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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학교폭력 가해자 TV 출연 ‘씁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7-08-14 19:14:16
  •  |   본지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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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힙합 예능 프로그램이 중·고등학생들 사이에 인기를 끌면서 힙합 음악 장르가 청소년 문화에 끼치는 영향력이 커졌다. 몇해 전부터는 힙합을 모르던 학생까지 가세해 인기 랩퍼들이 아이돌 못지 않은 두터운 팬층을 형성할 정도다.

이런 인기 때문일까. 최근 힙합 랩 경연 프로그램에 고등학생의 참가가 잇따르면서 관련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시작은 거침없는 고등학생의 이야기와 그들의 생활 공간인 학교 문화를 힙합을 통해 생생하게 보여 준 고교 래퍼 오디션 프로그램 ‘고등래퍼’다. 케이블 채널 엠넷이 내년 시즌2 방송을 계획하고 있는 이 프로그램은 네 달 전 시즌1 방영 당시 방송 3회 만에 ‘무한도전’, ‘아는 형님’ 등 프로그램을 누르고 1위를 차지하는 등 시청률이 고공행진했다. 이 때문에 회마다 출연자의 행동이나 말이 화제가 돼 온·오프라인 공간을 달궜다.

그러나 래퍼 스윙스의 극찬을 받으며 대중의 관심을 끈 참가자 장모 군이 방송 직후 논란의 대상이 됐다. 장 군이 과거 SNS를 통해 조건만남을 시도했으며 미성년자임에도 음주와 흡연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논란이 커지자 장 군의 국회의원 아버지는 자필 사과문과 함께 당 대변인, 부산시 당위원장 직을 사퇴했다. 장 군 역시 편지로 “학창시절 철없는 말과 행동으로 상처를 주었던 친구들과 부모님께 먼저 사과를 드리고 싶다. 한순간의 호기심으로 트위터를 통해 저급한 말을 내뱉은 것에 대해서도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하지만 그러한 방식으로 어떠한 만남을 가져본 적은 결단코 없다”며 프로그램에서 자진 하차했다.

4개월 뒤 장 군은 ‘쇼미더 머니’에 출연해 대중의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다. 마찬가지로 고등래퍼에 출연해 학교폭력 의혹에 휩싸였던 양모 군 역시 또다시 쇼미더머니에 출연해 ‘지난날의 반성을 하지 않았다’ 등의 비판을 받았다.

논란이 일어난 지 반년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다시 경연 프로그램에 출연한 것을 두고 ‘아무리 청소년이지만, 방송을 통해 얻은 인기를 배경으로 활동을 하는 공인의 책임감 있는 행동으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쯤 되자 프로그램에서 이름이 알려진 학생들의 일상이 공개되면서 온라인 댓글 등 다양한 방식으로 이들에 대한 사회적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더불어 이들 학생에 대한 계속된 비난이 가혹한 주홍글씨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반면 일각에서는 고등학생이라 하더라도 공적 프로그램에서 인기를 얻고 활동하는 공인이라면 비판을 감내하고 책임있는 행동을 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이 중 어떤 의견이 맞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하나 있다. 그건 바로 국내 방송 시스템의 ‘아니면 말고’ 식의 미성숙한 태도가 바뀌어야 한다는 점이다. 프로그램을 둘러싼 모든 논란은 미숙했던 제작진의 출연자 검증에서 시작됐다. 사회적 공기로서 방송 사업을 허가 받은 자라면 마땅히 시청자에게 철저히 검증된 안정적인 콘텐츠를 제작해 제공할 의무가 있다.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출연자에 대한 검증도 그러한 작업의 하나다.

미디어의 영향력이 강해질수록 그 책임감도 비례한다. 청소년 래퍼들을 둘러싼 논란은 과도하게 상업성에 치우쳐 그 책임을 외면한 방송의 무책임에서 비롯됐다. 더 이상 미성숙한 방송 제작 시스템이 빚어낸 제2의 장 군, 양 군으로 말미암은 소모적 논쟁은 없어야 한다. 이는 당사자들은 물론 이를 지켜보는 청소년에게 종국에는 상처를 남기는 즐거움만 줄 뿐이다.

이윤경 학생기자 대덕여고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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