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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정환 증권선물거래소 경영지원본부장이 홍탁 한 점을 집어들고 있다. |
"시골티가 나는 이름이라 그냥 정겨워 들어와 봤더니 유명한 집이더라고요."
한국증권선물거래소 이정환 경영지원본부장은 부산 중구 중앙동 사무실 맞은편에 있는 '부산포'(051-246-5014)를 소개하며 마치 '숨은 보석'이라도 보여주듯 설레는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증권거래소와 선물거래소가 통합을 통해 지난해 1월 증권선물거래소로 출범하면서 부산살이를 시작한 지도 벌써 1년 6개월. 이 본부장은 공직생활을 마치고 사회생활을 시작한 '제2 인생의 출발지'라며 의미를 부여했다.
뒤늦은 '이주생활'의 고단함을 덜어준 것 중의 하나가 음식이었다. 그는 자랑이라도 하듯 줄줄이 꿰고 있는 부산의 유명한 음식점들을 읊었다.
"부산에는 서울에서 맛보지 못한 음식들이 풍부한데, 더없이 좋은 것은 이런 음식들이 싸다는 점"이라며 또 한번 부산에 대한 애정을 과시했다.
"보통 식사때는 간단하게 정식을 먹는데, 이왕 소개하는 거니까 이 집의 별미인 홍탁도 먹어봅시다." 이 본부장은 정식 식사에 홍탁까지 '욕심'을 냈다.
'부산포'는 부산 문인들에게는 유서깊은 음식점. 부산의 내로라하는 문인들은 이 곳에서 홍탁에 돼지고기를 안주삼아 동동주 잔을 기울이며 문학을 논하고 인생을 얘기했다. 이 본부장의 표현대로 '부산 문인들의 아지트'였다. '부산포'라는 이름도 부산 문인 최해군 씨의 소설책 이름에서 따온 것이란다.
홍탁과 함께 식사가 식탁에 올라왔다. 홍탁은 누구나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아니다. 홍어를 삭혀 만든 요리다보니 강한 향기와 쏘는 맛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도 많다. 취재를 위해 사양도 못하고 한 점 집어들었다. 고춧가루에 찍고 삭힌 김치도 곁들여 한 입에 넣었다. 의외로 톡 쏘는 맛이 없었다. 약간 시큼하긴 했으나 입에 붙는 맛이 묘했다. 전라도 음식인 홍탁을 부산사람의 입맛에 맞추기 위해 삭히는 기간을 줄였기 때문이라고 했다.
돼지고기도 곁들였다. 삼겹살 부위를 꼬들꼬들하게 삶아 담백한 맛이 홍탁과 더없이 어울렸다.
내친 김에 찹쌀 동동주까지 걸쳤다. 한 통에 1만2000원이나 하는 이 찹쌀 막걸리는 탁한 맛이 없이 달고 진했다.
홍탁, 삼겹살, 김치가 한 입에 들어왔다. '삼합'을 맛보는 순간이다. 세가지 맛이 각각 특이하게 어우러진다. 기름진 돼지고기와 매콤한 김치 때문에 처음에는 홍어 특유의 맛이 거의 느껴지지 않지만 나중에는 홍어 특유의 향이 입안에 남았다. 야릇한 끝맛이었다. 홍탁, 돼지고기, 잘 익은 김치, 동동주를 맛보고서야 식사가 시작됐다.
"음식자랑에 너무 욕심을 부렸나. 이 집은 5000원짜리 정식만 먹어도 푸짐한데…."
이 본부장은 정식을 제대로 못먹는 것은 아닐까 걱정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깔끔하고 정갈한 음식들이 새롭게 입맛을 돋우었다. 현미와 조, 찹쌀, 콩 등이 섞인 현미오곡밥이 차졌다. 비린내 하나 나지 않는 생멸치 된장찌개도 구수하고 독특한 맛이 났다. 쌈에 된장찌개 속의 멸치를 건져올리고 거기다 고추를 올려 먹는 맛은 여느 음식점에서 맛보기 힘든 것이었다. 홍탁의 맛에 빠져 정식을 다 맛보지 못한 게 못내 아쉬웠다.
하지만 홍탁과 정식을 모두 소개하느라 욕심을 내는 이 본부장의 모습에서 부산살이에 대한 애정만은 분명히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