) |
황성빈 |
0.258(0.320) |
63(117) |
1(4) |
25(51) |
0.637(0.812) |
손호영 |
0.252(0.317) |
82(126) |
4(18) |
7(7) |
0.642(0.892)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