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 부…"출혈경쟁·통신료 줄어" 만족
- 소비자…"최신폰 구매 기회 뚝" 불만
- 제조사…"고가폰 판매량 감소" 울상
- 이통사…마케팅비 절감 최대 수혜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시행 후 휴대전화 구매와 통신생활이 어떻게 달라지셨나요?'
지난달 21일부터 10일간 미래창조과학부 페이스북에서는 단통법 시행 이후 달라진 통신비와 생활상에 대한 덧글 달기 이벤트가 진행됐다. 아마 이벤트를 기획한 미래부는 '소비자 간의 차별이 해소되고 이통통신사도 출혈경쟁을 줄이게 됐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기대했을 것이다. 그러나 댓글에는 '다같이 보조금을 적게 받아서 공평해졌다' '단말기 요금이 비싸져서 중고폰을 구매해 가계통신비가 줄어든 것 뿐이다'라는 등 불만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정부가 휴대전화 단말기 시장의 유통질서를 바로잡기 위해 실시한 단통법이 1일로 시행 1년을 맞았다. '단통법 1년'에 대한 평가는 정부와 기업, 소비자 모두가 극명하게 엇갈린다. 정부는 단통법 시행으로 기존 지원금 경쟁이 줄어들고 단말기 출고가가 인하됐으며, 요금·서비스 경쟁으로 통신 시장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왔다고 평가한다.
미래부에 따르면 70만 원 이상 고가폰 비중은 단통법 시행 전인 지난해 9월 54.4%에 달했지만 올해 8월에는 51.5%로 줄어들었다. 60만~70만 원 대 고가폰 비중도 13.5%에서 9.5%로 감소했다. 반면 40만 원 미만의 저가폰 비중은 18%에서 28.1%로 확대됐다.
고가 요금제와 프리미엄 스마트폰을 묶어 판매하는 행태가 사라지고 소비자들이 기호에 맞는 단말기와 요금제를 선택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 단통법 1년에 대한 정부의 평가다.
미래부는 이와 함께 보조금을 받는 대신 요금할인을 받는 '지원금에 상응하는 요금할인' 제도 도입으로 지원금 수혜자와 비수혜자가 차별이 완화됐다고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이 같은 통계를 '정부의 자화자찬'이라고 평가한다. 새로 출시된 휴대전화에 장착된 새로운 기능을 이용하고 싶어도 고가의 휴대전화 가격으로 인해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중저가폰을 찾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출시 15개월이 지난 스마트폰의 경우 보조금 제한을 받지 않기 때문에 비교적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지만 이마저도 쉽게 구할 수 없다.
'지원금에 상응하는 요금할인' 제도 역시 일정 요건을 만족해야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통신비 인하를 체감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보조금을 받는 대신 추가 20% 요금할인 지원을 받으려면 개통 후 24개월이 지난 단말기를 이용하는 경우인데,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의 휴대전화 평균 이용기간은 1년 7개월에 불과하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전병헌 의원실에 따르면 지원금을 받지 않는 '자급제폰' 가입자 수는 올해 7월 기준 78만5000명이다. 이는 전체 가입자 수의 0.1%에 불과하다.
보조금 출혈경쟁이 사라지면서 단통법 최대 수혜자는 이통3사가 됐다. 지원금 상한이 최대 33만 원으로 되면서 이통사들은 막대한 마케팅 비용을 절감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지난 2분기 KT는 3688억 원의 영업이익을 내면서 적자에서 흑자로 돌아섰고 LG유플러스는 전년 대비 영업이익이 배로 늘어나 1924억 원을 기록했다. SK텔레콤도 특별퇴직 비용 1100억 원을 감안하면 4129억 원의 영업이익은 적잖은 규모다. 올해 이통3사의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80% 증가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반면 휴대전화 제조사는 고가의 휴대전화 판매가 줄어들어 어려움을 호소하고, 중소 영세 판매점은 이통3사가 직영점과 대리점을 늘리면서 경영난을 겪게 됐다. 미래부에 따르면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6월까지 단말기 판매량은 1130만 대로 전년 보다 110만 대 감소했다. 업계에 따르면 단통법 시행 이후 개인 판매점은 3500여 곳이 폐업했으며, 이통사 직영점은 600여 곳이 늘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