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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충 감염시켰더니 천식 증상 호전…“기생충, 꼭 나쁘지만은 않다”

기생충의 목적은 숙주와의 공존, 인체 면역체계 최적화하는 장점

  • 오상준 기자 letitbe@kookje.co.kr
  •  |   입력 : 2018-10-11 18:58:00
  •  |   본지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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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돼지편충은 대장염에 효과 있고
- 말라리아 고열로 매독 치료 가능

- 과거엔 단순 퇴치 대상이었지만
- 이제는 질병 치료등 활용법 늘어

40, 50대 이상 세대는 학창시절 ‘채변봉투’와 얽힌 한 두 가지 추억이 있다. 회충, 편충, 구충(십이지장충)…. 누구나 이런 기생충 이름을 알 정도로 우리나라는 한때 ‘기생충 왕국’으로 불렸다. 과거 못 살던 시절 비위생적인 환경과 낙후된 보건의료 시설로 전 국민의 기생충 감염률은 60~90%에 달했다. 이에 1964년 한국기생충박멸협회(현 한국건강관리협회)가 출범해 전 국민을 대상으로 검사, 투약, 보건교육 등 체계적인 기생충 관리사업을 벌인 끝에 성공적으로 퇴치할 수 있었다. 한국건강관리협회는 서울 강서구 화곡동에 기생충에 관한 모든 것을 보여주는 ‘기생충박물관’을 지난 4월 개관했다. 이 박물관에 가보면 놀랍고 아름다운 기생충의 진짜 모습을 볼 수 있다.

■영화 모티브가 된 기생충, 연가시

   
강서구 화곡동 기생충박물관을 찾은 시민들이 전시물을 구경하고 있는 모습. 오상준 기자
2012년 개봉돼 관객 450만 명을 돌파한 영화 ‘연가시’의 소재는 같은 이름의 기생충이다. 연가시는 산란기가 되면 숙주인 곤충의 뇌를 조종해 물가로 가서 자살하게 유도하는 철사 모양의 기생충이다. 연가시는 숙주인 곤충을 물가로 유인하기 위해 어떤 전략을 쓸까? 놀랍게도 숙주가 갈증이 나게 한다. 곤충이 물로 들어가면 연가시는 물속에서 나와 다른 숙주의 몸으로 들어가 생존한다.

■주혈흡충 수컷의 헌신적인 사랑

사람에게 간경화를 유발하는 주혈흡충은 암수 한 쌍이 착 달라붙어 살며 일부일처제를 유지하는 거의 유일한 기생충이다. 특히 적이 나타나면 수컷이 암컷을 꼭 끌어안고 놓지 않는다. 아예 수컷의 가슴과 배에는 암컷을 받아들일 수 있는 긴 홈을 가지고 있다. 수컷은 암컷에게 먹이마저 양보하고 외부의 위협으로부터 보호해준다. 헌신적인 사랑의 메커니즘이다.

■질병 치료에 활용되는 기생충

   
기생충 연가시(위)와 주혈흡충.
이전에는 기생충이 박멸의 대상으로 인식했지만 지금은 새로운 시각으로 기생충의 역할을 이해하고 있다. 우리 몸은 기생충에게 충분한 영양분과 거처를 제공하고, 기생충은 우리의 면역체계를 훈련해 과잉 활성화되지 않게 최적화한다는 얘기다.

말라리아를 이용한 뇌매독 치료, 구충을 이용한 천식 치료, 돼지편충을 이용한 과민성 대장염과 만성 염증성 장 질환인 크론병 치료가 외국에서 이뤄지고 있다. 구충은 빈혈을 일으키는 기생충이지만 천식 환자에게 구충을 감염시키면 증상이 호전된다. 한국건강관리협회 기생충병연구소 정봉광 선임연구원(의학박사)은 11일 “천식 환자에게 개구충을 감염시키면 한쪽으로 치우쳤던 면역반응이 균형을 유지해 천식의 증상이 호전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페니실린이 개발되기 전에는 매독은 불치의 병이었다. 오스트리아 의사 율리우스 바그너아우레크는 1917년 매독균이 고온에 약하다는 점에 착안해 뇌매독 환자에게 말라리아원충을 감염시켜 고열이 나게 함으로써 매독을 치료했다. 그는 이 업적으로 1927년 노벨상 의학상을 받았다.

■ 두 얼굴의 기생충

기생충의 양면성을 새롭게 인식할 필요가 있다. 채종일 한국건강관리협회장 겸 기생충박물관장은 자신의 저서 ‘우리 몸의 기생충 적인가 친구인가’에서 “기생충의 궁극적 목적은 숙주와의 공존이다. 숙주를 크게 괴롭히면 면역반응이나 염증반응에 의해 기생충 역시 고통을 당하게 된다. 숙주가 죽으면 기생충도 죽고 만다. 성공적인 기생생활의 방향은 기생생활에서 기거생활로, 기거생활에서 공서생활(공생)로 진화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상준 기자 letitbe@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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