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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현 기자의 Sea 스토리 <10> 종족보존을 위한 본능

목숨바쳐 지킨 알… '내 유전자를 남겨라'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1-08-11 18:52:34
  •  |   본지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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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봄 모자반 군락지에 볼락 치어들이 무리지어 있다. 모자반 등 해조류로 이뤄진 해중림은 바다동물들에게 최고의 산란장이다.
- 대구 500만개, 개복치 3억개 넘는 알…포식자 피하기 위한 어미의 지극정성
- 더러는 품속에 넣고 더러는 죽기까지…그래도 성체로 자라는 건 그 중 한둘

대부분의 어류는 넓은 바다에다 알을 뿌리는 방식으로 번식한다. 이렇게 뿌려진 알은 포식자가 잡아먹거나 부화에 실패하는 등 어떠한 위험에 직면하더라도 반드시 살아남는 것이 있도록 수십만 또는 수백만 개 이상이다. 대구는 보통 한 번의 산란으로 500만 개 이상의 알을 낳는데 종족 보존을 위해서는 그중 한두 개만 성체로 자라도 충분하다. 어류 중 가장 알을 많이 낳는 개복치는 한번에 3억 개 이상의 알을 낳지만 극소수를 제외한 대부분은 부화하지도 못한 채 다른 포식자의 먹이가 되거나 바다 환경에서 소멸된다.

■안전한 산란장을 찾아서

   
입 안에 알을 품고 있는 얼개비늘류
이와 같이 엄청난 수의 알을 흩뿌린 다음 바다 환경에 맡겨버리는 번식방법은 먼 바다에서 살아가는 어류에게는 적합할지 몰라도 연근해에서 살거나 적은 수의 알을 낳는 어류에게는 맞지 않다. 이들은 부화율을 조금이라도 높이기 위해 경제적인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래서 어떤 종은 알을 감출 곳을 준비하고, 어떤 종은 알이 부화할 때까지 체내에서 보호하고 있으며, 또 다른 종은 부화한 뒤에 그 치어가 독립할 때까지 어미가 보호하기까지 한다. 날치의 알은 모자반에 휘감기기 쉽도록 긴 실 모양의 끈을 갖고 있는 것이 보통이고 동갈치의 알은 무리를 이루도록 표면이 돌기 형태로 되어 있다. 방출된 뒤 바닥에 가라앉는 청어 알은 돌이나 해조류 등 적당한 곳에 붙을 수 있도록 점액성의 물질로 덮여있다. 자리돔 수컷은 알을 낳을 수 있는 안전한 산란장을 확보해두고 암컷을 유혹한다. 암컷이 이곳에 알을 낳으면 수컷은 정액을 뿌려 수정시킨다. 이후 수정란을 지키고 보호하는 것은 수컷의 몫이다. 수컷은 수정란이 안전하게 부화할 때까지 산란장을 떠나지 않고 지느러미를 부채처럼 흔들어 신선한 물과 산소를 공급한다.

   
불가사리와 해삼의 습격을 받은 군소의 알
거친 바다를 지나 자기가 태어난 모천으로 돌아오는 연어에게 가장 위험한 시기는 태어난 고향 하천을 거슬러 오르는 때이다. 연어가 필사적으로 강을 거슬러 오르는 것은 안전한 산란장을 찾기 위해서이다. 강 하류보다 상류에는 포식자가 드물어 무방비 상태로 알에서 태어난 치어들에게 비교적 안전하다. 강 상류에 도착한 수컷은 강바닥에서 물이 솟아오르는 곳을 고른다. 그래야만 12월 중순의 혹독한 겨울 추위에도 알이 얼지 않고 산소도 충분하게 공급받을 수 있다. 적당한 자리를 잡은 수컷은 몸을 옆으로 뉘어 꼬리지느러미를 맹렬히 흔들며 강바닥의 자갈을 파헤친다. 사력을 다한 몸짓으로 깊이 40㎝ 정도의 산란장이 마련되고 암컷은 몸을 바로 세워 생의 마지막 힘을 짜내어 3000개 안팎의 살구빛 알을 쏟아낸다. 다른 수컷의 침입을 경계하며 산란장을 지키고 선 수컷은 암컷의 마지막 몸부림을 신호로 알 위에다 정자를 뿌린다. 수정을 마친 다음 두 마리 연어는 포식자로부터 수정란을 지키기 위해 꼬리지느러미를 흔들어 자갈로 알을 덮는다.

