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가 해발 1300~1600m인 일본 스키장의 원조 시가고원의 설경은 구름 위에 떠 있는 기분을 느끼게 할 정도로 환상적이다. 사진은 천황 황태자 가족들이 즐겨 찾는다는 오쿠시가 고원스키장.

일본 혼슈의 정중앙에 위치한 나가노현. 해발 2000~3000m대의 연봉과 고원지대로 둘러싸여 일명 '일본의 지붕'이라 불린다. 겨울철 누적 적설량이 3~6m에 달해 일본 내 스키의 메카로 국내외 마니아들이 속속 모여든다. 지난 1998년 제18회 동계올림픽 개최를 계기로 세계적인 이목을 끌기 시작했지만 이미 일본 내에서는 홋카이도와 더불어 스키의 쌍두마차로 자리매김한 지 오래다. 우리나라로 치자면 험준한 산악지형에다 2014년 동계올림픽 유치를 목표로 차곡차곡 준비를 거듭하고 있는 강원도 평창에 비유된다.

경상남도와 크기가 비슷한 나가노의 스키장은 104개. 133개의 홋카이도에 이어 두 번째다. 비록 양적인 면에서 홋카이도에 뒤지지만 풍부한 적설량과 물기없는 파우더와 같은 최상질의 설질, 스피디한 곤돌라와 리프트의 기동력 등 설비 및 규모 면에서 세계적인 스키리조트 지역으로 자타가 공인한다.

스키천국 나가노에서 으뜸은 시가고원과 하쿠바. 나가노시를 기준으로 각각 북동, 북서쪽에 위치해 있다. 크게 보면 조신에츠고원 국립공원 내에 위치한 시가고원이 동계올림픽 당시 활강경기 대부분이 열렸을 만큼 스키어들에게 최고의 스키장으로 꼽힌다. 반면 한국인들이 많이 찾는 하쿠바는 변화무쌍한 슬로프로 젊은 스키어와 보더들이 선호한다.

매력적인 점은 바로 숙소에서 걸어서 2~3분 거리에 리프트와 곤돌라가 기다리고 있으며 리프트의 경우 대기시간이 없다는 점이다. 또 한가지. 스키를 즐긴 뒤 숙소 내 노천온천에 몸을 담근 채 수북이 쌓인 눈을 감상하는 그 기분은 경험해보지 않고선 상상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운치가 있다.



#일본 스키장의 원조 시가고원

1913년 일본 최초로 유럽인들에 의해 스키장으로 조성된 일본 스키장의 원조. 스키장도 좋지만 그 광활함과 웅장함은 고원 전체가 국립공원으로 지정될 정도로 경관이 빼어나다. 눈덮인 겨울에 펼쳐지는 설경은 그야말로 구름 위에 떠 있는 기분을 느끼게 해줘 유럽인들로부터 '동양의 생모리츠'라 불린다. 생모리츠는 동계올림픽을 두 번이나 개최한 스위스의 아름다운 겨울 관광도시.

스키만으로 볼 때 일본 최고라는 이유는 여럿 있지만 그 중 으뜸은 바로 고지대라는 점. 해발 1300~1600m 높이의 베이스는 500m 안팎의 일본 여느 스키장과 비교를 거부한다. 일단 베이스가 높으면 눈이 많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이 때문에 스키에 와닿는 감촉이 온몸에 느껴지는 파우더 스키가 가능하다. 대신 아주 미끄러워 적응 시간이 약간 필요하다.

스키장은 모두 21개. 상급자도 모든 스키장을 섭렵하려면 며칠 걸릴 정도로 엄청난 규모다. 시가고원의 자랑은 IC칩이 내장된 리프트패스로 고원 내 모두 75개의 리프트와 곤돌라를 이용해 즐길 수 있다는 점. 슬로프의 대부분은 연결돼 있으며 그렇지 못한 경우 셔틀버스를 이용하면 된다. 물론 셔틀버스도 리프트패스가 통용된다. 최고로 치는 스키장은 동계올림픽 당시 스키 회전과 스노보드 대회전이 열린 오쿠시가 고원스키장. 고원 내 곤돌라로 오를 수 있는 최고지인 이곳은 주변 경관이 빼어난데다 숙소에서의 근접성이 뛰어나 천황 황태자 가족들이 매년 방문할 정도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눈덮인 침엽수림 사이로 광활하게 펼쳐지는 슬로프는 과연 일본이 스키천국이라는 사실을 확인시켜 준다. 사진은 시가고원의 최고봉인 요코테야마 아래에 위치한 요코테야마 스키장.

#세계 최대의 스키리조트 하쿠바

3000m급의 고봉준령이 병풍처럼 펼쳐져 있는 일본의 자랑 북알프스 연봉 아래 위치한 세계 최대의 스키 리조트. 나가노현과 도야마현을 잇는 90㎞에 달하는 세계적으로 희귀한 산악관광루트인 다테야마 알펜루트의 시점인 구로베댐은 이곳에서 차로 30분 거리에 불과하다.

