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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이상 흡연자 폐암 고위험군…흉부CT 꼭 찍어보세요

부산대병원 권역호흡기센터

  • 오상준 기자
  •  |   입력 : 2018-09-17 18:56:03
  •  |   본지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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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증신경 없고 조직검사 어려워
- 한국 암 사망률 1위 무서운 폐암

- 저선량 흉부CT 조기검진 활용
- 폐암 사망률 20% 이상 줄여

- 가상 기관지내시경 국내 첫 도입
- 3년 만에 시술 1000례 눈앞

- 180명 의료진·470대 장비 완비
- 수술~재활 원스톱 치료도 각광

폐는 통증 신경이 없는 장기여서 암이 발생하더라도 증상이 없거나 기침 같은 비특이적 증상을 보인다. 이 때문에 초기에 발견이 어렵고, 증상을 느끼고 병원을 방문하면 상당히 진행된 폐암으로 확인되는 경우가 많다. 2016년 통계청이 발표한 사망원인 조사를 보면 폐암이 인구 10만 명당 35명의 암 사망률을 기록해 1위로 집계됐다. 여전히 호흡기내과, 흉부외과 의사에게는 ‘폐암의 조기 발견과 완치’는 숙제로 남아 있다.
   
부산대병원 권역호흡기센터 엄중섭 교수를 비롯한 시술팀이 가상 기관지내시경 내비게이션과 기관지내시경 초음파를 이용해 폐 조직검사를 하고 있다.
부산대병원은 이런 숙제를 풀기 위해 2015년 12월 2일 권역호흡기전문질환센터(센터장 이민기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를 개소했다. 센터는 지하 5층, 지상 13층 규모에 외래 진료실을 포함해 관련 폐기능검사실, 기관지내시경실, 수면다원검사실, 호흡재활치료실을 갖췄다. 전문 진료를 위한 의사 21명, 간호사 116명, 방사선사 7명을 비롯해 180여 명의 의료 및 지원 인력과 특수 장비를 포함한 109종 470대의 장비가 활용되고 있다.

특히 지역 사회의 감염성 질환 확산을 막고 철저히 대처·치료를 할 수 있는 음압격리시설을 구비해 국가지정 입원치료 병동을 운영 중이다. 음압병실은 일반 환자와 보호자 및 직원의 출입구가 다르다. 일반 병실과 달리 전용 엘리베이터가 있고 보안 시스템이 작동되는 몇 겹의 출입문을 거쳐야 출입할 수 있게 설계돼 있다. 센터는 만성 호흡기 질환뿐 아니라 폐암의 초기 진단과 치료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저선량 흉부CT로 폐암 조기 발견

   
3차원으로 재구성된 가상기관지내시경 화면. 푸른 선이 미로같이 복잡한 기관지 가운데 기관지내시경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알려준다.
과거에 폐암 조기 발견이 곤란했던 것은 암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는 선별검사가 없었기 때문이다. 최근 저선량 흉부 CT(컴퓨터단층촬영)가 도입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미국에서 진행된 대규모 연구 결과, 폐암 발생 고위험군 환자가 저선량 흉부 CT 검진을 통해 폐암이 초기에 발견된 경우 엑스레이 검진과 비교해 폐암에 따른 사망률을 20% 이상 줄일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저선량 흉부 CT는 방사선을 이용해 원형 기계에 들어가서 흉부를 촬영해 폐 안의 구조를 확인하는 검사다. 부산대병원은 일반 흉부 CT 검사에 노출되는 방사선량의 5분의 1 이하인 저선량 CT를 활용해 폐암 검진을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

폐암 위험성(흡연력, 직업력, 기저 폐 질환 등)이 있는 사람은 저선량 흉부 CT를 이용해 폐암 조기 검진을 할 수 있다. 특히 부산대병원은 폐암 조기 검진 시범사업 기관으로 선정돼 부산금연지원센터와 함께 사업 기준에 맞는 환자에게 무료 폐암 검진과 상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대상자는 만 55~74세 30갑년 이상 흡연력을 가진 현재 흡연자나 금연한 지 15년 이하의 과거 흡연자 중 폐암 발생 위험도 평가를 거쳐 선정된다.

■가상기관지내시경 내비게이션 도입

   
부산대병원 권역호흡기센터 재활치료실.
폐는 다른 장기와 비교해 조직검사가 어려운 편이다. 그 이유는 위장과 대장처럼 내시경을 이용해 눈으로 직접 병변을 보고 조직검사를 할 수 없는 데다 간과 콩팥처럼 단단한 고형 장기가 아니어서 바늘을 찔러 조직을 채취하는 방법(세침흡인술)도 한계가 있다. 또한, 고령의 기저 질환이 있는 환자에게 전신 마취한 뒤 폐절제 수술로 조직검사를 하는 것은 환자나 의사에게 모두 부담스럽다.

센터는 비침습적인 폐암의 조기 진단을 목표로 해외 선진병원 시찰, 교수해외연수 및 장비 도입을 적극적으로 추진했다. 이런 노력에 힘입어 호흡기알레르기내과 엄중섭 교수는 2015년 국내 최초로 방사형 기관지내시경 초음파를 도입했다. 덕분에 많은 환자가 안전하게 조직검사를 받을 수 있게 됐다. 최근에는 연 300건 이상 시술 건수가 늘어났고, 올해 1000례 시술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게다가 센터는 지난 5월 말초 폐병변까지 손쉽게 찾을 수 있는 ‘가상 기관지내시경 내비게이션’ 장비를 국내 최초로 도입했다. 시술의 안전성과 진단율 향상을 위해서다. 센터에는 조직검사를 받기 위해 부산 경남지역은 물론 호남, 충청, 강원, 제주에서도 많은 환자가 몰려들고 있다.

■폐암, 수술서 재활까지 원스톱 치료

폐암으로 진단된 환자에게 수술적 치료는 완치를 기대할 수 있어 환자의 상태와 병기를 고려해 우선 고려되는 치료법이다. 센터는 폐암 수술을 전문으로 하는 4명의 교수진(흉부외과 김영대, 이호석, 조정수, 안효영 교수)이 많은 폐암 수술을 시행하고 있다. 최근 수술 건수가 급격하게 늘어 올해는 상반기에만 100례 이상의 수술이 이뤄졌다.

센터는 국내 최대 규모의 호흡재활 인력과 시설을 보유하고 있다. 재활의학과 신용범 교수를 위시한 호흡재활팀은 수술 후 호흡재활 치료뿐 아니라 수술 전 호흡재활로 수술과 관련된 합병증을 줄이고 환자가 일상생활로 빨리 복귀할 수 있게 돕고 있다. 이민기 센터장은 “교수진 숫자, 수술 건수뿐 아니라 수술의 질적 수준 역시 국내 최정상급을 유지하고 있다”며 “지역 환자들이 멀리 서울까지 가서 힘들게 수술받고 오는 불편을 겪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갑년

평생 흡연력을 표시하는 단위로 하루에 피우는 담뱃갑 수와 흡연한 기간을 곱해 계산한다. 예를 들어 1갑씩 30년간 흡연한 경우 1갑×30년간=30갑년이고, 2갑씩 15년간 흡연한 경우 2갑×15년간=30갑년이다.

오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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