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버림받은 남파 간첩과 파면 당한 국정원 요원 의리와 의심 다룬 '의형제'
- '공동경비구역 JSA' 개봉 10년째 되는 해, 진지하지만 코믹한 남북문제 전개 좋아 선택
- "경상도 사내끼리 통해 강동원 씨와 호흡 환상적…외모도 닮아가더라(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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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의형제'에 출연한 송강호가 서울 소공동 한 호텔에서 자신의 작품과 연기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용우기자 ywlee@kookje.co.kr |
다음달 4일 개봉하는 '의형제'(감독 장훈)는 국가정보원 요원과 남파 공작원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다. 제목에서나 내용에서나 영화의 신선도는 떨어져 보인다. 제목은 1980년 홍콩 느와르 영화를 연상시키고, 소재는 1970년대 한국의 반공영화를 떠올리게 만든다. 하지만 영화는 심각한 주제를 다루지만 무겁지 않고 시종일관 유머가 넘쳐난다. 북한에 아내와 딸을 두고 내려온 남파공작원 지원(강동원 분)은 배신자를 처단하라는 상부의 지령을 받고 동료와 함께 암살 작전에 나서지만, 현장에 대기하고 있던 한규(송강호 분)가 이끄는 국정원 요원에게 습격을 받는다. 그로부터 6년 후, 해고된 한규는 흥신소를 운영하다가 우연히 지원의 도움을 받게 된다. 둘은 첫눈에 상대를 알아보지만 서로의 정보를 빼내려고 신분을 숨긴다.
극중 한규 역을 맡은 송강호는 '송강호의 종합선물세트' 같은 연기를 펼친다. 최근 서울 소공동 한 호텔에서 만난 송강호는 "'의형제'의 한규는 '살인의 추억'의 두만이나 '공동경비구역 JSA'의 경필과 비슷하다"면서 "새로운 연기는 아니지만 나의 모든 연기가 집약돼 있다"고 운을 뗐다.
'의형제'의 메가폰을 잡은 장훈 감독은 지난 2008년 '영화는 영화다'로 혜성같이 등장해 흥행과 비평,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은 신인 감독. '의형제'는 장훈 감독의 두 번째 작품으로 총 제작비는 35억 원에 불과하다. 그리 크지 않는 규모의 영화에, 게다가 신인감독의 2탄 작품에 출연한 계기가 궁금해졌다.
"올해가 '공동경비구역 JSA'가 개봉된지 딱 10년이 되는 해입니다. 이때까지 남북을 소재로 한 영화는 분위기가 많이 어두웠지요. 하지만 '의형제'는 발랄하고 코믹하면서도 당대 현실에 대해 냉철하게 파고듭니다. 이 부분이 좋았어요. 지난해 '박쥐'를 끝내고 바로 '의형제' 촬영에 들어가 그리 좋은 컨디션은 아니었지만 감독님을 철썩같이 믿었죠."
영화 촬영 전 '한국 최고의 연기파 배우' 송강호와 '꽃미남 배우' 강동원의 조합을 우려섞인 시선으로 보는 사람도 있었다. 이에 송강호는 특유의 '으하하' 소리가 나는 웃음(영화 '넘버 3'에서 조필이 지었던 웃음과 비슷함)으로 답했다.
"외모에서 송강호와 강동원이 어울리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하지만 요즘 저는 강동원 씨를 닮아가는 것 같은데요 (웃음). 강동원 씨는 겉모습과 달리 속은 아주 우직하고 속정 깊은 배우입니다. 저는 김해 출신이고 동원 씨는 창원이 고향입니다. 경상도 사내끼리 통하는 그 무언가가 있었지요. 호흡은 환상적이었습니다."
영화는 남북의 첩보요원이지만 가족을 부양해야 하는 가장인 두 남자의 처지를 보여주는데 주력한다. 극중 등장하는 "가족 같은 동료가 죽었어요. 하지만 진짜 가족은 먹여 살려야 하잖아요"는 한규의 대사는 영화 주제를 압축적으로 말해준다.
"한규는 국정원 요원 출신이지만 '생활인'의 모습을 더 많이 보여요. 실제 제 자신과 많이 비슷합니다. 두 명의 자녀를 둔 40대 중년 남성이고 아이들의 건강과 성적을 걱정하지요. 기러기 아빠가 될까 고민도 했는데 포기했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지내는 게 더 중요하니까요."
이때까지 그는 '밀양'의 이창동, '살인의 추억' '괴물'의 봉준호, '공동경비구역 JSA' '박쥐'의 박찬욱,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의 김지운 등 한국 최고의 감독들과 작업을 했다. 그리고 그가 출연한 영화는 모든 흥행에 성공했으며 평단의 호평도 한 몸에 받았다.
"물론 이 감독님들과 굉장히 친해요. 의형제 같죠. 하지만 이분들하고만 작품을 하는 건 아닙니다. 시나리오를 보고 결정합니다. 더 중요한 건 감독이 어떤 사람인지가 중요하죠.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갈지, 감독이 어떤 생각을 가졌는지를 파악하고 나서 출연 여부를 결정합니다." 이어 그는 "1년에 한 편 정도 영화에 출연하는데 사람들은 저를 '다작 배우'로 생각한다"면서 "출연한 영화들이 다 잘돼서 그런가 보다(웃음)"라고 덧붙였다.
차기작이 궁금해졌다. 이현승 감독의 느와르 영화 '밤안개'다.
"올 봄에 촬영에 들어갈 예정입니다. 고전적인 맛이 나는 느와르입니다. 막판 시나리오 작업 중인데요. 정사 장면은 전혀 없어요(웃음). 평소 이현승 감독님과 작업해 보고 싶었어요. 역시 멜로물의 대가답게 강력한 멜로라인은 있어요."
그의 기억 속에 남은 인상적인 대사는 무엇이 있을까.
"'박쥐'에서 '죽으면 끝'이라는 대사가 있어요. 상대역으로 나왔던 김옥빈 씨의 대사죠. '열심히 배우로서 살되 죽으면 끝이다. 후회 없이 살자'는 말이죠. 배우생활을 마라톤에 비유하고 싶어요. 지금 당장 안 좋더라고 열심히 하면 언젠가는 좋은 기회가 옵니다. 배우 생활도 굴곡진 인생과 비슷한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