시가고원의 스키장이 정통 스키를 추구하는 반면 하쿠바는 젊은층의 취향에 맞춰 모글, 크로스, 레일파크 등 크고 작은 다양한 슬로프와 가족 전용 슬로프를 골고루 갖춘 스키와 스노보드의 다목적 리조트. 최근 한국인의 방문이 늘면서 한국어 안내판과 한국인 직원을 고용한 것도 눈에 띈다.

스키장은 모두 8개. 시가고원에 비해 적지만 규모에서 월등하며 하나같이 특색이 있다. 최고 경사도가 35도에 달해 상급자들도 타기 힘든 코스도 상당수 있다.

하쿠바의 간판은 동계올림픽의 주 경기장으로 리프트 30개, 곤돌라 1개를 갖춘 세계 최대 규모의 하포오네 스키장. 하쿠바에서 유일하게 북알프스 주능선과 연결돼 있다. 한국인들이 즐겨 찾는 곳으로 유명하다. 무주리조트의 3배 규모인 이곳은 올림픽 땐 알파인 남녀 활강과 점프경기가 열렸다. 표고차 1071m에 최장 활주거리가 무려 8㎞에 달해 중상급자들이 즐길 수 있는 슬로프가 많다. 실제로 곤돌라의 종점인 6㎞ 지점에선 최고 경사도가 30도를 웃도는 힘든 코스도 숨어 있어 한국의 중상급자들이 고전 끝에 20~30분 걸릴 정도로 만만찮다. 초보자의 경우 멋모르고 올랐다간 큰 코 다치니 초급자용이나 어린이 코스에서 타길 권한다.

초보일 경우에는 이와타케 스키장을 이용하자. 최장 활주거리가 3.8㎞인 이곳은 슬로프가 잘 다져져 있어 하급자와 어린이 등 가족 단위로 즐기기에 적당하다.

올림픽 때 스키 점프경기가 열렸던 고류와 47스키장은 봉우리의 양쪽에 위치해 있어 하쿠바에서 유일하게 리프트권을 공유한다. 하포오네와 마찬가지로 한국인이 선호한다. 47스키장은 스노보드를 위한 하프파이프로 유명하다.

이와타케 스키장과 인접한 쓰카이케 스키장은 일본인들로 특히 붐비는 곳. 슬로프의 폭이 넓고 중하급자들이 많이 찾는다. 이곳은 산사태 염려가 없는 3~4월이면 헬기를 타고 정상에 올라 스키를 타고 내려오는 헬기스키가 특히 인기다. 요금은 9500엔.




# 여행 Tip
- 20년만에 폭설, 스키의 묘미 최고조
- 리프트 대기시간 없고 부상걱정 '뚝'

나가노 스키장의 그랜드 오픈은 23일. 한국에 비해 비교적 늦게 시작해 통상 5월초까지 스키를 탈 수 있다. 올해의 경우 20년만에 폭설이 내려 스키 타기에는 안성맞춤이다.

나가노의 시가고원과 하쿠바의 스키장은 워낙 방대해 한국과 달리 리프트 대기시간이 전혀 없다. 크리스마스 성수기에도 길어봤자 2~3분 정도. 체력이 닿는 만큼 원없이 탈 수 있어 국내 중상급의 마니아들이 목돈을 들여 찾는 가장 큰 이유이다.

워낙 눈이 많이 와 스키장이 눈 다지기에 여념이 없지만 그것도 한계가 있어 곳곳에서 파우더 스키를 즐길 수 있는 것도 행운이라면 행운. 눈 쿠션 덕분에 넘어져도 부상은 거의 없다.

렌털 장비는 부츠의 경우 300㎜까지 다양하게 갖추고 있지만 바지는 35인치 이상은 별로 없다. 유의할 것.

김해공항에서 나가노현에 가려면 일본항공 나고야행 비행기를 타야 한다. 1시간20분 걸린다. 올 2월 아이치박람회에 맞춰 개장한 나고야 중부공항에서 시가고원과 하쿠바까지는 버스로 각각 5시간 정도 걸린다. 도야마에선 2시간30분에 불과하지만 부산서 도야마 가는 직항은 없다.

부산지역 대부분의 여행사에서는 일본항공을 이용한 'JAL SKI' 패키지 상품을 판매한다. 공통상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쿠바의 경우 3박4일 월 목 금 출발 54만9000원, 4박5일 월 목 일 출발 59만9000원. 시가고원은 3박4일 금 출발 54만9000원, 4박5일 월 출발 59만9000원(리프트 렌털 중식비 별도).

글·사진 = 이흥곤기자 hung@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