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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1일 서울 경희궁 숭정전 야외무대에서 열린 영화 '후궁-제왕의 첩'의 초대형 쇼케이스 모습. 취재진 200여 명과 관람객 400명이 참석했다. 황기성사단 제공 |
■SCENE #1 지난 11일 오후 8시. 서울 경희궁 숭정전 야외무대에서는 다음 달 6일 개봉하는 영화 '후궁-제왕의 첩'(이하 후궁)의 초대형 쇼케이스가 열렸다. 취재진 200여 명과 관람객 400명이 참석한 이 행사에서는 영화 의상을 소개하는 패션쇼를 비롯해 김대승 감독과 주·조연 배우들이 함께하는 토크쇼 및 영화 OST에 참여한 서영은의 미니 공연이 진행됐다.
■SCENE #2 지난 8일 오후 6시30분. 부산 사직구장에서 영화 '은교'의 주연 배우 김고은이 롯데 자이언츠와 삼성 라이온즈의 야구 경기에 앞서 시구를 했다. 이날 낮 김고은은 부산의 한 극장에서 출판사 문학동네의 기증 도서 200권을 판매하는 도서 바자 행사에 참여했다.
■SCENE #3 지난 7일 오후 7시30분. 서울 영등포 타임스퀘어에서 오는 24일 개봉하는 '맨 인 블랙3'의 월드 프리미어 및 레드 카펫 행사가 벌어졌다. 영화의 주연 배우인 윌 스미스, 조쉬 브롤린과 베리 소넨필드 감독은 2000여 팬의 박수갈채를 받았다. 이날 오전 이들은 서울 리츠칼튼호텔에서 월드 프리미어 기자간담회를 했다.
세 장면은 최근 영화 홍보의 하나로 열린 행사 모습이다. '맨 인 블랙3'과 '후궁'은 여름 시즌의 기대작답게 이전에 볼 수 없었던 대규모 행사로 관객의 시선을 끌었다. 이미 개봉한 '은교'는 흥행의 고삐를 더욱 좼다.
그렇다면 많은 돈을 들여 이런 행사를 펼치는 이유는 무엇일까. 단 한 가지다. 영화의 인지도를 높이고,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함이다. 이 행사가 열리자마자 각종 포털사이트에서 이들 영화 제목이 검색어 1위에 올랐음은 물론이다.
'후궁'의 쇼케이스에 참석한 한 관람객은 행사 장면을 스마트폰으로 촬영하며 "서울의 고궁에서 이런 행사를 볼 수 있을 줄 몰랐다. 솔직히 '후궁'이라는 영화에 대해 잘 몰랐지만 개봉하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이미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사진을 보여줬다.
김고은의 자선 바자와 시구 덕분인지 '은교'는 이전에 개봉한 한국 영화들보다 유독 부산에서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맨 인 블랙3'는 전편 개봉 이후 10년 만에 3편이 나왔기 때문에 10대와 20대 관객에게 인지도가 낮았지만 월드 프리미어 행사로 영화 인지도를 크게 끌어올렸다.
영화홍보마케팅사인 영화인의 최은영 팀장은 "개봉 8주 전부터 관객을 대상으로 매주 영화의 '인지도, 선호도' 조사를 한다. 그런데 선호도는 몰라도 인지도가 안 오른다는 것은 마케팅에 문제가 있다는 의미이다.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여러 가지 마케팅 전략을 세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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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맨 인 블랙3'의 주연 배우인 윌 스미스가 지난 7일 서울에서 열린 월드 프리미어 행사 장면을 올린 페이스북 화면. |
영화인은 오는 7월 초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개봉에 앞서 다음 달 14일 주인공 앤드류 가필드, 엠마 스톤과 마크 웹 감독의 내한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개봉 15일 전에 펼쳐지는 행사로 이전 시리즈에서 스파이더맨으로 활약한 토비 맥과이어 대신 앤드류 가필드가 새롭게 합류했고, 시리즈 사상 처음 3D로 제작됐다는 사실을 알리기에 좋은 기회다.
영화는 일반적인 산업 제품과는 다른 독특한 위치를 차지한다. 전체 관객의 트렌드를 읽어야 하는 동시에 개별 관객의 요구를 맞춰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소비재이기도 하지만 하나의 예술품이기도 하다. 그래서 영화 홍보의 전초병인 영화 마케터는 거시적·미시적 관점을 동시에 가져야 하고, 장사꾼 기질과 예술가적 기질을 함께 지녀야 한다. 일반적인 상품 마케터 사이에서 영화 마케터가 특별한 위치를 차지하는 이유이다.
영화 마케터는 한 명의 관객이라도 더 극장에 오게 하려고 주말에도 극장 앞에서 관객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듣고 있다. 기억하시라. 당신이 영화를 보기 위해 극장에 들어갈 때 그 영화의 마케터는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 짓고 있다는 사실을.
