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기간 이식술 대기하는 환자
- 좌심실 보조장치로 생명유지
- 우심실 기능상실 땐 대처 못해
- 해외의료계 이미 널리 사용중
- 한국 20대 男 최초 적용 사례

부산대병원이 국내 최초로 체외형 양심실 보조장치를 이용해 20대 남성 환자의 심장 이식을 성공적으로 해냈다.

부산대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송승환(왼쪽부터) 교수, 환자 A 씨, A 씨의 보호자가 퇴원을 앞두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부산대병원 제공

부산대병원은 20대 환자 A 씨가 체외형 양심실 보조장치를 이용해 81일간의 이식 대기를 거친 뒤 심장이식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최근 건강한 모습으로 퇴원했다고 2일 밝혔다.

A 씨는 호흡곤란과 흉통을 호소하며 부산대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처음에는 급성심근염 진단을 받고 에크모(ECMO) 장비를 삽입, 2주간 치료를 받았음에도 심장 기능은 일반적인 심근염의 경과와 달리 호전되지 않았다. 에크모는 환자의 혈액을 빼낸 뒤 체외산화장치를 통해 혈액 속 이산화탄소와 노폐물을 제거하고 산소를 주입한 다음 다시 환자 몸속으로 돌려보내는 원리다.

사정이 이렇자 부산대병원 의료진은 A 씨의 상태가 심부전의 급성악화로 좌심실 보조장치((LVAD·인공심장) 또는 심장 이식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좌심실 보조장치는 장기간 심장 이식을 대기해야 하는 환자에 이식하는 기계 장치다. 심장 내 좌심실 심장 펌프 기능을 대체해 중증 심부전 환자의 생명과 건강을 유지하게 해준다.

그러나 A 씨는 좌심실뿐만 아니라 우심실도 나빠진 상태였다. 기존 좌심실 보조장치만으로는 치료할 수 없었다. 심장 이식이 유일한 치료 방법이었지만, 문제는 공여 심장이 언제 구해질지 알 수 없는 상황. 이에 의료진은 장기간 이식 대기를 할 수 있고 양심실을 함께 보조할 수 있는 체외형 양심실 보조장치를 삽입하기로 결정했다. 이번 보조장치 삽입 수술은 국내 최초로 시행됐다. 이 장치는 외국에서는 이미 심장 이식 대기 환자들에 널리 사용 중인데, 국내에서는 올해 처음 도입됐다. 기존 에크모와 비교할 때 펌프 성능이 뛰어나고 합병증 발생률이 낮다.

A 씨는 뇌출혈 등의 고비가 있었으나, 다행히 양심실 보조장치를 적용한 지 81일 만에 심장 이식을 받았다. 수술 후 경과는 성공적이어서 그는 수술 후 51일 만에 퇴원했다.

수술을 집도한 부산대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송승환 교수는 “A 씨는 국내 처음으로 체외형 양심실 보조장치를 성공적으로 적용한 사례다. 이 장치가 앞으로 심장 이식을 기다리는 환자들에 새로운 희망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송 교수는 또 “의료대란 속에서도 밤낮으로 고생한 의료진과 의료진을 믿고 따라준 환자와 보호자에 깊은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고 덧붙였다.

부산대병원은 지역에서 유일한 인공심장 수술 인증병원이다. 부산대병원 심부전치료팀은 2014년 심장이식 프로그램을 시작한 이후 2019년 지역 최초로 인공심장 수술에 성공했다. 2020년에는 지역 최초로 인공심장 수술 환자의 심장이식 수술에 성공했다. 2021년에는 지역 최초로 최신 모델인 3세대 인공심장 수술도 해냈다. 부산대병원은 현재 순환기내과 최정현·이혜원·이선학·김민선·김미진 교수, 심장혈관흉부외과 송승환·김은지·이수진 교수, 마취통증의학과 홍정민 교수, 재활의학과 이병주 교수로 이뤄진 심부전치료팀을 운용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