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만 먹고 내일부터 식사조절하자. 오늘만 쉬고 내일은 꼭 피트니스를 등록해야지'. 오늘만이라는 단어와 다이어트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다. 막상 시작하려면 걸림돌이 생겨난다. 이럴 땐 '그냥' 해야 한다. 운동복, 운동기구만 사지 말고 집 앞이든 회사 근처든 시작해야 한다. 결심이 섰다면 어떤 운동을 할까 하는 두 번째 고민이 다가온다. 그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선 직접 해보는 게 답이다. 하지만 여러 운동을 다 해볼 순 없으니 기자가 운동당 일주일에 2, 3회씩 수강해 4주를 채우고 후기를 남기기로 했다.


- 얼굴에 멍들고 코피 터지는
- 정통 복싱과는 완전히 달라
- 펀치·몸 움직임 적용한 운동법

- 신나는 타바타 음악에 맞춰

- 스트레이트 훅 어퍼컷 날려

- 복싱용 미트 치는 연습에선

- 쉴새없이 뛰며 숨 차오르는데

- 왜 팔만 뻗으면 흐느적거리는지

- 운동 끝나니 다리가 후덜덜

- 갈빗대 허벅지 등뼈 아파도

- 운동됐단 느낌에 기분은 좋아

기자가 처음으로 선택한 것은 다이어트 복싱이다. 운동복 짐을 싸서 아이박스클럽 초읍점(051-808-6660)으로 향했다. 복싱을 생각하면 바람 소리를 내며 휘돌아가는 줄넘기와 땀범벅이 된 사람들이 불구대천 원수의 명치를 가격하듯 때려대는 샌드백이 떠오른다. 사각의 링과 멍들고 부은 눈, 코피는 덤이다. 이미 상상하는 것만으로 여성들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하지만 다이어트 복싱과 정통 복싱은 가는 길이 완전히 다르므로 걱정할 필요가 없다. 복싱의 펀치나 몸 움직임을 가져와서 운동에 적용할 뿐이다.

	타격점에 맞으면 주먹을 바로 거둬들인다는 느낌을 살리면서 쭉 뻗었다 돌아오는 스트레이트 동작을 타바타 음악에 맞춰 진행하고 있다.

복싱 동작을 활용한 운동이므로 복싱의 기본 자세부터 배운다. 홍효식 관장은 "주먹을 가볍게 쥐고 팔꿈치를 구부린 상태로 양팔이 가슴에 닿을 정도로 옆구리에 붙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왼 주먹은 왼쪽 눈썹까지 올라오게 들고 있어야 하고 오른 주먹은 코 높이 정도면 적당하다. 제일 중요한 것은 팔꿈치가 몸 밖으로 벌어져서는 안 된다는 거다.

홍 관장은 "왼팔을 눈까지 올리는 것은 방어를 위해서다. 대신에 비게 되는 옆구리는 팔꿈치로 보호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턱은 약간만 아래로 당겨서 시선이 약간 위를 향하게 한다.

팔을 뻗을 때는 말 그대로 끊어친다는 느낌으로 해야 한다. 주먹이 목표물에 닿았을 때 바로 거둬들이는 식으로 팔을 빠르게 폈다가 접어야 한다. 발뒤꿈치는 들고 양발을 같이 움직이며 뛰어준다. 체육관 바닥에 충분한 탄성이 있어 무릎이나 발목에도 큰 무리가 없었다. 가볍게 통통 뛰면서 리듬에 적응하는 것도 어렵지 않았다. 단지 벌어지려는 팔꿈치를 안으로 모으는 게 쉽지 않았다.

운동이 자연스럽게 진행되는 데는 타바타 음악의 역할이 컸다. 타바타는 인터벌 트레이닝의 한 방법으로 20초간 운동하고 10초간 쉬는 방식이다. 20초 동안 고강도의 운동을 진행하면 심장 박동이 무척 빨라진다.

그런데 10초간 휴식하는 동안 몸은 쉬지만 정작 심장 박동이 절반으로 떨어진다거나 하지는 않는다. 잠깐 몸이 쉬는 동안에도 심장은 평소보다 빨리 뛰면서 일을 하고 있다. 이를 '거짓 휴식'이라고 하는데, 이런 활동이 운동을 지속할 수 있게 하고 효과를 높이는 역할을 한다. 이 타바타 음악을 홍 관장이 직접 작곡한 것만 100여곡 정도다. 수업 시간마다 그날의 날씨나 분위기에 맞춰 다양한 타바타 음악을 사용한다.

타바타 음악 막바지에는 "포, 쓰리, 투, 원" 하고 숫자를 센다. 그것을 마치면 10초 쉴 수 있으므로 그 카운트 다운이 얼마나 반가운지. 힘들 때 버티게 하는 마법의 단어다. 초반에 뛰면서 스트레이트 펀치를 날리는 동작을 하는 중간중간에 복근 운동도 포함된다. 20초 운동에 10초 휴식 시간이 새로운 동작을 준비하는 시간으로 쓰인다. 이때는 1~2㎏의 가벼운 아령도 사용된다. 복싱 동작과 아령을 이용한 운동을 섞어서 진행하므로 지루하지 않다.

