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중국 다음은 한국?
이른바 '동북아 3국' 가운데 일본과 중국이 잇달아 자국에서 달탐사 로켓을 발사하는 데 성공했다.
그렇다면 우리도 달 탐사 로켓을 발사할 수 있을까.
고도의 기술과 천문학적인 자금이 투입된다는 우주탐사가 우리의 힘으로 가능할까.
일본과 중국 두 나라는 각각 '가구야'와 '창어'라는 전설이나 동화속의 여성을 이름으로 하는 로켓을 쏘아올렸다.
모두 달에 승천한 여성들이다.
순서대로라면 다음은 우리 차례다.
이번 중국의 달 탐사 로켓 발사 소식에 '우리는 언제일까'란 의문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우리의 우주기술은 어디까지 와 있을까.
또 언제쯤 달 탐사 로켓을 발사할 수 있을까.
아울러 앞서간 선진국들의 이른바 '우주전쟁'은 어떻게 진행될까.

달탐사, 우리는 2020년

정부가 아직 공식 발표는 하지 않았지만 현재 위성발사 등 우주개발에 대한 로드맵을 거의 완성했다. 현재 관계 부처 협의단계이다. 오는 20일 국가우주위원회 실무위 심의를 거쳐 최종 확정할 계획이어서 빠르면 11월 중 로드맵을 발표한다. 달탐사 계획의 골자는 오는 2020년 달궤도에 탐사 위성을, 2025년에 달착륙선을 발사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지금부터 10년 뒤인 2017년부터 달탐사위성 개발에 착수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 과학기술부 김창우 우주기술심의관은 "자원의 확보 등을 이유로 세계가 달탐사 경쟁에 나서고 있다"면서 "우리도 기술력이 급속히 발전하고 있어 우주개발에 본격 나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불붙은 우주전쟁

미국이 주도하던 우주개발에 러시아 EU에 이어 중국 일본 인도 등 아시아 국가들까지 도전장을 내밀었다. 미국은 막강한 국력을 무기로 '로봇을 이용한 달탐사'(2014년), '화성무인탐사'(2018년), '행성탐사'(2020년) 등의 계획을 세우고 있다. 구소련 이후 국력이 약해지면서 우주개발에 뒷짐을 졌던 러시아가 최근 오일달러로 고도성장을 구가하면서 우주개발 경쟁에 뛰어들었다. 러시아 연방우주청은 최근 2025년까지 달에, 2035년까지는 화성에 유인우주선을 보낸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2028년께에는 달에 유인우주기지를 건설한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EU는 오로라(Aurora) 프로그램에 따라 우주개발 및 유인우주선 발사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아시아에서는 일본이 지난 9월14일 달탐사 우주선 '가구야'를 쏴 올린 데 이어, 중국이 지난달 24일 쓰촨성 시창위성발사센터에서 '창어 1호'를 발사해 달탐사를 시작했다. 인도도 내년 중 역시 달탐사선인 '찬드라얀 1호'를 발사할 계획이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서 제작중인 한국형 로켓 KSLV-1호. 2008년말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된다.

왜 우주개발에 매달리나

각 나라가 우주개발에 열을 올리는 데는 몇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우주산업이 전후방 효과가 크다는 점이다. 전자제어 컴퓨터 항공 등 산업 파급효과가 엄청나다. 두 번째는 국민들의 자긍심을 높일 수 있다. 중국이 이번에 달탐사 로켓을 발사한 것도 최근 고도성장으로 구축된 국력을 과시한 것이란 지적이다. 당연히 중국 국민들도 열광하고 있다. 세 번째는 공공복지의 차원이다. 방송·통신위성 등 상업위성이나 공공위성을 쏘아올림으로써 많은 사람들이 혜택을 본다. 네 번째는 달이나 화성을 탐사함으로서 방대한 자원을 선점하는 효과가 있다.

