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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현 기자의 Sea 스토리 <13> 장어

고소한 곰장어, 장어는커녕 어류도 아니라고?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1-11-24 19:11:32
  •  |   본지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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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물장어와 민물장어구이- 음식점에서는 민물장어를 손질하기 전 전기 충격기로 기절 시킨다. 강하게 퍼덕여 손질이 어렵기 때문이다.
장어(長魚)는 말 그대로 몸이 뱀처럼 긴 물고기이다. 분류학적으로는 경골어류 뱀장어목에 속하는 모든 종류가 포함된다. 그런데 우리가 흔히 곰장어라 부르는 먹장어는 몸이 길어서 장어라 부르지만 엄밀히 말하면 장어뿐 아니라 어류에 조차 끼지 못한다. 그렇다면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먹장어, 붕장어, 뱀장어, 갯장어는 어떻게 구별할까?

■눈이 멀어 먹장어

   
먹장어(곰장어)와 먹장어구이- 원구류에 속하는 먹장어는 흡반처럼 생긴 입으로 다른 물고기의 몸에 붙어서 살을 파먹는다.
어류는 턱뼈가 있는 '악구상강(顎口上綱)'에서 경골어류와 연골어류로 나뉘는데 먹장어는 턱뼈가 없어 어류가 아닌 무악류로 분류된다. 학자에 따라서는 둥근 입 때문에 원구류로 분류하기도 하는데 무악류 또는 원구류는 척추동물 중 가장 하등한 무리이다. 먹장어는 흡반처럼 생긴 입을 이용해 물고기의 살을 빨아먹는 기생생활을 하거나 죽은 고기나 바다동물의 사체에 둥근 입을 붙여 유기물을 섭취한다.

먹장어는 겉모습이 징그러운 데다가 식습성 마저 혐오스러워 다른 나라에서는 먹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스태미너 식품으로 상당히 인기가 있다. 먹장어가 이런 대접을 받게 된 것은 가죽을 벗겨 내도 한참 동안 살아서 '꼼지락 꼼지락' 움직이는 모습을 힘이 좋다고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먹장어는 꼼지락거리는 움직임으로 인해 곰장어(꼼장어)라는 속칭으로 더 널리 알려져 있다. 곰장어의 원조 격인 부산 자갈치 시장 곳곳에서는 사시사철 곰장어 굽는 고소한 냄새가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길을 잡는다. 원래 곰장어는 핸드백, 구두, 지갑 등 고급 피혁제품의 재료로 쓸 가죽을 얻기 위해 잡아들였었다. 그런데 해방 직후 먹을거리가 부족하던 시절, 가죽을 벗겨 내고 버렸던 고기를 구워 먹어 보니 맛이 그럴 듯하여 식용으로 이용되기 시작해 오늘에 이르렀다. 곰장어의 표준말인 먹장어라는 이름은 눈이 퇴화되어 피부에 흔적만 남아 '눈이 먼 장어'라 해서 붙은 이름이다.

■기장의 명물 붕장어

   
붕장어와 붕장어구이- 붕장어는 항문에서 머리 쪽으로 38~43개의 옆줄 구멍이 뚜렷하게 나 있다.
정약전 선생의 '자산어보'에도 기록으로 등장하는 붕장어는 일본식 이름인 '아나고(穴子)'로 더 널리 불린다. 아나고란 이름은 모랫바닥에 구멍을 뚫고 들어가 사는 습성 때문에 '구멍 혈(穴)'자가 붙은데서 이름이 유래한다. 야행성인 붕장어는 모랫바닥 구멍에 몸통을 반쯤 숨긴 채 낮 시간을 보내다가 밤이 이슥해지면 활동을 시작하는데 이때 작은 물고기 등을 닥치는 대로 포획한다. 밤에 돌아다니며 먹이 사냥을 하는 습성으로 인해 이들은 '바다의 갱'이라는 별칭으로도 불린다. 붕장어가 먹이 사냥을 나설 무렵이면 붕장어를 낚아 올리기 위한 낚시꾼들의 채비도 바빠진다. 붕장어는 항문에서 머리 쪽으로 38~43개의 옆줄 구멍이 뚜렷이 나 있는데, 옆줄 구멍이 별 모양 같다하여 중국에서는 '싱만(星鰻)'이라고도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붕장어가 구이뿐 아니라 횟감으로도 인기가 있지만, 일본 사람들은 붕장어 피에 있는 혈액독을 경계해 날것으로 먹지 않는다. 붕장어를 횟감으로 손질할 때 물에 깨끗이 씻어서 핏기를 가시게 하는 이유도 핏속에 들어 있는 이크티오톡신이라는 독을 빼내기 위함이다. 이크티오톡신은 인체에 들어가면 구역질 등 중독 증상을 일으키며, 눈이나 피부에 묻으면 염증이 생긴다. 이크티오톡신은 민물장어인 뱀장어의 혈액에도 많이 들어 있는데, 다행히 열에 약해 60도 전후에서 분해되므로 익혀먹으면 전혀 걱정할 필요 없다.