자세 연습을 마치고 다이어트 복싱용 간이 글러브를 끼고 미트를 치는 연습을 했다. 10여 명의 회원과 일렬로 선 뒤 원을 그리며 뛰다가 홍 관장이 든 미트에 펀치를 날리고 다시 뛰는 거다. 여기서 운동 경력 차이가 크게 났다. 첫날인 기자는 미트를 제대로 맞추기도 어려웠고 맞추더라도 '턱턱' 하는 소리만 났다. 하지만 운동 경력이 6개월 이상인 사람들은 정말 TV에서 보던 것 같은 경쾌한 '파팡!' 소리를 냈다. 서서 미트를 치기만 하면 그나마 좀 흉내를 낼 수 있을 것도 같았지만 원으로 한 바퀴 뛴 뒤 미트를 맞추려니 자세 잡기가 더 어려웠다. 쉴 새 없이 뛰니 호흡도 가빠오고 팔을 뻗긴 하는데 흐느적거린다는 느낌이 바로 왔다.

홍 관장은 "끊어치고! 이번엔 왼손은 살짝 대기만 하는 느낌이고 오른쪽에 힘을 줍니다"하면서 미트를 팡팡 두드렸다. 오른쪽 주먹에 힘을 실으려면 몸통을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회전해야 제대로 된다. 그러려면 오른발 뒤꿈치도 완전히 열려야 하는데 센터 안을 몇 바퀴 돌면서 동작을 하려니 발목도 힘이 없다. 자연히 자세가 무너져 내린다. 헉헉대면서 미트에 글러브를 갖다 대는 정도면 되지 않을까 나 자신을 위로했다.

운동의 마지막도 타바타 음악으로 마무리된다. 새소리와 고요한 숲속 같은 이미지를 떠올리게 하는 음악에 맞춰 긴장했던 근육을 풀었다.

운동을 마치고 나서 사무실로 돌아와 자리에 앉자 다리에 힘이 풀렸다. 허벅지와 종아리에 기분 좋은 통증이 왔다. 다음 날 아침에 일어나니 갈비뼈가 있는 옆구리와 등 위쪽 어깨뼈 주변이 욱신거린다. 회사 동료의 농담에 깔깔 웃고 싶었지만 갈빗대가 아파 썩소만 지었다. 얼굴을 막기 위해 양팔을 가슴 쪽으로 모으는 동작을 계속했기 때문인 듯했다. 등이 아픈 것도 주먹을 뻗기 위해 옆구리를 돌리고 등에 힘을 주고 비틀어서인가 보다. 아프지만 통증이 불쾌하지만은 않다. 운동이 되고 있다는 증거니까 사실은 반가웠다. 하루 뒤면 더 아플 수도 있지만 부상 없는 근육통은 3일이면 괜찮아진다니 상쾌한 기분 만큼은 제대로다. 복서의 이야기를 다룬 일본 애니메이션 '내일의 조'처럼 하얗게 불태웠다는 말이 실감 난다. 기분 말고 내 피하지방들도 함께 타서 없어지길.


※다이어트 복싱, 집에서 따라해 볼까요

1. 기본 자세

① 정면을 보고 똑바로 선 뒤 양 발을 어깨 너비만큼 벌린다.

② 오른발을 한 발 뒤로 뺀 뒤 양쪽 발이 오른쪽으로 45도 정도를 향하도록 몸통을 튼다. 상체와 하체 모두 발가락 방향으로 향해 있어야 한다. 단, 양 주먹과 얼굴은 정면을 향한다.

③ 양 팔꿈치를 접고 왼주먹은 왼눈썹 높이까지 올리고 오른손은 가볍게 주먹을 쥐고 입 높이에 둔다. 팔꿈치가 몸 밖으로 벌어지지 않도록 유의하면서 갈비뼈나 옆구리 쪽에 붙인다고 의식적으로 생각해야 한다. 왼손은 주먹 3개 정도, 오른손은 주먹 하나 정도 너비만큼 얼굴에서 띄운다.


2. 스트레이트
① 기본 자세에서 오른손으로 끊어친다. 팔을 뻗었다가 빠르게 바로 거둬들여야 제대로 된 펀치다.

② 주먹을 뻗는 오른쪽의 옆구리를 왼쪽으로 돌리면서 팔을 쭉 뻗는다. 몸통을 회전하는 것과 함께 오른쪽 발도 완전히 돌아가야 한다.


3. 훅
① 기본 자세에서 오른쪽 팔꿈치를 굽힌 상태로 겨드랑이를 열면서 팔꿈치가 눈까지 오도록 들어준다.

② 이때도 허리, 무릎, 발이 함께 회전해야 힘이 들어가고 운동 효과가 크다. 호흡은 '후' 하고 내뱉으면서 허리를 왼쪽으로 돌려준다.

글=최영지 기자·사진=서순용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