또다른 측면으로 상업성을 들 수 있다. 통신위성인 무궁화 위성을 쏘아올린 비용을 보자. 무궁화 1, 2호기 비용이 당시 2037억 원, 3호기 3505억 원, 5호기 2700억 원이 각각 들었다. 1~3호기는 미국 록히드마틴사가, 5호기는 프랑스 알카텔사가 각각 발사했다. 우리 기술이 있다면 많은 돈을 외국기업에 주지 않아도 된다. 우주산업이 엄청난 부가가치를 가져올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우리나라 위성발사와 기술 수준

우리나라는 지난 92년 '우리별 1호'를 발사한 이래 93년 '우리별 2호', 95년 방송통신위성인 '무궁화 1호'를 쏘아올리는 등 지금까지 모두 10기의 위성을 발사했다. 우리별 1~3호와 아리랑 1, 2호 과학기술위성 1호 그리고 무궁화 1, 2, 3, 5호 등이다. 90년대 이후 우주개발 사업에 뛰어들어 선진국에 비해 많이 늦었지만 정보통신 기술의 급속한 발전에 힘입어 최근 비약적인 발전을 이뤄나가고 있다.

우주산업은 크게 인공위성 제작과 위성발사 그리고 위성체 운영 등으로 나눌 수 있다. 이 중 위성 개발은 우리별 아리랑 위성 등을 개발하면서 기술을 축적해 가고 있다. 소형 위성개발 분야는 상당한 수준에 와 있음을 볼 수 있다. 위성발사와 운영은 현재 외나로도에 건설하고 있는 '나로우주센터'의 건설이 관건이다. 내년말 국내 최초로 우주선을 쏘아올리게 된다. 첫 로켓 발사를 성공적으로 이끈다면 우리나라도 본격 우주개발국으로 등록된다.

지난 9월 14일 발사된 일본의 달탐사선 '가구야'호(왼쪽)와 10월 24일 중국이 쏴 올린 '창어1'호의 발사 장면.

'나로우주센터' 어떻게 진행되나

이 센터가 완공되면 우리나라는 세계 13번째 우주센터를 보유하는 나라가 된다. 미국 러시아 중국 일본 인도 프랑스 브라질 카자흐스탄 호주 이스라엘 파키스탄 캐나다 등 12개국이 현재 우주센터를 갖고 있다. 나로우주센터 공정률은 99% 이상이다. 이미 완공단계다. 다만 우주선 발사대를 만드는 작업이 남아있다. 발사대는 쏘아올릴 로켓의 특성 등을 고려해야 하므로 시간이 더 걸린다.

내년말 역사적인 첫 로켓발사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할 첫 로켓은 KSLV-1(한국형로켓 1호). 100㎏급 무인 인공위성을 지구 저궤도에 진입시키는 게 사업의 골자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지난 2002년부터 이 로켓을 제작하고 있다. 로켓을 만들어 발사하는데 모두 5098억 원의 예산이 투입된다.

인공위성의 크기는 100㎏으로 소형이지만, 이 위성을 쏘아올리는 발사체는 무려 140t에 달한다. 총길이는 33m, 직경 2.9m이다. 연료는 등유와 액체산소가 사용되고, 2단 추진형 로켓으로 만들어진다.

우주산업 전망

우리나라는 내년부터 2015년까지 '과학기술위성 2호'와 '다목적실용위성' '통신해양기상위성' 등 대략 10여기의 위성을 발사할 계획을 갖고 있다. 이들 위성은 대부분 해외에서 발사한다.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할 2호 위성은 2015년으로 예정된 'KSLV-2'(한국형로켓 2호)이다. 그 다음 수순이 달탐사위성의 개발이다.

인공위성 개발은 6배 이상의 시장 창출효과를 발생시킨다. 지난 1996년부터 2004년까지 9년 평균 위성개발비 대비 관련산업 매출액은 6.63배에 달했다. 지난 2005년 세계에서 쏘아올린 위성수가 75기였다. 오는 2015년 우주산업의 시장규모가 3000억 달러에 달할 것이란 예상이 나와있다. 우리나라가 우주산업에 매진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부산대 조겸래 교수는 "국력이 큰 나라들이 앞다투어 우주개발에 뛰어드는 것은 부가가치가 크기 때문"이라면서 "고도기술을 요하는 우주산업은 선점효과가 크므로 더욱 매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취재도움=과학기술부,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나로우주센터, 과학기술부 김창우 심의관, 부산대 조겸래(항공우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