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토 쿨링센터. 토론토시는 지난달 20일 35도에 가까운 폭염이 내리쬐자 대피시설인 쿨링센터를 개방했다. CBC 제공

- 몬트리올市, 3000만달러 투입
- 2010년부터 폭염대책반 운영
- 노인 어린이 만성질환자 등
- 보호에 초점… 방문서비스도
- 공공청사 쉼터로 모두 개방

- 토론토市, 매년 폭염모니터링
- 환경국, 컨트롤 타워 맡아
- 약·식수 배달·긴급전화 운영
- 도심 주요건물 쿨링센터 활용

- 독거노인 비율 높아진 한국
- 온난화 재앙 대비책 마련시
- 대피소 마련·관계기관 소통을

2010년 7월 5일 오전 11시, 캐나다 '제2의 도시' 몬트리올의 기온은 갑자기 40도에 육박했다. 4월에도 눈이 내리는 도시에 때아닌 폭염이 덮친 것이다.

퀘벡 라발대학교의 피에르 고슬린(약학과) 교수는 자동으로 발송된 이메일을 받았다. 몬트리올을 비롯한 퀘벡주 남부에 긴급 폭염경보가 발령된 것이다. 몬트리올의 소방서와 환경직·보건직 공무원, 경찰서 등에도 동시에 '폭염, 실제 상황'이라는 경보가 전달됐다. 퀘벡주 공공보건기구의 책임자인 고슬린 교수에게는 실시간으로 몬트리올의 공기오염 정도와 구급차 이동에 필요한 도로 상황, 날씨 예보 등 각종 정보가 쌓이기 시작했다.

몬트리올 시는 '폭염 대책 시나리오'를 즉각 가동했다. 땡볕에 나가지 말라는 주의사항이 시민에게 전달됐고, 소방관과 경찰관들은 합동으로 노인과 저소득층, 만성질환자들이 밀집한 지역을 순찰했다. 도심 내 수영장은 시간 연장 및 풀 가동에 들어갔으며, 에어컨 시설이 있는 공공청사는 쉼터로 모두 개방됐다.

'캐네디언 지오그래픽'의 보도에 따르면 같은 달 8일까지 나흘간 폭염이 계속됐고, 캐나다 환경국은 몬트리올 역사상 가장 강한 열파라고 분석했다. 8일 하루 동안만 80여 명이 무더위 때문에 숨졌다.

■철저한 온난화 재앙 대비책

	온타리오 호수에서 바라본 토론토 다운타운. 토론토시는 폭염에 대비해 열파경보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김용호 기자

1995년 7월 12~16일 사이, 미국 시카고에서는 낮 최고기온이 41도까지 치솟았다. 닷새 만에 740명이 폭염 때문에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2003년 여름, 유럽에 사상 최악의 폭염이 기승을 부렸다. 프랑스 파리에서만 4800여 명, 유럽 전체로는 7만여 명이 폭염으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캐나다 퀘벡주와 몬트리올시가 기후변화 적응대책을 세우기 시작한 것은 폭염으로 유럽의 대재앙을 목격하고 난 뒤다. 고슬린 교수를 총 책임자로 3000만 달러를 투입해 2010년 6월 1일, 폭염대책반(Extreme heat wave portal) 운영을 위한 시스템을 구축했다. 몬트리올에 폭염이 닥치기 불과 한 달여 전이다.

고슬린 교수는 "폭염과 관련해 준비한 모든 시스템은 적절하게 가동됐다. 그러나 당시 폭염은 앞으로 더 많이 닥치게 될 온난화 재앙의 한 가지 샘플에 불과했다"고 말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패널(IPCC) 3차 보고서에 따르면 여름철 기온이 2∼3도 증가하면 극단적으로 더운 날의 발생빈도가 배가량 늘어난다. 2007년 발표된 4차 평가보고서는 연평균 기온이 3~6도 오르면 기온에 민감한 각종 질환자의 발생률이 큰 폭으로 증가하는 것으로 나와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오존층 감소와 해수면 상승, 수인성 전염병, 대기오염, 폭염 등의 현상을 기후변화로 인한 대표적인 건강위험 요인으로 제시하고 있다. 피부암은 물론이고 설사, 모기로 인한 감염 등으로 질병에 걸리거나 심지어 사망하는 사례가 속출할 것이란 보고다.

■약자 보호 시스템 구축 중요

기후변화 적응에 가장 취약한 계층은 노인과 어린이, 저소득층, 만성 질환자다. 노인비율 특히 독거노인이 많은 우리나라는 기후변화 적응 대책을 세울 때 반드시 이 부분을 고려해야 할 것으로 지적된다.

노인과 저소득층이 폭염에만 취약한 것은 아니다. 난방비 부담이 큰 빈곤층은 한파에도 제대로 대비하기 어렵다. 가난하고 거동이 어려운 노인들은 새로 출현하는 질병에 대응하기도 어려운 게 사실이다. 실제로 시카고나 유럽, 몬트리올에 극단적 폭염이 덮쳤을 때 피해는 일부 집단에 집중됐다. 사망자 대부분이 도심에 사는 빈곤층 노인이었다. 에어컨과 같은 냉방시설이 없거나 있어도 전기료 때문에 가동하지 않고 더위를 견디려다 사고를 당한 것이다.

