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곳곳에서 원자력 발전 개발이 활발하다. 아시아 국가뿐 아니라 유럽 미국 등 그동안 원전 개발에 소극적이었던 국가들까지 원자력 발전에 대한 새로운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전력 생산에서 원전이 차지하는 비율이 40%에 달한다. 보다 안정적인 원자력 발전량을 확보하기 위해 최근엔 차세대 원전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원전 개발의 관건과 차세대 원전의 특징을 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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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형 표준 원전이 울진 원자력 발전소에 설치되고 있는 모습 |
● 각국 원전 적극 검토=현재 전세계에는 440여 기의 원전이 운행되고 있으며 2025년까지 60~80기의 원전 건설이 계획돼 있다. 중국 인도 러시아의 경우 2030년까지 64기의 원전 추가 설립을 계획하고 있다. 2050년 께에는 최대 400여 기가 추가로 들어서 총 1000 기가량 원전이 운행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미국은 21기의 추가 원전 건설 계획을 발표했으며 독일 스페인 등 유럽 국가에서도 원전 재개에 대한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처럼 원전이 재부상한 데는 고유가로 인해 대체 에너지보다 실질적으로 에너지원 확보가 쉽기 때문이다. 중국 브라질 인도 등 개발도상국의 석유 수요 증가와 함께 유가가 급등함에 따라 상대적으로 생산 비용이 낮고 화석연료와 같은 공해를 일으키지 않는 원자력에 대한 필요성이 커진 것이다.
원전은 초기 건설 비용이 2조 원을 넘지만 일단 만들기만 하면 같은 양의 전기를 생산하는데 드는 비용은 석유의 25분의 1 수준에 불과해 경제성이 높다. 화석연료가 산화반응으로 미약한 에너지만 발생시키는 데 반해 원자력은 약간의 연료만 있으면 중성자를 통한 연쇄적인 핵분열을 통해 엄청난 에너지를 발생시키기 때문이다. 한 가정이 1년에 필요한 양의 전기를 생산하는 데 연필 굵기만한 연료 1㎝만 있으면 충분하다. 우라늄의 경우 10층 높이 건물만큼만 있으면 한국이 보유한 원자로 20기를 500년가량 가동할 수 있다. 여기에 온실 가스가 발생하지 않는 점도 원자력의 가치를 높이고 있다.
● '사용후 핵연료' 관건=원자력은 일단 안정성의 문제가 가장 크다. 체르노빌 사고 이후 지난 20여 년간 뚜렷한 대형사고는 없었지만 최근 우리나라의 우라늄 분실 사건 등 소소한 고장이나 사고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 현재 세계 각국은 원자력과 관련된 모든 사건 상황들을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보고해 정보를 공유하는 등 신뢰도를 높이는 데 애를 쓰고 있다.
또 하나 중요한 문제는 사용후 핵연료 처리다. 원자력발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은 사회적 합의에 따라 처리·처분할 방법을 마련해 놓고 있다. 경주의 방폐장 역시 중저준위 폐기물을 처리하는 곳이다. 반면 사용후 핵연료의 처리와 처분에 대해선 우리나라 뿐 아니라 각국이 합의를 도출하기가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2000년 전세계적으로 23만t에 달하는 사용후 핵연료는 2020년이면 46만t으로 배가량 증가할 전망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2016년 전후로 사용후 핵연료 누적이 포화상태에 이를 것으로 예측된다.
사용후 핵연료와 이를 재처리해 생기는 고준위 폐기물에는 플루토늄, 세슘, 우라늄을 비롯해 방사능 반감기가 10만년에 이르는 물질도 포함돼 있다. 하지만 현재 이를 영구 보존할 수 있는 방폐장은 어디에도 마련된 곳이 없다. 일본 프랑스의 경우 재처리 시설이 있지만 이 역시 원자력의 이용이 늘게 되면 제2, 제3의 재처리 공장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 4세대 원전 대안으로=이 때문에 세계 각국은 현재 4세대 원전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차세대 원전으로 불리는 4세대 원전은 사용후 핵연료 처리 문제와 안정성 등 그동안 원전 개발에서 논란이 된 문제점을 해결해 줄 것으로 기대된다. 1950년대 개발된 원형로 형태의 원자로들을 제1세대, 1960년대 상업용 발전로로 운영된 원자로를 2세대, 1980년대 표준화 개량화 등으로 기술개선이 활발하게 이뤄진 원자로를 제3세대로 분류한다.
우리나라는 지난 2000년부터 국가간 연합을 통해 4세대 원전 시스템 개발에 동참하고 있다. 4세대 원전은 크게 안정성과 경제성 핵비확산성, 핵 폐기물의 최소화를 목적으로 한다. 현재 6기가 후보 노형으로 소개돼 있는데 이중 우리나라는 성공 가능성이 가장 높은 소듐냉각고속로(SFR) 시스템과 초고온가스로(VHTR) 시스템 개발에 참여하고 있다. 소듐냉각고속로는 사용후 핵연료를 연료로 사용하며, 초고온가스로는 수소를 효율적으로 생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차세대 원전 모델로 각광받고 있다.
특히 4세대 원전에서는 경수로나 중수로보다 고속로의 부상이 기대된다. 고속중성자를 연료로 사용하는 고속로는 원래 타지 않는 우라늄(U238)을 원자로 내에서 잘 타는 물질인 플루토늄으로 바꿔 최종 플루토늄의 양이 처음 투입량보다 늘어난다는 점에서 '고속증식로'라고 한다. 하지만 원자폭탄의 원료로 쓰일 수 있는 플루토늄이 느는 방식은 핵 비확산의 관점에서 좋은 모델로 볼 수 없다. 이에 증식이 아니라 연소만 가능하도록 고속로를 설계했는데 이를 '연소로'라고 한다. 플루토늄과 같은 연료물질을 만들어 내지는 않지만 사용후 핵연료에 포함된 독성이 강한 물질을 태워 발전하도록 해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우리나라가 개발하고 있는 소듐냉각고속로는 바로 이 연소로의 하나로 여기에 건식 공정을 통해 플루토늄을 분리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핵연료를 반복해서 사용함으로써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하고 사용후 핵연료의 누적을 막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무기 제작 가능성도 낮아지게 했다. 원자력연구소 한도희 박사는 "소듐냉각고속로는 현재 경제성이 떨어지는 단점이 있으나 이는 부품 단가를 낮추는 등 새로운 설계 모델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며 "2016년 개념 설계를 마친 후 2030년께 상용화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