■자신의 몸을 이용해서

   
바다동물의 산란장인 잘피에 붙은 알.
평생을 일부일처제로 살아가는 해마는 수정란을 보호하고 키우는 것이 전적으로 수컷의 몫이다. 수컷은 자신의 배에 있는 주머니(육아낭) 속에서 알을 키우고 부화시킨 후 태어난 새끼가 어느 정도 자랄 때까지 뱃속에서 키우기까지 한다. 해마가 선택한 가장 안전한 부화장은 수컷 몸에 달린 주머니인 셈이다.

얼개비늘류(농어목 동갈돔과)나 도화돔(금눈돔목 얼게돔과) 등은 안전한 부화장으로 자신의 입 속을 선택했다. 이들은 수정란을 입에 머금은 후 부화시키기까지 하는데, 부화된 후에도 치어들이 위험을 느끼고 도망쳐오면 입을 벌려 보호해준다. 그런데 그 오랜 시간 동안 수정란과 치어들에게 신선한 물과 산소를 공급하느라 이따금 입을 뻐끔거릴 뿐 먹이를 전혀 먹지 않는다. 치어들이 성장해서 입을 떠나고 나면, 그동안 굶주렸던 어미는 매우 수척해진다. 더러는 탈진해서 죽기까지 한다니 자식을 위한 이만한 헌신도 없을 듯하다. 이들이 알을 입속에 담고 보호할 수 있는 것은 직경 1㎜ 안팎의 작은 알들이 다른 물고기 알과는 다르게 실로 이어 놓은 것처럼 덩어리져 있기 때문이다. 알 덩어리를 입에 넣은 어미는 위협을 느끼면 입을 굳게 다무는데 이때 턱 아래가 불룩해진다. 입 속에 알을 넣어 보호하는 역할은 보통 수컷이 하지만 일부 어종은 암컷이 하거나 암수가 번갈아하는 경우도 있다.

■연체동물의 알 숨기기

안전한 산란장을 찾는 것은 어류뿐 아니라 모든 바다동물의 공통적인 본능이다. 교미를 끝낸 암컷 문어는 굴이나 바위틈에 들어가서 천장에 포도송이 같은 연한 푸른빛이 도는 백색의 알을 낳는다. 암컷은 알을 낳은 후부터 아무 것도 먹지 않고 몇 달을 버티며 수관을 통해 물을 뿜어 맑은 물과 산소를 공급하는 등 생의 마지막 열정을 다한다. 이후 새끼들이 알을 깨고 나와 부화를 마칠 무렵이면 탈진한 암컷은 생을 마감한다.

   
같은 연체동물에 속하는 군소는 알을 많이 낳는 바다 동물이다. 군소 한 마리가 한 달 동안 낳는 알의 수는 1억 개에 이른다. 만약 이 알들이 잡아먹히지 않고 모두 성장에 성공해 재생산에 나선다면 단 1년 만에 지구표면은 2m 두께의 군소로 덮이게 될 것이라 한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대부분의 군소 알은 부화되기 전 불가사리, 해삼, 게, 어류 등 포식자의 공격을 받는다. 그래서 군소는 종족 보존을 위해 본능적으로 자신의 알을 숨긴다. 이들이 찾은 안전한 산란장은 엽상체로 그늘진 해조류 아래쪽과 바위 틈 등이다. 바다 속을 다니다보면 바위틈에 꼭꼭 숨겨진 군소 알 뿐 아니라 이곳을 용하게 찾아낸 불가사리 등 포식자의 공격 또한 관찰할 수 있다. parksh@kookje.co.kr

공동기획 : 국제신문, 국립 한국해양대학교, 국토해양부 영남씨그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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