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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메디클럽

쿵푸하는 로봇·전기만드는 덤벨…미래를 빛낼 아이디어 한자리

中 ‘선전 메이커 페어’ 가보니

  • 이은정 기자
  •  |   입력 : 2019-11-14 19:00:02
  •  |   본지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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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점·배율 쉽게 잡아주는 현미경
- 뇌파 읽고 움직이는 자동차 선봬

- 일본인이 만든 쿠션로봇은 시판
- 한국 전기회로 설명 제품 등 출품

- 108개 부스서 다양한 작품 소개
- “메이커운동 문화로 정착시켜야”

4차 산업혁명의 시대를 맞아 스스로 필요한 것을 만들어 공유하는 ‘메이커(Maker) 운동’이 전 세계적으로 활발하다. 메이커운동은 2005년 미국 정보기술(IT) 출판사인 오라일리의 데일 도허티 부사장이 주창하면서 시작됐다.
   
로봇 경기를 하는 모습.
‘메이크(MAKE)’라는 잡지를 발간해 디지털 기술의 혁신은 누구든지 어렵지 않게 만들고 사업화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 수 있다는 정신을 주창한 것이다. 이와 함께 ‘메이커 페어(Make Faire)’를 2006년부터 시작하며 각자 만든 작품을 서로 보여주고 나눠주면서 하나의 운동으로 확산했다. 이후 전 세계적으로 150개 이상의 메이커 페어가 열리고 있다. 그 중 중국 선전에서 열리는 행사는 원조 격인 미국 행사 규모를 뛰어 세계 최대 규모 메이커 이벤트가 됐다.

국제신문과 부산과학기술협의회는 지난 9일과 10일 중국 선전의 반케 디자인 공동체에서 열린 ‘선전 메이커 페어 2019’를 찾아 과학의 대중화 현장을 살펴봤다. 부산과기협 소속 연구원과 우수 과학문화해설사 4명이 동행했다.

   
뇌파를 읽어 움직이는 자동차.
올해 행사에는 중국뿐만 아니라 미국 일본 한국 태국 등 전 세계 메이커들이 108개의 부스를 마련해 자신이 만든 작품을 소개했다. 세계적인 축제인 만큼 많은 관광객들과 메이커들의 상품을 관람하려는 현지인들로 행사장의 열기는 뜨거웠다.

입구에 들어서자 보이는 공룡 몸속을 구현한 대형 장난감에서는 아이들이 뛰어노느라 정신이 없었다. 반짝이는 종이가 아름답게 매달려 있는 코너에도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로 붐볐다. 메이커 운동은 인간이 손을 사용해 만드는 모든 작품을 뜻한다. 소프트웨어를 만들거나 로봇을 제작하는 일뿐만 아니라 인형을 만드는 일도 다 포함된다. 기존의 핸드메이드, DIY(Do It Yourself)도 비슷한 개념이지만 타인과 공유하는 속성이 강하다. 개인이 생산자로서 작품을 기획, 설계하고 직접 제조하는 방식이다. 이는 3D프린터가 대중화되고 인터넷을 통해 관련 정보를 쉽게 나누고 소재 및 완성품을 원활하게 유통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

이번 행사장에서 만난 칠레인 알프레드 핫 씨가 운영하는 부스를 통해 메이커 운동의 의미를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세계적 IT도시로 부상하고 있는 중국 선전으로 유학 온 그는 동료들과 함께 만든 바이오 현미경 프로그램을 소개했다. 현미경을 이용할 때 초점을 쉽게 잡고 배율도 알아서 해준다. 기존 자동화시스템을 응용해 현미경에 접목한 것이다. 알프레드 씨는 “제작에 필요한 도면과 설명서를 공개할 것”이라며 “다른 사람들이 이를 활용해 더 좋은 제품을 만들고 같이 공유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웃으면 움직이는 기차.
다양한 로봇은 이번 행사의 주요 테마였다. 로봇이 실로폰을 치며 연주하거나 춤을 추는 부스에는 어린이들이 많이 몰렸다. 뇌파를 읽고 움직이는 자동차 코너도 인기가 많았다. 관절을 움직이며 춤을 추고 쿵푸를 하는 로봇도 눈길을 끌었다. 중국에 사는 한국 교민 청소년들은 이 로봇을 출품했다. 중학생인 이소은 양은 “친구들과 다양한 로봇을 조립하는 과정이 즐거웠다”며 “우리가 만든 작품을 소개하고 경진대회에도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부스 운영자들은 참관자들에게 제품을 만든 배경과 원리를 소개하느라 바빴다. 시간이 흐르면서 변화하는 이미지 영상 사운드 작업을 할 수 있는 아두이노 보드를 활용한 작품도 많았다. 고등학생들이 만든 농구 골대는 어디서 본 듯한 장난감이지만 아이디어가 돋보였다. 전기가 흐르면 농구 골대가 좌우로 움직였고 손가락으로 공을 튕겨 넣는 게임이었다.

아이디어만 좋다면 ‘메이커 페어’를 통해 상품화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려 있다. 제작에 돈이 많이 든다면 크라우드펀딩(불특정 다수에게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을 통해 투자금을 확보할 수도 있다. 일본인 슈슈케 아우키 씨는 고양이 엉덩이 모양의 쿠션 로봇 ‘쿠보’를 소개했다. 슈슈케 씨는 “몇 년 전부터 개발했고 일본에서는 판매하고 있는 데 시장 확대를 위해 이번 행사에 참가했다”고 밝혔다. 혼다에 다니는 직장인 마사노부 세이키씨가 출품한 전기를 만드는 덤벨에도 많은 사람들이 몰렸다. 덤벨을 움직이면 전기가 생산되고 이를 센서가 인식해 전깃불을 켜고 TV를 볼 수 있다. 마사노부 씨는 “취미로 만든 작품을 홍보하고 상품화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현재 개인별 맞춤형 덤벨운동을 위한 애플리케이션도 개발중”이라고 밝혔다.

중국 상하이에서 온 중학생은 아버지와 함께 만든 100%로 전기로 움직이는 스키드보드를 소개해 눈길을 끌었다. 태국에서 온 메이커는 스타트업 기업으로 무인으로 빨래방을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홍보했다.

한국에서 온 메이커들도 즐겁게 작품을 안내했다. 숙명여대 이지선 교수(시각영상디자인과)는 바느질회로로 소품을 만드는 테크 DIY를 참가자들에게 설명했다. 전기가 통하는 실로 만드는 소품인데 전기전자회로를 쉽게 이해하고 더 나아가 기술과 과학에 흥미를 느낄 수 있도록 제작했다.

중국처럼 우리나라에도 메이커 운동이 활발해지고 있지만 이를 산업화하는 데에만 집중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산업화 정책을 모든 사람이 메이커가 될 수 있다(zero to make)는 문화 운동으로 정착시키는 일이 시급하다. 이를 위해서는 어린이와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과학 기술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현재 초등학생과 청소년을 대상으로 엔트리, 스크래치 등 교육용 프로그래밍언어로 코딩 수업을 일부 학교에서 운영하고 있지만 심화 과정을 배우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이은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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