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대가 학생과 지역민을 대상으로 대중 과학강연인 ‘알쓸자이(알고보면 쓸모있는 자연과학 이야기)’를 오는 12월 10일까지 진행 중이다. 지난달부터 매주 화요일 오후 7시 교내 생물관 111호에서 도시습지·산업수학·지진·중력파·미래기후·통계·줄기세포 등 다양한 자연과학 분야를 주제로 한 특강을 무료로 여는 것. 부산대 자연대 각 전공 교수가 강사로 나서 과학의 신비를 알기 쉽게 풀어낸다. 국제신문은 알쓸자이 주요 내용을 지상강연 형태로 소개한다.
- 인간 유전체의 98% 이상 차지
- 최근 연구 다양한 역할 밝혀져
- 불임·대머리·암 유발 상관관계
인간 유전체의 유전 정보가 2001년 2월 밝혀졌다. 많은 과학자는 기능(단백질을 만드는)을 가진 인간 유전자가 모두 몇 개일까 궁금해했다. 고작 2만1000여 개로, 전체 유전체의 1~2%에 불과하다. 그 나머지는 정크 DNA, 즉 쓰레기 같은 유전인자로 이동성유전인자 및 반복서열이다. 그런데 이처럼 기능이 없어 ‘찬밥’ 신세였던 정크 DNA가 오늘날 주목받고 있다. 생명과학의 발달로 쓰레기 같다던 이동성유전인자나 반복서열이 유전자 조절자 역할을 수행한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유전자는 엑손과 인트론으로 ‘이중나선’ 형태로 이뤄졌으며, 아데닌 구아닌 티민 시토신의 염기배열 순서에 따라 유전 정보를 저장한다. 유의미한 유전정보를 담고 있는 영역을 ‘엑손(Exon)’, 유의미한 정보가 없는 영역을 인트론(Intron)이라고 한다. 대부분의 진핵생물(유전물질을 포함하는 핵을 가진 진핵세포로 구성된 생물체) 유전자에는 인트론이 존재하며, 복잡한 생물 개체일수록 인트론 수가 많아진다. 종에 따라서 인트론 수는 다르다. 인트론의 길이도 다양하며, 평균적으로는 엑손보다 길다.
인트론은 인간 유전체의 24%를 차지하며, 세포 내에서 다양한 기능을 수행한다. 단백질을 만들지 못하는 정크DNA로 알려진 인트론은 오늘날 ‘보물 덩어리’로 부상한다. 이동성유전인자 및 반복서열을 내재하며, 마이크로RNA(miRNA)를 만들어 유전자 발현 조절 임무까지 담당하기 때문이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다양한 생물 종은 바이러스의 공격으로 투쟁과 공존을 거듭하면서 자연스럽게 바이러스 유전자를 받아들여 유전적 다양성을 활성화했다. 바이러스 유전자는 서서히 생명체 진화를 가속화해 생물 유전체의 절반을 차지하는 이동성유전인자라는 존재로 자리 잡았고, 유전자 조절 인자로서 주요한 생물학적 기능을 담당하게 됐다.
이동성유전인자는 DNA 염기서열과 관계 없이 스스로 이동할 수 있는 DNA서열로서 유전체 내 특정 위치로부터 다른 곳으로 직접 이동하는 특징을 가진다. 이동성유전인자는 ‘HERV’(8%), ‘LINE’(21%), ‘SINE’(13%), ‘DNA 전이인자’(3%) 등으로 구성된다. 이동성유전인자는 마이크로RNA를 제공하고, 선택적인 스플라이싱(인트론 부위를 제외하고 엑손끼리 서로 연결시킴)을 일으킨다. 이렇게 엑손 유전자의 탄생 소실 재조합 등 다양한 돌연변이 현상을 유도, 질병 및 진화의 조절자 역할을 한다. 이동성유전인자로 인해 야기되는 질병으로는 남성 불임, 대머리, 정신분열증, 여러 암 등이 있다.
이동성유전인자 및 반복서열 분석은 개인·개체의 식별, 집단유전, 계통 분류 및 생물 종 다양성 연구에 이용된다. 각 DNA의 ‘가변수 직렬 반복 서열(VNTR)’은 지문처럼 개인·개체 식별에 용이해 과학수사에 크게 활용된다. 서로 반복되는 서열의 복사 수가 달라 이를 통해 개체의 진화 과정을 유추할 수 있으며, 질병 바이오마커(질병 진행 과정마다 특징적으로 나타나 생물학적 지표가 되는 변화)로도 활용된다. 원산지 기원 추적이 가능해 응용 범위가 상당히 넓다. 이동성유전인자 및 반복서열이 많이 존재하는 원동력은 ‘유전자 중복(Gene Duplication)’이다. 중복된 유전자는 나뉘면서 서로 다른 유전자를 만들거나 활성화하지 않은 위유전자(정상 유전자와 염기 배열에서 유사성이 매우 높아 정상 유전자 같으면서도 유전자로서 기능하지 못하는 DNA)를 탄생시키기도 한다. 유전자 중복으로 인해 생물 개체는 진화를 가속화한다.
마이크로RNA는 다양한 생물 개체의 유전자 발현을 조절하는 작은 RNA를 말한다. 기존 tRNA rRNA mRNA보다 크기가 훨씬 작다. 20~25개의 뉴클레오타이드로 구성됐으며, 유전 정보의 전달 과정에서 mRNA와 결합한다. 6~8개의 적은 뉴클레오타이드를 활용, 표적을 인식하는데 하나의 마이크로RNA는 수천 가지의 서로 다른 표적 mRNA를 조절하고, 하나의 표적은 다수의 마이크로RNA에 의해 조절된다. 이렇게 세포 내 유전자 발현 과정에서 중추적인 조절 인자로 작용한다. 마이크로RNA는 세포 내 새로운 형태의 조절 인자로서 다양하고도 필수적인 기능을 가진다. 마이크로RNA는 마이크로RNA 유전자로부터 만들어지고, 20~30%가량은 이동성유전인자로부터 생성된다. 이동성유전인자로부터 유래된 마이크로RNA는 인간, 원숭이, 생쥐 염색체 전반에 걸쳐 존재한다. 이처럼 이동성유전인자 및 반복서열의 생물학적 기능과 응용 범위는 무궁무진해 지속적인 연구가 필수적이다.
김희수 부산대 생명과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