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은 잘 알지 못할 뿐이지 우리 삶과 늘 함께한다. 국제신문은 격주 게재되는 과학면에 이은정 부산과학기술협의회 교육연구팀장이 일상 생활 속에서 흔히 접하는 소재로 과학의 비밀을 알기 쉽게 풀이하는 ‘아하! 일상 속 과학’란을 신설한다. 이 팀장은 부산대 산업공학과(석사)를 졸업했으며, 부산대 과학기술인문학 협동과정 박사(과학기술학 전공)를 수료했다.
- 대부분 물질은 고유의 색소 가져
- 특정 파장의 빛을 반사하는데
- 파장 길이에 따라 색 달라 보여
- 색소 없어도 특이구조 가지면
- 빛의 간섭으로 다양한 색상 구현
손혜원 국회의원의 목포 재개발 지역 투기 논란으로 나전칠기가 덩달아 유명세를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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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자현미경으로 확대한 나전칠기의 층단면. 구조로 들어온 빛이 반사되고 간섭하면서 오색찬란한 색을 만든다. 부산과학기술협의회 제공 |
나전칠기는 신비한 빛을 발하는 조개껍데기 장식을 붙이고 거기다 옻칠로 광을 낸 기물이다. 가구나 장신구 등에 전복이나 소라껍데기로 만든 장식을 붙여 자개라고도 부른다. 고려·조선시대에는 주요 교역품으로 각광받기도 했다. 라이프스타일이 변하면서 집 구조에 맞지 않아 자개장이 뒷전으로 밀려났지만 자개가 지닌 매력은 여전하다.
빌 게이츠가 그 오묘한 빛에 반해 자개 장식으로 디자인 된 ‘XBOX 게임기’를 주문제작할 정도다. 스티브 잡스 역시 휴대전화 케이스를 자개로 제작해 소장하고 있다고 한다. 이처럼 나전칠기가 귀중품으로 사랑받는 이유는 단 한 가지 그 영롱한 빛에 있다. 나전칠기의 빛은 하나의 색깔로 표현하기가 어렵다. 무지개 빛깔이라고 말하기도 하지만 조금만 고개를 기울이거나 눈만 찡그려도 그 색깔이 달리 보인다. 카멜레온처럼 예측할 수 없는 이 신비의 빛은 과연 어디서 어떻게 나오는 것일까. 사람의 눈은 약400㎚에서 700㎚(1나노미터는 1m의 십억 분의 1) 사이의 파장을 가진 빛을 감지한다. 이를 가시광선이라고 한다. 대부분의 물질은 각기 색소를 가지고 있어 빛을 받으면 특정한 파장의 빛을 반사하는데, 그 파장의 길이에 따라 다른 색으로 보인다. 색소가 없지만 색이 나타나기도 한다. 진한 파란색을 띤 날개로 아름다움을 뽐내는 모르포나비가 그렇다. 파란색 빛을 내는 색소는 없지만 과학자들이 날개의 구조에서 그 이유를 찾아냈다. 날개의 비늘이 촘촘하고 미세한 다층 그물망 구조를 가지고 있음을 발견했다. 이 구조에 들어온 빛들이 반사되고 서로 간섭하면서 푸른색 파장의 빛을 반사시킨다는 사실을 알아낸 것이다. 이처럼 구조에 의해 나타나는 색을 구조색(Structural color)이라고 한다. 공작새의 깃털이나, 비누방울, 오팔과 같은 보석의 아름다운 색도 이 같은 원리에 의해 구현되는 구조색이다. 자개의 신비한 빛 역시 바로 이러한 구조에서 나온다.
전복껍데기를 잘라 주사전자현미경(SEM)으로 관찰해보면 주성분인 탄산칼슘으로 이루어진 미세한 판이 벽돌 쌓듯이 촘촘히 쌓여있음을 알 수 있다. 이 판에 닿은 빛은 일부는 반사되고 일부는 판을 통과해 바닥면에서 다시 반사되는데, 이 현상이 여러 층에서 일어나면서 만들어진 빛들이 서로 간섭해 수많은 파장의 빛을 만든다. 이 빛들이 사람의 눈에 오색찬란하게 보이는 것이다. 층의 구조가 촘촘하고 잘 배열될수록 영롱한 빛을 내는데, 우리나라의 전복은 외국산 전복보다 크기는 작지만 층의 밀도가 높아 자개장식으로의 가치가 훨씬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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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은정 팀장 |
이러한 자연 속 신비의 구조색 원리를 응용해 특수잉크와 섬유가 개발됐다. 더 나아가 인공적인 구조를 만들어 빛을 제어하는 기술도 등장해 디스플레이나 반도체 등에 응용하는 연구도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이은정 부산과학기술협의회 교육연구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