■바람과 함께 강을 거슬러 오르는 뱀장어

   
갯장어와 갯장어회- 갯장어는 날카로운 이빨로 사나운 개처럼 무는 습성이 있다.
뱀장어는 흔히 우리가 민물장어라 부르는 종이다. 장어류 가운데 유일하게 바다와 강을 오가는데, 등지느러미가 가슴지느러미보다 훨씬 뒤쪽에서 시작한다는 점에서 갯장어나 붕장어와는 차이가 있다. 회유성 어류인 뱀장어는 성장한 후 자신이 태어난 강으로 돌아오는 연어와는 반대로 유생기 때 강으로 올라와 5~12년 정도 생활한 후 산란을 위해 멀고 깊은 바다로 떠난다. 자신이 태어난 수심 2000~3000m의 심해에 다다른 뱀장어는 알을 낳고 수정을 마친 후 생을 마감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알에서 부화한 유생기의 뱀장어는 투명하고 버드나무 잎과 같은 모양으로, 성체를 전혀 닮지 않았다. 그래서 유생기의 뱀장어를 댓잎뱀장어라고 부른다. 댓잎뱀장어는 자라면서 난류를 타고 북상해 자신들의 어미가 떠난 하구 부근에 도착하면 실과 같이 가늘고 투명한 실뱀장어 형태로 변태하여 강을 거슬러 올라간다. 실뱀장어 어업에 종사하는 어민들은 매년 3월 초에서 말까지 하구에 모여드는 실뱀장어를 잡아 뱀장어 양식의 종묘로 사용한다.

뱀장어 중에서는 풍천장어가 최고로 대접받는다. 여기서 풍천은 지역을 가리키는 말이 아니다. 뱀장어가 바닷물을 따라 강으로 들어올 때면 일반적으로 육지 쪽으로 바람이 불기 때문에 바람을 타고 강으로 들어오는 장어라는 의미에서 '바람풍(風)'에 '내천(川)'자가 붙었다.

풍천장어의 유래가 된 곳이자 특산으로 유명한 전라북도 고창군 선운사 앞 인천강은 서해안의 강한 조류와 갯벌에 형성된 풍부한 영양분으로 인해 장어가 살 수 있는 천혜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그래서 양식 장어는 물론이거니와 다른 지역에서 잡아들이는 뱀장어보다 이곳에서 잡아들이는 뱀장어를 최고급으로 친다.

■사나운 개처럼 물어대는 갯장어

   
여름철이면 횟집 메뉴에 '하모(ハモ)'가 등장한다. 이 때가 제철인 하모는 갯장어를 뜻하는 일본어로 이들이 아무것이나 잘 물어대는 습성을 가지고 있어 '물다'라는 뜻의 일본어 '하무(ハム)'에서 그 이름이 유래한다. 갯장어는 전체적으로는 붕장어와 많이 닮았지만 붕장어에 비해 주둥이가 길고 뾰족한 편이며 등지느러미가 가슴지느러미 보다 앞에서 시작된다. 성체의 크기도 붕장어보다 큰 편이라 200㎝에 이른다. 갯장어의 외형상 가장 큰 특징은 억세고 긴 송곳니를 비롯한 날카로운 이빨에 있다. 이들은 성질 또한 사나워 뭍에 올려놓으면 사람에게 달려들기도 한다. 이러한 특성을 '자산어보'에서는 개의 이빨을 가진 뱀장어로 묘사해두었다. 우리에게 갯장어라는 이름보다 하모로 더 잘 알려진 것은 이를 즐겨먹는 일본인들이 일제강점기 때 우리나라에서 잡히는 갯장어를 자기네 나라로 전량 빼돌리기 위해 '수산통제어종'으로 지정한 탓이 크다. 당시 갯장어는 하모라는 일본식 이름과 함께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까이 할 수 없는 어종이었던 셈이다.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수탈의 역사 중 한 토막이다. parksh@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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