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부족 위기론이 심상찮다. 물이 석유보다 희귀한 자원이 될 것이란 관측은 이미 오래됐다. 아프리카나 일부 특수 지역뿐 아니라 깨끗하고 질 좋은 물 확보는 인류 최대의 과제가 됐다. 해양심층수의 활용과 빗물의 재활용, 타행성 물 탐사 등 미래의 물 확보를 위한 움직임이 끊이지 않고 있다.
▲'블루오션' 해양심층수=해수는 지구에 있는 물의 97%에 달한다. 이 중에서도 영양염류가 풍부한 무균질의 해양심층수는 그야말로 물 개발 분야의 '블루오션'이다. '숙성된 물'로 불리는 해양심층수는 바다 밑 200~300m의 깊은 곳에 있는 물을 가리킨다. 바다 깊숙히 깔려 있을수록 깨끗하고 영양성분이 풍부하다. 태양광이 도달하지 않기 때문에 연중 수온이 2℃ 이하로 안정되어 각종 미네랄과 영양 염분이 풍부하다고 한다. 질산염 인산염 등의 함유량은 표층수보다 수 배에서 수백 배나 높은 반면 세균수는 표층수의 10분의 1~100분의 1로 매우 적다.
심층수는 페루어장 및 북태평양 어장 등 세계 거대 어장이 형성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대부분의 거대 어장은 용승류가 형성되는 곳이라는 공통된 특징이 있다. 용승류가 발생하면 심해의 물이 표층으로 끌려오게 되는데 이때 어류에 필요한 심층수의 각종 영양성분이 함께 끌려 오게 된다.
이 같은 심층수는 북극이나 남극 등 극지방 주변 수역의 차가운 해수가 저위도 수역으로 유입된 후 가라앉으면서 형성된다. 심층수는 순환대류하면서 끊임없이 재생되는 무한자원이라는 점에서 새로운 물 자원이 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과 일본은 오래 전부터 심층수 개발에 나서 수조 원대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대만과 유럽 국가에서는 심층수를 이용한 온도차 발전 연구가 뜨겁다. 우리나라는 지난 2005년 12월 강원도 고성에 해양심층수연구센터를 개소했다. 다시마 김 등 한해성 해양 생물 재배뿐 아니라 온도차 발전, 농작물 재배, 화장수, 청정 식수 등 심층수를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연구가 이뤄진다. 해양연구원 김현주(고성 해양심층수연구센터장) 박사는 "동해는 90%가 심층수로 이뤄져 개발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나 관련 법규가 마련되지 않아 상업화 단계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부경대 류청로(해양공학과) 교수는 "인프라 비용과 사용가능한 심층수의 양 그리고 해양 생태 영향 등에 대해 정확히 파악되면 심층수는 더 이상 신비의 물이 아닌 다양하게 활용가능한 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금쪽같은 빗물의 재발견=빗물 역시 새로운 물 자원이 될 수 있다. 빗물 이용은 댐과 같은 대규모 시설이 아니더라도 지역 내에서 손쉽게 물 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 강점이다. 우리나라의 연간 전체 비의 양은 1290억t이다. 그 중 실제로 사용되는 양은 24%밖에 되지 않는다. 버려지는 빗물이라도 제대로 활용한다면 엄청난 양의 물을 확보할 수 있다.
빗물의 강점은 빗물 자체가 곧 자원이 될 수 있다는 데 있다. 게다가 빗물은 받는 즉시 그 지역에 투입이 가능해 수송 문제도 해결된다. 적정 규모의 공동 지하 빗물 저장조를 설치하면 홍수와 가뭄 대비 등 다목적으로 사용가능하다.
오랫동안 빗물은 탈모를 일으키는 원인으로 알려져 왔다. 황사와 대기오염 등으로 산성비가 내린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이는 오해다. 빗물은 자연 현상으로 언제 어디서나 항상 pH 5.6 수준의 산성비였다. 대기오염으로 산성을 띤다는 인식은 잘못된 것이다. 일본 유명 온천물의 산성도는 pH 2.9에 달하며 일상적으로 쓰는 샴푸만 해도 빗물보다 강한 산성이다.
약산성인 빗물은 간단한 처리로 중화시키는 것이 가능하다. 대기오염물질 황사 꽃가루 등 입자상 물질은 미세한 스크린을 이용하여 거르면 된다. 이 때문에 독일 일본 대만 등 해외에서는 거의 모든 건물과 시설에서 빗물정화장치를 의무화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02년 월드컵 개최 도시의 운동장 10개 중 4개(인천, 대전, 전주, 서귀포)에 빗물 이용시설을 설치, 청소용수 및 조경수 등으로 활용한 예가 있다. 서울시는 올해부터 공공건축물을 비롯 5000㎡(1500여 평) 이상 다중이용 건축물, 16층 이상 건축물의 경우 빗물 저류조를 설치하지 않으면 건축허가를 내주지 않기로 했다. 서울대 빗물연구센터 한무영 교수는 "물관리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하다"며 "버려지는 물에서 모으는 빗물로의 인식 전환이 이뤄지면 물 문제의 상당부분을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지구 밖 물은 존재할까=물 찾기 노력은 우주로 확장된다. 세포의 70%는 물로 되어 있으며 모든 생명체의 기원은 물에서 비롯된다. 세계 국가들이 우주내 물 탐사에 심혈을 기울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특히 화성은 태양계에서 지구 외에 생명 존재의 확률이 가장 높은 행성으로 꼽힌다. 물이 흐른 것으로 추정되는 흔적이 최근 관측되기도 했다. 실제 화성은 크기 및 태양과의 거리가 지구와 비슷해 물이 존재할 가능성이 크다. 단 화성 표면 인력이 지구의 절반도 안돼 대기량도 지구의 200분의 1에 불과하며 산소가 거의 없어 물이 흐른 여러 증거가 포착되었음에도 생명체의 존재 가능성에 대해 확정할 수 없는 상태다.
목성의 위성 에우로파 역시 물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관측에 따르면 전체적으로 얇은 얼음층으로 덮여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얇은 얼음층 밑에는 액체 상태의 물이 있을지도 모른다. 다만 일각에서는 대부분이 메탄 성분이라 물의 존재를 속단할 수 없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수성이나 금성은 태양과 가까워 태양열 때문에 물의 존재 가능성이 낮다. 금성은 특히 두꺼운 이산화탄소가 덮여 있어 온실 효과로 인해 지표면의 온도가 460℃에 달한다. 생명체가 살기에는 불가능하다.
동아대 남재성(분자생명공학부) 교수는 "물의 응집력과 용매로서의 탁월한 특성은 세포의 생명 활동에 필수적"이라며 "물이 존재하는 행성에 대한 탐사는 물 위기 해결책의 마지막 보루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