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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의 맛집] 패션 디자이너 조명례씨 '도야지 자갈구이'

자갈사이로 기름 쫙 빠져 담백한 맛

갈매기살 껍질째 보관, 신선함 유지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06-09-21 14:56:58
  •  |   본지 3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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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디자이너 조명례 씨가 돼지고기 갈매기살을 한 점 집어들고 있다.
"아니다. 돼지고기집으로 가요. 정말 맛있는 돼지고기집 한 곳 알려드릴게요."

패션 디자이너 조명례 씨는 기자의 맛집 추천의 청에 값비싼 한정식집을 언급하다 말고 갑자기 돼지고기집 얘기를 꺼냈다. 패션 디자이너와 돼지고기, 왠지 어울리지 않는 조화가 아닐까. 하지만 기자의 선입견이 풀리기까지는 그를 만난 지 채 몇 분도 걸리지 않았다.

부산 동래구 사직2동 사직야구장 앞에 위치한 '도야지 자갈구이(051-502-1778)'에서 그를 만났다. 조 씨는 하얀 레이스 칼라가 달린 검은색 정장을 입고 나타났다. 단아하면서도 여성적인 인상으로 단박에 그를 알아챌 수 있었다.

"사실 제가 돼지고기 마니아예요. 돼지국밥을 일주일에 세 번이나 먹을 정도거든요. 아무리 먹어도 살 안찌고 영양분이 많은데 이만한 음식이 어디에 있을까요."

처음부터 자신을 '돼지고기 예찬론자'라고 밝힌 그는 고상한 척 보이는 디자이너의 이미지를 씻어줬다. 밝고 화려하기로 소문난 그의 옷들이 그의 건강함에서 비롯된 듯 여겨졌다.

"제가 까다롭게 보여도, 사실 보기와는 딴판이거든요. 저 혼자 먹기 아까워 손님을 모시고 와도 뛰어난 맛 때문에 다들 만족하십니다. 이 집 돼지고기의 특징이 기름기가 쫙 빠져 담백하다는 겁니다. 굽는 동안 자갈 사이로 기름성분이 빠져나가거든요."

상이 차려졌다. 불판 위로 새까만 자갈들이 먼저 올려졌다. 그 위로 고기를 올려놓았다. 돼지 한 마리에 딱 두 부위가 있다는 바로 그 갈매기살이었다. 갈매기살 위로 칼집이 사선으로 들어가 있었다. 고기 주위로는 버섯과 감자, 마늘이 함께 올려졌다. 고기가 금세 익었다. 하지만 고기가 자갈 위에 올려져 있어서인지 타지 않고 노릇노릇 맛있게 익었다. 입안에 넣었더니 기름기 없이 쫄깃한 맛을 냈다. 상추에 싸서 야채와 함께 먹었더니 두툼한 고기가 부드럽게 씹혔다. 고기가 신선한 이유는 갈매기살이 껍질에 싸인 채로 냉장실에 보관돼 있다 식탁에 오르기 직전에 손질을 해서 내놓기 때문이란다.

그가 이곳을 찾은 지는 2년쯤 됐다. 한 지인의 소개로 오게 되었는데, 자주 와서 지금은 그의 지정석이 마련될 정도다.

"잘 먹어야 합니다. 아무리 예쁜 옷을 만들어놔도 사람이 건강하지 않으면 옷이 예쁠 수 없거든요. 제가 옷을 만들 때도 옷 하나하나에 기를 불어넣기 때문에 잘 먹지 않을 수 없고요."

그는 오는 11월 서울 컬렉션 준비 때문인지 바빠 보였다. 대한복식디자이너협회 부회장을 맡고 있는 그는 부산 디자이너로서는 유일하게 서울 컬렉션에 참가한다. 영산대 교수로 활동하면서 후배 양성에도 힘을 쏟고 있다.

입고 있는 의상이 예쁘다고 말하자 "12년 된 옷"이라며 웃는다. 인체 곡선에 맞게 디자인해서 언제 입어도 편하다고 했다. 어떤 옷을 입느냐에 따라 사람의 몸이 만들어진다는 것이 그의 패션철학. 그래서 소재만큼은 까다롭게 고른다고 했다. "아토피나 알레르기 같은 병이 생기는 것도 디자이너들이 폴리에스테르같은 소재를 함부로 써서 그런 것"이라며 디자이너의 책임을 강조했다.

소탈한 듯하면서도 완벽을 추구하는 그의 성격을 알고나니 싸고 영양가 많은 돼지고기를 좋아하지 않을 수 없겠다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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