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앱·재해보험 상품 개발 유도

- 부산항 정밀파랑예측정보 등
- 기업·개인 등 맞춤형으로 특화
- 민간 기상정보시장 점점 커져

인공지능(AI) 바둑기사 ‘알파고’와 AI 의사 ‘왓슨 포 온콜로지’가 등장하면서 4차 산업혁명과 AI가 우리의 일상 속으로 성큼 다가왔다. 변덕스러운 날씨에 낭패를 본 많은 사람은 ‘AI 예보관’이 탄생하길 학수고대하고 있다.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상이변 등 변수가 많아지면서 슈퍼컴퓨터도 날씨를 정확하게 예측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 1월 하순 제주도 폭설로 인한 항공기 무더기 결항사태에 이어 지난해 10월 초 가을 태풍 차바 내습으로 난리가 났다.

‘태풍 관련 위험기상재해 예방을 위한 기상정보 활용시스템 개발사업’을 수행 중인 인제대 대기환경정보연구센터가 지난 2월 부산 제주 전남 주민 5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자연재해 중 가장 먼저 떠오는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태풍과 지진이 각각 50.6%, 41.4%로 1, 2위를 차지했다고 27일 밝혔다. 응답자의 65.2%가 태풍 관련 기상청의 기상특보에 대체로 만족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박종길 대기환경정보연구센터장(환경공학과 교수)은 “사람들이 현재 태풍특보의 예측정확도와 정보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인식하고 있을 뿐 아니라 태풍특보 발효 시 추가적으로 제공되기를 바라는 정보는 태풍 관련 기상 요소 정보, 태풍으로 인한 피해규모 예측 정보, 특보발령단계별 피해 저감을 위한 대처방안”이라고 말했다.

기상청도 단순 기상정보뿐 아니라 사회·경제적 정보를 종합 분석해 날씨가 우리사회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을 예측하는 ‘영향예보제’를 2020년에 도입할 계획이다. 기상이변에 대응해 진화하는 기상예보 시스템을 알아봤다.

■태풍 예방 기상정보활용시스템

인제대 대기환경정보연구센터는 지난해부터 내년까지 3년간 태풍의 발생 특성을 분석한 뒤 태풍으로 인한 피해액 산정 방법을 포함한 통합재해예측모형을 개발해 시·군·구 단위로 사전방재시스템을 구축하고 이를 활용해 애플리케이션과 교재 등 콘텐츠를 만들고 있다. 사전방재시스템 구축은 지역별 태풍 피해 규모의 등급화를 바탕으로 이뤄진다.

이 센터는 1999년~2009년 11년간 우리나라에 내습한 태풍 35개의 진로를 크게 서해 통과, 남해 통과, 동해 통과 등 3개 유형으로 분류해 10ｍ, 80ｍ 고도에서 극한 풍속을 도출해 위험기상재해예방을 위한 일정 격자 간격의 지도를 작성했다. 초속 10~20ｍ가 전체 45.7%로 가장 많았다. 한반도 남해 중부와 동남해역, 남부 연안내륙지역이 더욱 강한 바람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됐다.

박 센터장은 “연구가 마무리되면 태풍에 특화된 방재계획을 수립하기 위한 정보를 제공해 재해 피해를 줄이고, 피해액을 추정함으로써 재해예방활동에 국민의 참여를 끌어내고, 재보험사의 재해보험상품 개발을 유도해 위험기상의 예측과 활용도를 크게 향상시킬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영향예보

영향예보는 종전 ‘태풍이 온다’에서 ‘태풍으로 침수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식으로 일기예보를 하는 것을 말한다. 단순히 우산을 들고 나가야 할지, 옷을 두껍게 입어야 할지 알려줄 뿐 아니라 기상 현상과 함께 리스크 관리가 가능한 예보를 제공함으로써 우리 사회를 더욱 안전하게 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 김승범 영향예보팀장은 “이제 사람들은 안전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관한 기상정보를 원하고 있다. 종전 기상예보나 특보 제공만으로는 부족하다”며 영향예보 도입 배경을 설명했다.

영향예보를 하기 위해서는 기상재난에 따른 세밀한 재해 원인을 분석할 수 있게 부문별로 재해영향모델(Hazard Impact Model)을 구축하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

세계기상기구의 ‘영향예보 가이드라인’을 보면 ▷영향의 규모가 기상재해 규모와 직접 연관(영향을 간접 추정) ▷취약성과 노출을 객관적 자료를 통해 계산 ▷재해영향지수를 이용해 사회·경제적 영향 추정 등 세 가지 방법으로 취약성과 노출 정도에 따른 영향정량화 함수를 만들 수 있다. 영국은 이미 위험가능성 도표(Risk Matrix)를 바탕으로 영향예보를 시행하고 있다.

■맞춤형 서비스

기상정보가 양방향, 개인맞춤형 서비스로 진화하고 있다. 스마트폰이 많이 활용되고 SNS를 통해 능동적 참여와 공유가 이루어지고 있다. 일본에서 인기를 끄는 지진을 포함한 재해경보 앱 ‘유레쿠루’가 대표적인 예다. 500만 명이 이 앱을 깔았을 정도다.

(주)동녘은 현대중공업에 월파예측서비스를, 부산항과 강정항에 정밀파랑예측 정보를 각각 제공하고 있다. 동녘 나성준 대표는 “일반적인 기상정보보다는 나에게, 개별 기업에 필요한 맞춤형 민간 기상정보 시장이 점점 커지고 있다. 이제는 정보의 공유, 사용자와의 소통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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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상준 기자 letitb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