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가지 대표적 이동설
- 빙하설 대륙이동설 기온영향설 먹이설
- 절대적 정설은 없으며 여러 학설이 복합적으로 작용

◇ 방향타 어떻게 잡나
- 발달한 시력에 의존하거나 지구 자력 인식
- 별자리 이용 또는 계절풍 편승 등 다양한 학설 복합적

◇ 수천수만 군무의 이유
- 천적으로부터의 방어와 먹이사냥 위함
- 가창·청둥오리 기러기 고니 갈가마귀 등이 무리지어

◇500~1000m 상공
- 기러기는 보통 500~600m, 육지에선 1000m까지 날아
- 강풍·야간·바다에선 저공 … 까마귀 등 일부 한계는 1만m

민물도요

'철새들의 비상'. 겨울철새들이 본격 도래하기 시작하는 계절이다. 낙동강하구와 주남저수지 우포늪 등 부산과 경남지역 유명 철새도래지에는 청둥오리 고니 기러기 가마우지 갈매기 등 다양한 겨울철새들이 하나 둘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겨울철새가 경이로운 것은 수천 수만 마리가 무리지어 움직이며, 강 하구나 호반을 아름답게 수놓는다는 것이다. 추운 겨울 수만 마리의 철새들이 군무하는 모습은 한마디로 장관이다. 이들 철새가 그토록 먼 거리를, 왜 어떻게 이동하는 것일까. 또 왜 군무를 할까. 철새의 계절에 가족들과 탐조하려면 어떻게 하면 될까.


언제부터, 왜 이동하나

기러기 가마우지 도요새 등은 대부분 시베리아 일대에서 이동해온다. 적어도 수천 ㎞를 날아왔다. 철새들의 이동 기원에 관한 학설은 여러 가지가 있다. 우선 '빙하설'이다. 빙하기가 도래해 춥고 먹을 게 부족하자 새들이 이동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대륙이동설'도 있다. 고대에 대륙이 이동하면서 본래 고향을 찾아 이동하는 습성이 생겼다는 설이다. 또 적당한 기온을 찾아 옮겨다닌다는 '기온영향설'과 먹이가 많은 곳을 찾아다니다 보니 이동하게 됐다는 '먹이설'도 있다.

이처럼 여러가지 학설이 있지만 절대적인 정설은 없다. 철새에 따라 적게는 수백 ㎞에서 멀게는 시베리아에서 호주까지 1만 ㎞ 이상을 옮겨다닌다. 즉 철새에 따라 다른 설이 적용될 수 있고, 두가지 이상 학설이 적용되기도 한다. 대체로 이들 학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보는 게 타당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방향을 어떻게 찾나

철새가 방향을 잡는 것도 여러 가지 학설이 있다. 먼저 '시력설'이 있다. 새의 시력은 대단히 발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천 m 상공에서 내려다보면 이동경로를 알 수 있다는 것이다. 거대한 자석인 지구의 자력을 인식한다는 '지자기설'도 있다. 이는 철새의 뇌에 자철광이 많이 포함돼 있다는 사실에 근거한다. 하지만 이동하지 않는 텃새의 뇌에도 자철광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야간에 별자리를 보고 이동한다는 '성좌설'과 계절풍을 따라 이동한다는 '계절풍이동설'도 있다. 이밖에 '지구자전설' '천체콤파스설' '유전자설' '환경설' 등 다양한 학설이 존재한다. 이 같은 이동설 역시 하나의 정설은 없다. 새의 종류나 이동경로 거리 등에 따라 하나만 이용하기도 하고, 몇가지를 동시에 이용하기도 한다. 우리나라 철새 중 독수리는 편서풍을 타고 오며, 뜸부기도 계절풍을 타고 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멀리서 이동하는 철새의 경우 여러가지를 복합적으로 활용한다고 봐야 한다.


왜 군무를 하나

최근 서해안 천수만을 찾은 가창오리떼의 군무가 방송 화면을 타면서 눈길을 끌었다. 철새 중에는 한 마리씩 이동하는 종류도 있지만 무리를 지어 이동하는 종류도 있다. 가창오리 청둥오리 등 오리종류와 기러기 고니 갈가마귀 떼가마귀 등이 무리를 짓는다.

철새들이 무리를 짓는 것은 몇 가지 이유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하나는 천적으로부터 방어하는 데 유리하기 때문이다. 새들이 무리지어 날면 포식자인 매가 무리속으로 들어가지 않는다. 다만 무리 주변의 새를 공격하게 된다. 그러다 보니 철새들은 더욱 무리 가운데로 들어가려는 경향을 보인다. 모여 있으면, 적을 발견하고 대처하기가 용이하다. 한 마리씩 있으면 포식자의 먹이가 되기 십상이다. 또 무리를 지으면 먹이 찾기도 쉽다고 한다.


