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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닥에 내려가 휴식을 취하고 있는
바다 독사. |
사람들은 누구나 뱀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 신화나 민담에 등장하는 무시무시한 뱀에서부터 우리 주변에 있는 뱀에 이르기까지 뱀은 가까이하고 싶지 않은 혐오스러운 동물이다. 특히 독을 가진 뱀은 절대 만나고 싶지 않은 존재이다. 기자도 한가지이다. 뱀을 만난다는 것. 특히 독사를 만난다는 것은 꿈에서라도 피하고 싶은 일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독사를 만나기 위해 여행을 떠난 적이 있다. 그것도 땅 위의 어떤 독사보다 강력한 독을 가졌다는 바다 독사를 만나기 위해….
■바다뱀 50여종 중 다섯 종이 독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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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호초 사이에 숨어 있던 바다 독사가
갑자기 몸을 솟구쳐 기자에게
돌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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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 바다 독사를 만나기 위해 찾은 곳은 필리핀 해양 생태보호구역으로 지정된 아포 섬 해역이었다. 필리핀 남부에 있는 아포섬은 생태계가 잘 보전돼 바다 독사의 출현이 잦은 곳으로 유명하다. 수심 10~20m 지점에 광범위하게 형성된 산호초 지대를 지나는데 빽빽한 산호 가지 사이로 2m 남짓한 길이의 물체가 미끄러지듯 지나는 것이 보였다. 검은색 줄무늬가 선명한 바다 독사였다. 한참을 따라가자 바다 독사가 지쳤는지 산호 가지 사이로 숨어들었다. 기자 또한 움직임을 멈추고 바다 독사와 눈을 맞춘 채 지켜보았다. 팽팽한 긴장…. 그 긴장의 끈을 먼저 놓은 것은 바다 독사였다. 숨이 가빠서였을까? 그곳을 탈출하기로 작정한 듯 바다 독사가 산호 가지를 박차고 눈앞으로 솟구치며 올라왔다. 갑작스러운 돌진에 놀라 머리를 뒤로 젖히며 반사적으로 사진기 셔터를 눌렀다. 다행이었다. 솟구쳐 오르는 바다 독사가 S자로 웨이브 진 몸매를 있는 그대로 드러내 보였다. 바다 독사는 그 탄력으로 수면으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땅 위에 살다가 수백만 년 전 바다로 내려간 바다뱀은 바다라는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콧구멍은 물이 들어오지 않도록 밸브 형태로, 꼬리 부분은 노와 같이 납작한 모양으로 변해 수영을 잘하게 되었지만 허파 호흡을 하는 파충류의 한계를 완전히 극복하지는 못했다. 특히 50여 종의 바다뱀 중 독을 가진 다섯 종의 바다 독사는 일반 바다뱀보다 피부 호흡 능력이 떨어져 한두 시간에 한 번씩은 물 위로 올라가 허파 가득 공기를 들이마셔야만 한다. 또한 일반 바다뱀이 물속에서 알을 낳는 것과 달리 바다 독사는 알을 낳기 위해서 땅 위로 올라가야 한다. 이렇게 물속에 머물다가 밖으로 나갈 때가 바다 독사에게 가장 위험하다. 수면을 선회하는 독수리나 바닷새의 예리한 눈과 날카로운 발톱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바다 독사가 독을 가지게 된 것은 바다라는 환경에 완전히 적응하지 못한 자신의 부족함을 보완할 수 있는 무기가 필요했기 때문으로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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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다 독사가 숨을 쉬기 위해 수면을 향해 올라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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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독사는 종에 따라 뱀장어와 바다 메기, 복어 등을 주식으로 삼는 등 다양한 식성을 가지지만, 강력한 독으로 먹잇감을 기절시키거나 죽인 후에 통째로 삼킨다는 공통점이 있다. 바다 독사의 독은 땅 위의 어떤 독사보다 강하다고 알려졌는데, 바다 독사를 만난다고 해서 겁부터 먹을 필요는 없다. 바다 독사가 가지고 있는 2㎜ 정도의 짧은 송곳니로는 스쿠버 다이버가 입고 있는 잠수복을 뚫기 어려울 뿐 아니라 자신을 위협하지 않으면 공격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바다 독사가 사람을 공격하는 경우는 대부분 열대 지방의 어부들이 그물에 걸린 바다 독사를 떼어내기 위해 건드리는 때라고 한다.
뱀의 독은 크게 신경성 독과 혈액성 독의 두 가지로 나뉜다. 살모사는 혈액성 독을, 코브라는 신경성 독을 가지고 있다. 혈액성 독을 가진 뱀에게 공격을 받으면 출혈과 함께 상당히 고통스럽게 죽음에 이른다. 이에 반해 신경성 독을 가진 뱀에 물리면 통증은 없지만 아주 짧은 시간 안에 몸이 마비되면서 목숨을 잃게 된다. 다섯 종의 바다 독사는 그 종에 따라 신경성 또는 혈액성 독을 가지고 있어 만약의 경우 어떤 해독제를 사용해야 할지 구별해야 한다.
바다 독사를 포함한 바다뱀은 오스트레일리아 대륙 아열대 지역에 살던 뱀이 바다로 내려간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은 태평양과 인도양에서만 발견되며 대서양 등에서는 찾아볼 수가 없다. 이는 온도가 낮은 곳에서는 살 수 없는 바다뱀의 변온동물적 특성 때문이다. 남태평양 열대해역이 고향인 바다뱀이 대서양으로 가기 위해서는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희망봉을 돌아야 하는데, 희망봉까지 가는 도중 만나게 되는 낮은 수온의 바다는 변온동물인 바다뱀이 생존할 수 없는 조건이다.
■히드라의 전설 담긴 바다뱀자리
그리스 신화 속에 등장하는 헤라클레스의 모험이야기이다. 레르나 지방의 숲에 커다란 뱀의 머리가 아홉 개나 달린 무시무시한 괴물 히드라가 살고 있었다. 히드라는 밤이면 숲에서 나와 사람들을 마구 잡아먹었는데, 만약 하나의 머리가 잘리면 그곳에 새로운 두 개의 머리가 생겨나 절대 죽일 수가 없었다. 레르나 지방을 통치하던 에우리테우스 왕은 헤라클레스에게 히드라를 없애 달라고 부탁했다. 헤라클레스는 한 손에는 커다란 칼을, 다른 한 손에는 불이 붙은 떡갈나무를 들고 히드라와 30일간의 혈투를 벌인 끝에 히드라를 물리쳤다. 헤라클레스의 아버지인 제우스는 아들의 용감함을 후세 사람들이 영원히 기억토록 하기 위해 죽은 히드라를 하늘에 올려 별자리를 만들었는데, 이것이 바로 바다뱀자리이다. 여름철 남쪽 하늘에 나타나는 바다뱀자리는 밤하늘에 있는 88개 별자리 중 가장 길고 넓은 면적을 차지한다. parksh@kookje.co.kr -끝-
공동기획 : 국제신문, 국립 한국해양대학교, 국토해양부 영남씨그랜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