인구 약 300만 명이 사는 캐나다 최대도시 토론토는 열파경보시스템(Heat Alert System)을 운영하고 있다. 폭염경보가 내려지면 도심의 주요 공공건물은 해제될 때까지 쿨링센터로 활용된다. 부산 해운대 벡스코와 비슷한 전시장인 메트로홀까지 합치면 한꺼번에 수천 명을 수용할 수 있다. 토론토시 공무원들은 환자와 사망자 발생을 막기 위한 일에 긴급 투입된다.

■"필요한 곳에 즉시 대책을"

토론토시 공무원들은 매년 5월 15일부터 9월말까지 폭염 모니터링을 한다. 온도 습도 풍향 등을 체크하면서, 평소보다 사망자 숫자가 50% 이상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될 때 경보를 발령한다. 경보 발령과 동시에 경찰 소방 병원 등 관계기관에 즉시 통보된다. 노인 어린이 여성 만성질환자 등의 보호에 초점을 맞춘 폭염대책(Hot Weather Response Plan)은 즉각 가동에 들어간다.

대책은 해마다 개정된다. 2012년 개정안에 따르면 토론토 시청 내 보건국과 경찰 소방서는 물론이고 공공도서관 의료기관 적십자 동물보호소 주택국까지 25개 기관이 대책에 참여한다.

환경국이 컨트롤 타워 역할을 맡으며, 홍보국은 각종 정보를 언론을 통해 제공한다. 토론토 시는 냉방장치가 있는 호스텔 등이 노숙자에게 제공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한다. 공원관리국은 시민들에게 수영장이나 공원에 있는 그늘로 대피할 것을 권고한다. 도서관도 대피소 역할을 한다. 시청이 운영하는 긴급전화 '311'은 실시간 폭염 관련 상담을 한다. 적십자 직원들은 구급약품이나 식수를 필요한 곳에 배달하며, 켄트 주립대와 캐나다 환경부는 실시간 기상 변화를 토론토 시청에 전달한다.


# 로슨 오츠 토론토시 환경국장

- "사회보장제도 손질 통한 사회적 약자 보호가 기후변화 적응 중점 대책"

로슨 오츠(사진) 토론토시청 환경국장은 기후변화 적응대책팀을 이끌고 있다. 토론토시의 기후변화적응 팀에는 물 건강 교통 재난 등 관련 분야 관계 공무원들이 모두 포함된다. 한 달에 최소한 한 번씩은 만나 현안을 토의하고, 새로운 정보를 주고 받는다.

오츠 국장은 "특히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한 경우에는 더 자주 회의가 개최된다. 때로는 관련 전문가까지 초청해 시청의 정책방향을 어떻게 결정해야 할지 논의한다"면서 "시청의 거의 모든 행정이 온난화에 대한 인식을 깔고 추진되며, 기후변화 적응대책을 세우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소통"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갈수록 심각해지는 지구 온난화에 대해 토론토시는 심각한 우려를 갖고 있다"면서 "지난 2005년 8월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져 주요 간선도로인 핀치 애비뉴(거리이름)가 쓸려나갔으며, 약 50억 달러의 재산피해가 났다. 4200가구가 침수 피해를 당했다"고 말했다. 그는 "2007년에는 석 달 이상 비가 내리지 않아 최근 50년 가운데 가장 심각한 가뭄 피해를 입은 적도 있다"며 "예전에 토론토는 토네이도와 상관없는 도시라고 생각됐지만 2005년부터 양상이 바뀌고 있다"고 소개했다.

오츠 국장은 "기후변화 적응 대책 가운데 중점을 두는 분야는 공기의 질을 깨끗하게 유지하는 것과 사회보장제도 손질을 통한 사회적 약자의 보호"라고 규정했다. 폭염이나 한파가 닥칠 때 미리 준비한 시나리오에 따라 신속하게 대처가 이뤄지도록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여름을 앞두고는 지역마다 마련된 쿨링센터와 메트로홀 등의 에어컨을 시험 가동하면서 노인과 만성질환자 등이 언제든지 대피할 수 있도록 대비한다.

토론토시는 대규모 재난이 닥쳤을 때 '이웃을 체크하는 시스템'을 정착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주변에 노약자가 살고 있을 경우 홍수 열파 등의 상황에서 함께 대피할 수 있도록 교육을 실시한다. 긴급 재난상황이 벌어지면 라디오 TV 뉴스 등을 통해 별도의 대피 안내방송을 내보내며 특히 열파경보가 내려지면 곧바로 자동차 사용을 줄이고 외출을 자제하도록 하고 옷을 가볍게 입도록 유도한다.

오츠 국장은 "선진국이 기후변화에 책임있는 자세를 보여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대도시라면 온난화 적응 대책에 있어서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그것은 일종의 책임감"이라고 말했다. 토론토시는 2007년부터 '기후변화, 맑은 공기 그리고 재생가능에너지 관련 행동계획'을 시의회에서 만장일치로 통과시켜 운영 중이다.

캐나다 토론토

※이 기사는 지역신문 발전기금을 지원받아 취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