얼마나 높이 날아가나

가을 하늘을 쳐다보면 기러기떼가 날아가는 모습을 흔하게 볼 수 있다. 맨앞에 리더가 날고 그 뒤로 편대를 이루듯 무리지어 날아가는 모습이 장관이다. 이들 철새는 얼마나 높이 날아갈까. 보통 500~1000m 정도라고 한다. 기러기는 보통 500~600m 상공을 날고, 육지에선 1000m까지 올라간다. 높이가 늘 일정하진 않다. 바람이 세거나 야간에는 낮게 난다. 또 육지에서는 높이 날고 바다에서는 낮게 날아간다. 그러면 새가 날아 오를 수 있는 최대 높이는 어느 정도일까. 1만 m 정도가 한계라고 한다. 물론 이 정도 높이 나는 새는 까마귀류 등 극히 일부 종이다. 1만 m를 한계로 보는 것은 8000m가 넘는 에베레스트를 넘는 새들이 간혹 목격되기 때문이다.


부산 경남지역 철새들

낙동강 하구의 새 중 텃새는 30% 정도이며 나머지는 모두 철새다. 철새 중에는 우리나라에서 잠시 쉬었다 더 남쪽으로 내려가는 나그네새도 포함된다. 도요새나 물떼새가 대표적인 나그네 새다. 도요새는 우리나라를 거쳐 동남아와 호주로 이동한다. 현재 낙동강 하구에는 대략 220종의 새가 발견되며, 10만여 마리가 월동하는 동양 최대의 철새도래지다. 낙동강 하구는 고니류의 낙원으로 우리나라 고니류의 70%가 이곳에서 월동한다. 주남저수지와 우포늪에도 약 180여 종의 새들이 겨울을 난다.

낙동강 하구에 흔하게 볼 수 있는 겨울철새는 청둥오리 넓적부리오리 홍머리오리 고방오리 등 오리의 종류가 많고 붉은머리갈매기 고대갈매기 등 갈매기류와 기러기 가마우지 농병아리 등이다. 주남저수지에는 가창오리와 쇠기러기 등이 많고 멸종 위기종인 재두루미 70마리 정도가 월동한다. 우포늪에는 큰부리갈매기 4000여 마리가 월동하며, 고니 오리 도요새 종류도 많다. 물꿩 호사도요 등 희귀 조류도 번식하고 있다. 가창오리는 낙동강 하구에 많았으나 습지가 줄면서 천수만과 해남쪽으로 많이 옮겨갔다. 이 밖에 경남 일원의 장척지(창녕) 번개늪(창녕) 화포습지(김해) 정양늪(합천) 대학지(창녕) 등 널리 알려지지 않은 습지에도 철새들이 많이 찾고 있다.


탐조 어디서 어떻게

부산 경남지역에서 철새 관찰을 하려면 낙동강 하구와 주남저수지 우포늪을 찾으면 된다. 낙동강 하구는 부산시내여서 가족단위로 부담없이 다녀올 수 있고, 수시로 들러 철새들의 도래현황을 체크할 수도 있다.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주남저수지나 우포늪을 찾으면 된다.

낙동강 하구의 탐조포인트는 명지주거단지앞 명지갯벌, 을숙도 남단 탐조대, 신호동 신호초등학교앞 신호갯벌 등이다. 낙동강 하구 전체를 내려다 보려면 다대포 아미산의 몰운대 성당앞에 가면 된다. 주남저수지와 우포늪에는 전망대가 설치돼 있다. 둑에 올라 관찰하기 좋은 자리를 찾을 수도 있다.

초보자라면 환경단체인 '습지와 새들의 친구'가 운영하는 탐조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된다. 올 연말까지 매주 토요일 '주말생태학교'를 열어 탐조활동을 하고 있다. 낙동강 하구 일대에서 탐조활동을 한다. 시민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참가신청은 전화(051-205-5283)나 홈페이지(www.wbk.or.kr)로 하면된다. 탐조장비는 일반 쌍안경도 괜찮다. 본격적으로 탐조를 하려면 탐조용 망원경을 구입하는 게 좋다. 가격은 수십만 원에서 수백만 원까지 다양하므로 환경단체나 전문가의 지도를 받도록 한다.


취재도움 : 습지와 새들의 친구들, 우용태 경성대 조류관 관장, 이찬우 한국람사르습지센터 생태연구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