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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태환, 이언 소프 등 수영선수들이 즐겨입는 전신수영복은 표면마찰 저항을 줄이기 위해
상어피부와 같은 조직을 배부위에 붙이거나 피부 돌기를 설치해 제작된다. |
스파이더맨 영화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최근 이탈리아의 한 박사가 스파이더맨 옷의 가능 원리를 발표해 화제다. 실제로 현대 공학 속에는 거미 뿐 아니라 다양한 생체 모방 기술이 적용되고 있다. 상어비늘의 원리를 이용해 박태환 선수의 전신수영복이 만들어졌다. 빗방울을 흘려보내는 연꽃잎, 도마뱀과 홍합의 접착기술 등 자연을 모방한 기술 사례를 살펴보자.
접착력 속 비법
스파이더맨의 주특기는 바로 수직 건물타기. 원하는 곳은 어디든 붙었다 떨어졌다하면서 이동한다. 실제 자연에는 스파이더맨처럼 움직이는 생물체들이 많다. 거미와 개미, 게코도마뱀 등이 대표적인 예다. 이 같은 작은 생물체들이 천정에 거꾸로 매달려 기어갈 때 떨어지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를 설명해 주는 것이 바로 반데르발스 힘의 원리다. 반데르발스 힘이란 전기적으로 중성인 분자들이 극히 근거리에서만 작용하는 약한 인력을 말한다. 거미와 게코도마뱀의 발을 전자현미경으로 자세히 보면 무수한 털 또는 돌기들이 있음을 볼 수 있다. 이 미세한 털과 돌기들이 천장의 표면 분자들과 붙어 떨어지지 않는 상태를 계속 유지할 수 있는 원인이 반데르발스 힘이다. 섬모와 돌기들은 형상에 맞추어 부착하는 표면적을 넓힐 수 있으며 이는 곧 접착력과 직결된다.
곤충의 경우 모세관 원리에 의해서도 부착현상을 설명할 수 있다. 물에 빨대를 꽂아 놓으면 표면과 물분자간의 인력으로 인해 물이 끌려 올라가듯 습한 곳 또는 분비물이 있을 경우 물분자간 상호력이 커져 부착하게 되는 원리다. 게코도마뱀은 분비물이 없는데다 습한 곳뿐만 아니라 모든 곳에서 부착기능이 뛰어나 반데르발스 힘이 가장 큰 것으로 추정된다. 게코도마뱀의 발바닥에는 지름 5~10마이크로미터에 달하는 강모가 수백만 개 덮여 있다. 이 강모는 또 수백개의 섬모로 구성돼 있는데, 이같은 수많은 섬모가 모이면 도마뱀 무게의 수십 배를 벽면이나 천장에 붙일 수 있다.
게코도마뱀 등의 접착 비밀은 2000년 미국 연구팀이 밝혀냈다. 이후 게코도마뱀의 섬모를 인공적으로 제작하는 가능성에 대한 연구가 이어져 왔다. 하지만 반데르발스 힘이나 모세관 힘에 의해 접착까지는 가능해도 탈부착이 가능하도록 만드는 데는 쉽지 않았다. 최근 이탈리아의 물리학자인 니콜라 푸뇨 박사는 탈부착이 가능할 정도의 스파이더 맨 옷을 만들 수 있는 공식을 정립해 물리학 저널에 발표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 연구는 접착 가능 여부에서 나아가 나노기술에 의해 접착력의 수준을 조절한다는 점에서 한 발 앞선다고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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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코도마뱀 발바닥(왼쪽)과 귀뚜라미를 본딴 도약형 보행로봇. |
곤충·식물 메커니즘 이용 활발
생체 모방 또는 자연 모사 기술은 그 이름이 붙여지기 전부터 다양한 부분에서 이용되고 있다. 거미의 경우 오랫동안 거미줄과 같은 특성을 모방하려는 연구가 이뤄져 왔다. 거미줄은 보기와 달리 강철보다 5~10배의 강도를 갖는다. 특히 거미줄은 늘일수록 탄성계수가 커져 강도가 높아진다. 캐나다 생명공학회사 넥시아에서는 이 같은 자연 거미줄의 특성을 갖는 인공 거미줄 바이오스틸을 만들기도 했다. 인공 거미줄은 실제 거미줄 수준인 10마이크로미터에서 수백 나노미터까지 다양하게 조절할 수 있다. 이 같은 나노섬유는 의료용 봉합사나 화상을 치료하는 데 쓰는 거즈로 유용하다.
