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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 남성 패션 <64> 사라진 백 년 전의 기억, 대한제국(1)

여주인공 김소연 의상 단연 백미… 고종황제 고증 어려웠던지 아쉬움 남아

  • 국제신문
  • 디지털뉴스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2-03-22 18:31:44
  •  |  본지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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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 연회에는 연미복이 아니라 모닝코트를 입는다. 황제가 공식석상에 그런 옷을 입었다고 보기에는 현대적 해석이 과했다.
부푼 맘으로 영화 '가비'(2012)를 봤다. 대한제국기와 고종황제에 대한 복식에 관심이 컸던 필자로서는 그 기대가 더욱 컸다. 또 필자가 첫 직장생활을 하며 영화사와 처음으로 일을 했던 영화 '접속'의 장윤현 감독의 영화라 감회가 새로웠다.

영화의 배경은 일제에 의한 을미사변(1895년)으로 불리는 명성황후 시해사건 후에 러시아 공관으로 1년 여 동안 피정한 아관파천(1896년)과 대한제국 선포(1897년)를 다루고 있다. 엄연히 존재한 우리의 역사시대이고 불과 백 년 전의 일이지만, 안타깝게도 남아있는 유물과 기록 등 사료가 전 시대보다 오히려 많지 않아 영화와 드라마에서 시대극으로 제대로 재현하지 못한 아쉬운 시대이기도 하다.

영화사에서 내놓은 자료인 듯하나 보도된 내용에 따르면 80여종의 다양한 복식을 화려함과 절제됨을 공존시키며 철저한 고증과 치밀한 프로덕션으로 아르누보시대 화가들의 그림들까지 참고하였다고 하지만 글쎄다.

영화에서 무엇보다 눈에 띄고 공을 많이 들인 흔적이 역력한 것은 여배우들의 의상이다. 특히 고전적인 절개선을 따라 여성미를 물씬 풍겨준 주인공 김소연의 의상들은 보는 재미는 쏠쏠했다. 서양옷을 벗고 하얀 한복을 입고 나오는 장면에선 서양미와 전혀 다른 느낌의 라인으로 극에 치닫는다. 앞서 영화 '쌍화점'(2008)을 통해 고증과 재해석을 절묘하게 내놓은 정정은 의상감독의 위력을 유감없이 발휘하였다. 하지만 남성복은? 주진모의 의상에 대해선 말을 아끼련다. 무엇보다 필자의 관심이었던 고종황제는 아쉽게도 영화에서 단 두벌의 의상만을 입고 나온다. 대부분은 영화적 설정인 흰색 곤룡포. 그리고 또 하나는 연미복인 것 같긴 같은데, 무어라 불러야 될지 모를 검정의 정체불명의 옷이 그 하나다.

영화는 수많은 서적을 참고하였다고 하지만, 고종황제의 복식에 대해서는 주로 사진뿐이지 않았을까 추정된다. 혼란스런 조선의 상황을 대변한 상복으로서 흰색 곤룡포는 흰색 두루마기와 소갓을 한 사진을 기초로 하였다고 한다.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식 호텔인 손탁호텔에서 러시아, 일본과 연회를 갖는 장면에서 문제의 검정 의상 또한 고종황제의 연미복 사진을 참조한 것 같다. 하지만 고종황제가 황제의 상징인 대례복을 버리고 연미복을 입은 것은 일제에 의해 국권과 황위를 뺏기고서였다. 대한제국을 선포하려는 의기를 지닌 때의 의상과는 거리가 멀다. 외관상으로는 연미복이지만 보타이와 조끼의 디테일은 연미복의 것이 아니다. 더군다나 영화 속 연회는 밤이 아닌 낮의 행사다. 낮의 연회에는 연미복이 아니라 모닝코트를 입는다. 황제를 표방하는 그가 공식석상에 그런 옷을 입었다고 보기에는 현대적 해석이 과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가슴에 무의미하게 달려있는 휘장이 가슴 아프다. 일본의 휘장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하지만 중앙에 선명한 붉은 원은 일장기의 그것이다.

김윤석 영화 남성패션 칼럼니스트 bsnbor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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