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발렌시아에서 열린 제32회 아메리카컵 요트 경기대회가 지난 7일 스위스 알링기팀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4년마다 개최되는 아메리카컵은 '바다의 F-1'이라 불릴 정도로 관심이 높다. 각국의 첨단 과학 기술로 무장한 요트들이 출전해 눈을 즐겁게 한다. 최근엔 요트나 윈드서핑과 같은 해양 스포츠에 대한 관심이 커져 일반인의 참가도 증가하고 있다. 노 없이도 엄청난 스피드를 낼 수 있는 요트의 비법은 무엇일까.
▲무동력 추진 원리=요트는 원래 범선이나 함선 등 특정 목적을 가진 배를 제외한 모든 배를 가리킨다. 이 중 바나나 보트나 스키 보트 등 모터를 장착한 동력 요트와 돛(세일)과 선체 또는 보드로만 구성된 세일링 요트로 다시 나뉜다. 일반적으로 요트라 함은 세일링 요트를 가리킨다. 규모에 따라 연안에서 짧게 운항하는 딩기(Dinghy)급과 선실이 있어 먼바다까지 나갈 수 있는 크루저(Cruiser)급으로 구분된다. 윈드서핑은 원래 세일링 요트의 레이스 경기 중 한 종목으로 분류된 것이지만 최근들어 인기를 더하면서 독립된 종목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윈드서핑과 세일링 요트의 차이는 보트 대신 보드를 쓰는 것과 함께 조타장치의 유무로도 구분된다.
윈드서핑이나 요트 모두 바람을 받는 돛에 의해 앞으로 나간다는 점은 같다. 그렇다면 바람의 힘을 어떻게 추진력으로 이용할 수 있을까. 이는 비행기가 뜨는 원리인 양력을 이용하는 데 있다. 배는 바람을 받아 멈추고 달릴 뿐 아니라 돛에 흐르는 바람의 성질을 이용해 나아간다. 요트에 작용하는 바람은 돛의 휘어진 바깥부분에서 속도가 빨라지고 안쪽은 느려진다. 베르누이의 법칙에 따라 속도가 빠른 곳은 압력이 낮아지고 속도가 낮은 곳은 압력이 높아져 요트를 대각선 방향으로 밀어내는 양력을 발생시킨다〈그림 참고〉. 이때 양력은 배가 진행하려는 전진력과 배의 측면에 작용하는 횡류력의 합력으로 나타나는데 횡류력을 줄이면 전진력이 커져 원하는 방향으로 요트를 움직일 수 있게 된다. 선체 아래 센터보드를 펼치거나 킬(밀림 방지 무게중심 추)을 사용하면 횡류력과 크기는 같으면서 반대방향으로 작용하는 측면저항을 키워 횡류력을 줄이고 추진력을 높일 수 있다. 이 같은 원리를 이용하면 요트가 바람과 맞서서도 나아갈 수 있게 된다.
▲첨단 과학의 결정판=아메리카컵 등 세계경기에 사용되는 요트는 첨단 섬유 또는 우주항공 소재산업의 소산으로 경기 때마다 새롭게 등장하고 있다. 경주용 세일링 요트의 제작은 비행기 제작과 맞먹을 만큼 정교한 작업이 필요하다. 동력없이 오직 바람과 돛의 상호 작용에 의해 움직이는 만큼 경기정의 선형은 컴퓨터 수치계산을 통해 경기가 행해지는 곳의 수역 조류 해류 바람의 강도 파도에 맞춰 가장 빠른 스피드의 배를 설계해야 한다.
소재 역시 항공기에 쓰이는 것과 같은 카본 복합 섬유를 사용한다. 무게 대비 강도가 강철보다 다섯 배나 강해 저항을 줄이기에 안성맞춤이다. 1992년 이탈리아 팀은 최초로 선체뿐 아니라 돛의 소재로도 카본 복합 섬유를 사용했다.
이처럼 엄청난 설계 및 제작비로 경주용 요트의 대당 원가는 비행기 제작비와 맞먹는 500억~600억 원에 달할 정도다. 부경대 지삼업(해양스포츠학과) 교수는 "아메리카컵과 같은 세계 요트 대회는 단순히 경주를 떠나 각국의 과학기술 경연장으로 여겨지고 있다"며 "한국형 크루저급 세일링 요트 개발의 필요성도 여기에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수준은=유럽 미국 등 세계 각국은 대회 출전뿐 아니라 요트 산업 투자에 적극적이다. 특히 아메리카컵과 같은 대형 경기 출전은 자국 업체에 대한 홍보 효과뿐 아니라 각종 첨단 소재와 기자재 및 부품을 국산화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어 정부 투자가 적극적이다. 뉴질랜드 정부 통계에 따르면 아메리카컵 출전 후 경제적 파급 효과는 2003년 기준으로 5000억 원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우리나라는 요트 산업에 대한 관심이 그리 높지 않다. 대부분 세일링 요트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세계 대회 참가도 전무하다. 일본은 아메리카컵을 1992년부터 3회 출전했으며, 중국도 2005년부터 본격 준비해 올해는 예선까지 진출했다. 지난 2005년 12월 부경대 조선해양시스템공학과는 선조들이 사용한 돛단배의 모형과 원리를 이용해 한국형 세일 크루저 요트 '방방해해'를 개발하기도 했다. 9m(30ft) 규모로 함경남도 재래어선의 선형(고무신 모양)을 참고해 만든 것이다. 올 4월엔 선체 인테리어 자체설비와 함께 바닷물을 음용수로 만드는 워터메이커를 갖춘 15m(50ft)급 메탈 세일 크루저 요트와 13m(43ft)급 모터 요트를 개발하기도 했다.
역사와 지형적으로 요트 개발 요건을 갖추고 있으나 현재까지 우리나라의 요트 기술은 유럽뿐 아니라 아시아에서도 뒤처지고 있다. 일본은 일찍부터 요트 산업의 중요성을 알고 야마하와 같은 유명 브랜드를 키워내고 있으며, 대만과 싱가포르 역시 1990년대 초부터 각종 기자재 표준화 작업으로 요트 생산업체의 경쟁력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부산요트협회 김한준 부회장은 "우리나라는 세계 조선 1위국임에도 불구하고 레저용 소형 선박 분야의 기술은 상당히 뒤처져 있다"며 "미래의 첨단 고부가가치 조선 기술과 산업발전의 바탕인 요트 산업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