연꽃잎 효과를 이용해 차량 세척제 또는 차량용 필름을 만들기도 한다. 연꽃잎에는 무수한 돌기가 있으며 돌기마다 더 작은 돌기들이 나 있어 비가 떨어져도 물방울이 퍼지지 않고 밀어내 맺히는 효과를 낳는다. 이 원리를 응용해 만든 필름을 차량 거울에 붙이면 따로 청소하지 않아도 깨끗함을 유지할 수 있다. 또 섬유 올 하나하나에 돌기를 만들어 비에 젖지 않는 옷, 세탁이 필요하지 않은 옷도 만들 수 있다.
이외에도 상어비늘 돌기가 표면마찰을 줄여주는 원리를 응용해 전신수영복 또는 배 잠수함 항공기 등의 유체저항을 줄이는 데 응용하고 있다. 화성탐사로봇, 잠자리 로봇 등 곤충을 비롯한 생물체의 특수 기능을 본딴 로봇도 제작되고 있다. 순천향대 이병천 교수는 대나무 조직의 원리를 이용해 인공뼈에 이용할 수 있는 유연하면서도 강한 생체세라믹 재료를 개발하기도 했다.
지역 연구현황
부산대 이민철(기계공학부) 교수는 학부 과제로 곤충의 외형과 움직임을 본딴 로봇 제작을 수년간 진행하고 있다. 한 예로 도약형 보행 로봇은 귀뚜라미가 다리의 관절각을 조절해 울퉁불퉁한 지형이나 경사면에서 빠른 속도로 이동하는 원리를 응용한 것이다. 이외에도 자벌레 개미 등의 움직임을 본따 인간이 활동할 수 없는 위험지대나 특수 지대에 응용 가능한 로봇을 만들기도 했다. 이민철 교수는 "곤충은 특수 지형이나 환경에 맞춰 일부 기능이 고도로 발달돼 왔다"면서 "곤충의 생체 메커니즘을 흉내내는 것은 로봇의 효율을 높이는 것과 직결된다"고 말했다. 실제 미국 국방성은 인간이 수행할 수 없는 환경에서 정찰 또는 공격용으로 곤충을 본딴 로봇을 활용하고 있다.
지난 7월엔 재미과학자 이해신 씨가 포함된 미 연구팀이 도마뱀과 홍합의 접착력을 결합해 만든 접착제를 개발, 같은달 19일자 네이처지 표지 논문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 접착제는 게코도마뱀 섬모를 인공적으로 제작한 후 홍합의 접착물질(DOPA)을 코팅한 것이다. 기존의 인공 도마뱀 섬모보다 접착력이 뛰어날 뿐 아니라 물속에서도 접착력이 유지되는 강점을 지닌다.
한국기계연구원의 미래기술부에서는 게코도마뱀을 모사한 건식부착물과 연꽃잎 또는 토란잎 효과를 응용해 초발수표면 제작을 진행하고 있다. 단국대 문명진(생물학과) 교수는 거미줄의 제작 비밀을 연구하고 있다. 문명진 교수는 "가늘면서도 높은 강도를 갖는 거미줄의 특징은 거미줄이 나오는 분사 구멍의 미세한 크기와 관련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전기방사시 사용되는 노즐 크기를 줄여 인공 거미줄의 기능을 재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