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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에세이 뷰-파인더] 배고픈 겨울, 아빠만 믿어요

12년째 먹이주는 '을숙도 고니 아빠' 전시진 씨

  • 백한기 기자 baekhk@kookje.co.kr
  •  |   입력 : 2012-02-02 18:54:54
  •  |   본지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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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진 씨가 뿌려준 고구마를 먹기 위해 큰고니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 11월~3월 매일 600~800㎏ 고구마 썰어 공급

   
을숙도 상공을 선희 비행하는 큰고니들
"꾸룩 꾸록 꾸욱." 무슨 소리일까? 겨울철새의 낙원 낙동강 하구 을숙도에서 배고파서 우는 큰고니들의 울음소리다.

"고니야, 배고프지". '을숙도 고니 아빠'라 불리는 전시진(59) 씨가 고니들을 향해 고구마 먹이를 뿌려주고 있다. 그는 굶주린 고니에게 12년 째 먹이를 주고 있다.

큰고니는 천연기념물 201호로 11월 말쯤 되면 러시아 툰드라의 추위를 피해 우리나라 해안가의 호수를 찾았다가 이듬해 3월에 돌아가는 희귀한 겨울 철새다. 여러 겨울철새 가운데 가장 크고 아름다운 새로, 낙동강 하구의 대표적인 새이기도 하다.

큰고니는 크기가 140㎝나 되는 육중한 몸매로 단숨에 하늘로 날지 못해 육상에서 도움닫기 하듯이 수면 위 4~6m를 박차고 탄력을 받아야 비로소 날 수 있다. 우리나라를 찾는 고니류는 혹고니, 큰고니, 고니 세 종류가 있다. 혹고니는 간혹 드물게 보인다. 큰고니는 수생식물의 뿌리와 수서곤충을 먹으며, 보통 4~5마리의 가족단위로 생활한다. 자신의 영역을 침범 당할 때에는 치열한 싸움이 벌어진다. 목을 수직으로 구부리는 자세는 경계의 자세다. 무리 중 머리와 목이 잿빛을 띠는 녀석들은 태어난 지 1년이 채 안 되는 어린 새이다.

   
큰고니 먹이인 썰어 놓은 고구마
부산 낙동강 하구 남쪽 바다와 만나는 입구, 서쪽 부산 도시 한가운데 섬이 있다. 새가 많고 물이 맑다고 붙여진 이름 을숙도이다. 이곳은 한때 동아시아 최대의 철새도래지로서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곳이다.

을숙도는 송골매 같은 텃새 뿐 아니라 큰고니, 오리류 등 이곳을 찾는 겨울과 여름 철새만도 연간 160여 종이 서식하는 지역이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백조라는 이름으로 잘 알려진 겨울 철새 큰고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곳을 가장 많이 찾는다.

올해는 큰고니 개체 수가 늘어났다. 이유는 이 지역에서 자라는 철새들의 주먹이인 수생식물과 새섬매자기가 아주 풍족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철새들이 몰리면서 먹이는 벌써 바닥나 버렸다.

매일 오전 10시 쯤 트럭 한 대가 을숙도 남쪽 끝으로 향한다. 트럭이 다가오자 갯벌에 하얀색의 큰고니 수백 마리가 자태를 뽐내며 '꾸룩 꾸록 꾸욱' 소리로 화답한다. 전 씨가 오면 먹이를 먹기 위해 주변으로 무리 지어 '맴맴' 돈다. 이 시간이 되면 큰고니들도 자신들에게 먹이를 주는 전 씨를 알아본다. 전 씨는 먼저 큰고니들의 개체 수를 확인한다. 그리고 큰고니 먹이를 내린다. '을숙도 고니 아빠'인 전 씨가 굶주린 철새들을 위해 겨울철 매일 하는 일이다. 출근해서는 을숙도 일대 철새 감시와 고구마를 썰어 철새들에게 먹이를 주는 봉사활동을 한다.

   
낙동강 하구에서 수면을 걷어차며 비상하는 큰고니
전 씨가 미리 썰어 놓은 고구마를 트럭에서 내리자 새 떼들이 그의 곁을 맴돌기 시작한다. 고구마를 뿌리기가 무섭게 달려든다. 먼저 청둥오리와 고방오리가 앞장서고, 큰고니들이 익숙하게 몰려온다. 너나 할 것 없이 고구마를 먹느라 정신이 없다. 매일 4~6차례에 걸쳐 600~800㎏ 정도 씩을 11월부터 큰고니가 떠나기 전인 3월까지 준다. 야생동물인 큰고니지만, 먹이 주는 전 씨를 따라 오는 걸 보면 애완동물 같다. 큰고니는 평균 몸무게 10㎏으로 하루 2㎏ 정도 먹을 수 있는 대식가이다. 이렇게 그에게 먹이를 의존하는 큰고니들이 500마리, 그리고 청둥오리와 고방오리는 1200~2000마리 가량이다.

큰고니들은 야생성이 강해서 사람들의 접근을 두려워한다. 그렇지만 하루 종일 굶어 배가 고프기 때문에 위험을 무릅쓰고 먹이가 들어오면 사람 가까이로 다가 온다.

세계 최대 규모인 낙동강 철새 도래지의 명성에 걸맞게 을숙도는 현재 겨울 철새들의 거대한 휴식처가 되고 있다. 금년에는 낙동강 하구를 찾은 큰고니 2000여 마리가 겨울 월동을 한다. 여기에 고구마와 수초가 떨어질 쯤인 3월이면 러시아 툰드라 고향으로 돌아간다.

취재 협조=조류사진가 박용수 씨. 동영상 www.birdvideo.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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