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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더독 돌풍 빛났지만…살인 일정·정치 개입에 빛바랬다

39일간 월드컵 대장정 결산

  • 김현주 기자 kimhju@kookje.co.kr
  •  |   입력 : 2026-07-20 19:25:29
  •  |   본지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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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보베르데 골키퍼 보지냐가 지난달 16일 스페인과의 조별리그 경기에서 선방한 뒤 기뻐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 노르웨이·카보베르데 등 이변
- FIFA 랭킹 4강이 월드컵 4강
- 아프리카 약진, 亞는 日만 두각

- 이동거리·폭염·고지대 적응 혼란
- 美 외압·이란 비자 발급 논란
- 확대 적용 VAR 특혜 의혹까지

역대 최대 규모로 열린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이 20일 스페인의 우승으로 지난달 12일부터 시작한 39일간의 대장정을 마쳤다. 월드컵 사상 처음으로 48개국 체제로 열린 이번 월드컵은 강호들의 독주 속에 언더독의 반란이 화제를 모으며 흥미진진하게 펼쳐졌다. 하지만 3개 국가에서 열린 만큼 살인적인 경기 일정과 FIFA의 정치적 행보 등 대회 내내 논란도 이어졌다.

■화제가 된 언더독의 반란

20일 2026 북중미 월드컵 시상식에 참석한 잔니 인판티노 FIFA 회장(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FP 연합뉴스
올해 북중미 월드컵은 참가국이 32개국서 48개국으로 늘면서 경기력 하향 평준화에 대한 우려가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약체로 지목된 나라들의 반란이 이어지면서 흥미를 끌었다.

가장 눈길을 끈 나라는 노르웨이와 카보베르데이다. 28년 만에 본선 무대를 밟은 노르웨이는 ‘괴물 골잡이’ 엘링 홀란을 앞세워 8강에 진출했고, 특히 16강에서는 ‘우승 후보’ 브라질을 꺾는 이변을 연출했다.

인구 60만 명의 아프리카 소국 카보베르데는 강팀과 대등한 경기를 펼쳐 존재감이 빛났다. 조별리그에서 이번 대회 우승 팀 스페인과 0-0으로 비긴 카보베르데는 조별리그 무패(3무)로 32강에 진출했다. 그리고 리오넬 메시의 아르헨티나와 32강에서 맞붙어 연장 혈투 끝에 2-3으로 아쉽게 패했다. 특히 카보베르데의 40세 골키퍼 보지냐는 4경기 동안 18개의 세이브를 펼쳐 이번 대회 ‘신데렐라’로 우뚝 섰다.

하지만 16강과 8강을 거치며 강팀들의 진면모가 발휘됐다. 전술적 유연성과 두꺼운 선수층을 보유한 전통 강호들이 돌풍의 주역 모로코 스위스 노르웨이 등을 꺾었고, 최종 4강에는 FIFA 랭킹 1~4위(아르헨티나 스페인 프랑스 잉글랜드)가 올랐다.

한편, 이번 대회에서 가장 뼈아픈 성적표를 기록한 곳은 아시아축구연맹(AFC) 회원국이다. AFC 회원국은 2022 카타르 대회에서 6개국이 본선에 진출해 이 중 3개국이 16강에 올랐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선 본선 무대를 밟은 9개국 중 32강에 진출한 곳은 일본뿐이었다. 반면 10개국이 출전한 아프리카 국가들은 9개국이 32강에 올라 ‘출전국 증가’의 가장 큰 혜택을 받았다.

■중립성 훼손 자초한 FIFA

이번 대회는 미국 캐나다 멕시코 등 3개국 16개 도시에서 열렸다. 경기수도, 개최 장소도 늘다보니 조별리그 48개국 중 이동 거리가 가장 짧은 국가와 긴 국가의 차이가 13배에 이를 정도였고, 선수들은 살인적인 스케줄을 소화해야 했다. G조 이집트는 불과 383㎞ 이동했지만,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는 무려 5059㎞를 옮겨 다녔다. 또 살인적인 폭염과 고지대 적응 등 경기력에 영향을 준 환경도 천차만별이었다. 이에 FIFA는 처음으로 전·후반 각각 3분간 ‘물 보충 휴식’을 도입했으나, 이 시간을 활용해 방송사들이 광고를 대거 내보내면서 ‘광고 수익을 노린 상업적 꼼수’란 비판을 받았다.

이번 대회에선 FIFA와 미국의 행보를 둘러싼 논란도 끊이지 않았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레드카드로 16강전 출전이 어려웠던 미국 공격수 폴라린 발로건의 징계 유예를 FIFA 잔니 인판티노 회장에게 요청한 사실이 드러나 외압 논란이 일었고, 미국이 이란 소말리아 등 특정 국가의 비자 발급과 입국 심사를 까다롭게 진행해 국제적인 비난도 받았다. 또 미국에서 열린 결승전에 처음으로 하프타임쇼를 열어 ‘상업적 결정’이란 지적도 이어졌다.

북중미 월드컵부터 확대 적용된 비디오판독(VAR) 역풍도 거셌다. FIFA가 이번 대회에서 명백한 코너킥 오심 등으로 VAR 개입 범위를 넓혔는데, 이로 인해 경기 결과를 뒤바뀌는 판정이 속출하며 판정 시비를 부추겼다. 특히 ‘디펜딩 챔피언’ 아르헨티나가 집중적인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며 팬들의 비난이 쏟아지기도 했다.

■2030년 64개국 체제 될까

다음 월드컵은 2030년 아프리카 모로코와 유럽의 포르투갈 스페인 대회로, 단일 대회로는 처음으로 2개 대륙에서 개최된다. 특히 2030년은 월드컵 100주년을 맞는 해라 더욱 의미가 특별하다. 이에 우루과이 몬테비데오와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파라과이 아순시온 등 남미 3곳에서 한 경기씩 치를 예정이라 이를 포함하면 총 3개 대륙에서 펼쳐진다.

전례 없는 분산 월드컵이 예정된 가운데, FIFA가 다음 대회의 참가국을 이번 48개국보다 많은 64개국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나서 귀추가 주목된다. FIFA 인판티노 회장은 한 방송사와의 인터뷰에서 “참가국 64개국 확대는 이번 대회가 끝나면 관련 위원회를 통해 논의할 사안”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만약 실현된다면 FIFA 회원국(211개) 가운데 3분의 1이 참여하게 되는 것으로, ‘월드컵=꿈의 무대’라는 희소성이 떨어지고 지나친 상업화 논란도 불거질 수 있어 실현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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