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9년 국내 희귀질환 926개
- 신규 희귀질환자 5만5499명
- 80% 유전적 선천적으로 발병
- 듀센 근이영양증이 대표적

- 환자 스트레칭·호흡운동 필수
- 증상 악화땐 치료제 무용지물
- 더는 나빠지지 않게 관리해야

질병관리청이 지난해 12월 첫 발간한 ‘2019 희귀질환자 통계 연보’에 따르면 국내 희귀질환은 2019년 기준 모두 926개에 달하며 신규 희귀질환자 수는 5만5499명이다.희귀질환은 유병 인구가 2만 명 이하거나 진단이 어려워 유병 인구를 알 수 없는 질환을 말한다. 80%는 유전적 선천적 질환으로 주로 어린 연령층에서 발병하며 진단이 매우 어렵다. 오는 23일은 ‘희귀질환 극복의 날’. 대표적 희귀질환인 근육병과 이를 이겨나가는 사례를 소개한다.

■현재까지 치료제 없어

일반인에게 근육병은 생소한 질환이다. 가장 빈발해 대표적인 ‘듀센 근이영양증(筋異營養症·근육 사용 후 갈수록 이완하기 어려운 증상)’은 근육단백질을 합성하는 유전자 이상으로 발생하며, 시간이 지날수록 근력이 약화돼 자발적 호흡이 어려운 상태에 이르는 무서운 질환이다. 대부분 선천적으로 근육의 구조적 이상을 유발하는 유전자 이상을 갖고 있다. 모두 유전되는 것은 아니며, 돌연변이 유전자 이상을 가지는 경우도 흔하다.

	2019년 12월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근육병 환자들이 부산대병원 성산홀에서 하모니카 콘서트에 참석해 연주하고 있다.

듀센 근이영양증은 남자아이 3만5000명 중 1명의 빈도로 발생한다. 생후 대근육 운동 발달지연을 보이며 대부분 15개월 이후 독립보행을 시작하고, 바닥에서 잘 일어나지 못하고 걷는 모습이 다소 불안정해 보여 병원을 찾아 진단되는 사례가 많다. 이 병은 진행속도가 아주 빠르고, 아이들의 성장에 비해 상대적으로 근육의 힘은 더욱 약해져 대부분 10세 이전에 스스로 못 걷게 된다. 이후 다리 관절들이 빠른 속도로 굳어가며 다리를 펼 수 없게 된다. 이 병은 증상완화제만 있을 뿐 치료제가 아직 없다. 현재 보행능력을 최대한 오래 유지하기 위해 경구용 스테로이드를 복용한다. 근육세포가 괴사되는 면역반응을 줄여주고, 병의 진행 속도와 관련된 다른 유전자의 발현을 조절한다.

듀센 근이영양증과 같은 근육병에는 규칙적인 스트레칭이 필수다. 초기에는 스스로 하면서 보호자가 도움을 줄 수 있고, 해당 관절을 움직일 힘을 잃은 후에는 보호자나 치료사에 의해 수동적인 스트레칭을 관절마다 하루 1, 2회 정도 해야 한다. 특히 독립보행을 못해 종일 앉아서 생활하기 때문에 척추관절의 변형이 와 척추측만증이 생길 수 있다. 척추측만증이 심해지면 휜 척추가 폐와 복부장기들을 누르게 돼 호흡과 소화기능을 약화시킬 수도 있다. 근육병 환자의 척추측만증은 일반인과 달리 척추보조기 교정이 어려워 예방이 가장 중요하다. 앉은 자세를 유지하기 어려울 정도로 악화되면 수술적 치료를 고려한다.

■자발적 호흡마저 어려워져

이 병은 근력약화뿐만 아니라 호흡근육 및 심장근육의 약화도 일으킨다. 점차 숨쉬기가 어려워지고 심장박동 등 다양한 심폐기능의 이상 증상들이 나타날 수 있다. 만 10세 이전부터 반드시 심장기능 검사를 주기적으로 하고, 본격적인 이상소견이 보이기 전에 예방 목적의 약물복용으로 심장기능 저하를 최소화해야 한다.가장 기본적인 호흡근육인 횡격막의 약화로 인해 산소-이산화탄소 환기능력이 점차 떨어지면 특히 수면 시 이산화탄소를 제대로 배출하지 못해 혈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아지면 피로감, 두통, 낮시간대 과도한 졸림 등의 증상을 보인다. 심할 땐 의식을 잃을 수도 있다. 해서, 근육병 환자들은 주기적으로 호흡기능을 평가한다. 호흡기능을 유지하기 위해 그동안 촛불 끄기, 풍선 불기 등을 시행했지만 재미와 목표의식이 없어 제대로 시행되지 못했다.

부산대병원은 2015년부터 하모니카를 이용한 호흡운동으로 효과를 보고 있다. 하모니카는 들숨·날숨으로 소리가 나는 데다 목에 거치대를 걸 수 있어 고개만 좌우로 움직일 수 있으면 누구나 연주 가능해 근육병 환자에게는 호흡운동을 할 수 있는 최적의 악기다. 실제 하모니카 부는 환자들을 대상으로 6개월마다 호흡능력을 측정해본 결과 악화되지 않고 유지되는 경우가 많았고, 인공호흡기를 사용하는 환자들 중에서 호흡기 사용시간이 줄어드는 이들도 있었다.

부산대병원 신용범 재활의학과 교수는 “현재 진행 중인 임상연구가 끝나 정작 치료제가 나왔을 때 증상이 너무 악화돼 있으면 치료제가 무용지물”이라며 “근육병 환자들은 치료제가 나올 때를 기다리며 현재의 기능을 최대한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흥곤 선임기자 hung@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