◇ '꿈 공장' 제품을 팔아라…관객의 취향 읽기 오늘도 분주
# 영화 마케팅 전략 수립 과정은
- 한국 영화는 개봉하기 6개월 전, 외화 3개월전부터 마케팅 돌입
- 홍보 글 배포·기자 시사 등 기획…소비자 인지·선호도 조사 관찰
- 마케팅 전략 다시짜기 다반사
- 국내 관객 수준 훌쩍 성장에 '과대 포장법' 더는 안통해
- 영화의 주제·장점 강조가 나아…입소문 원천 SNS에도 신경
- 부산, 예술영화에 호응 높아져
지난 2월 영화진흥위원회가 발표한 '2011 영화 소비자 조사 보고서'를 따르면 우리나라 관객 92.7%가 관람 영화를 선택할 때 영화의 내용이나 줄거리를 고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음은 장르, 주변인의 평가, 출연 배우, 흥행 성적 및 순위 등 순이었다. 또한, 관람 영화의 선택 기준이 되는 정보 를 얻는 경로는 인터넷이 53%로 가장 많았고, 다음은 TV, 주변인 순이었다.
즉, 관객이 관람 영화를 선택할 때 고려하는 거의 모든 것은 영화 홍보와 관계돼 있음을 알 수 있다. 개봉 영화 정보는 홍보 전략에 따라 각종 매체와 온라인에 제공되며, 관객은 이런 정보를 자발적 관심에 의해, 혹은 타의에 의해 흡수한다.
■영화 홍보 전략 이렇게 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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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은교'의 주연 배우인 김고은이 지난 8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시구를 한 뒤 롯데 자이언츠 마스코트와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영화 홍보 전략을 짜는 일반적인 과정은 다음과 같다.
영화 홍보를 기획할 때 한국 영화는 개봉 6개월 전, 외화는 3개월 전을 마케팅 기간으로 잡는다. 영화 장르나 이야기, 감독, 주연 배우 등 영화와 관련된 모든 것을 고려해 마케팅 콘셉트를 잡으며, 홍보 실행안을 주차별로 짠다. 홍보, 광고, 프로모션 계획을 세우면 포스터, 예고편, 전단 등 제작에 들어간다. 본격적인 홍보는 한국 영화는 개봉 8~6주 전부터, 외화는 5주 전부터 이뤄진다.
홍보에는 각종 매체를 대상으로 하는 모든 업무와 배우를 대상으로 하는 업무가 포함된다. 구체적으로 매체에서 영화를 알리기 위해 사용하는 모든 글 자료를 작성한다. 그것을 기자들에게 배포해 기사화되게 하는 퍼블리시티한 업무다. 배우의 인터뷰나 방송 출연 등을 관리하고, 제작 보고회나 기자 시사, 각종 행사가 포함된다.
광고는 예고편과 포스터를 기획하고, 그 광고물을 어느 매체에 어떻게 보낼지 미디어 믹스도 같이 기획하는 일이 포함된다. 광고물 제작이나 광고물 노출은 각 대행업체와 협업한다.
프로모션 영역은 대기업과 함께하는 이벤트나 코프로모션(Co-promotion)을 기획한다. 예를 들어 기업체 매장에 영화 포스터나 캐릭터 상품을 단순하게 노출할 수도 있고, '쿵푸 팬더'처럼 상품 광고와 영화 광고를 같이 진행할 수도 있다.
이 모든 마케팅 활동의 기본은 관객에 관한 조사를 바탕으로 한다. 최은영 팀장의 말처럼 개봉 8주 전부터 극장 관객을 대상으로 한 '소비자의 인지도, 선호도 출구조사'를 광고대행사를 통해 매주 한다. 그 결과에 따라 마케팅 전략을 수정하거나 새로운 홍보 포인트를 찾아낸다.
■마케팅 콘셉트 위주 홍보
최근 영화 마케팅은 여러 가지로 변화하고 있다. 과거의 영화 마케팅은 관객이 영화를 보고 싶게 만들기 위해 과장하거나 멋지게 포장하는 방법을 많이 사용했다. 하지만 몇 해 전부터 그보다는 영화의 본질을 담은 마케팅 콘셉트로 바뀌고 있다.
에로틱 궁중사극을 표방한 '후궁'은 '간기남' '은교' 등과 함께 야한 영화로 알려졌다. '후궁'의 영화홍보마케팅사 올댓시네마의 김태주 팀장은 "'후궁'은 노출에 대한 기대가 높을 수밖에 없는 영화다. 특히 주연 배우가 조여정 씨니까 '방자전' 이미지가 겹쳐져 '얼마나 야할까'가 초점이 되는 것 같다. 하지만 이 영화의 핵심은 노출이 아니라 고급스러운 에로티시즘이다. 노출 마케팅으로 인지도를 높이는 효과가 있긴 하지만 완성도 있는 드라마로 영화의 성격을 높이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즉, 관객의 기대를 만족하게 하는 야한 영화로 홍보하면 관객의 호기심을 자극할 순 있지만, 에로티시즘의 예술적 승화로 영화의 본질을 바로잡으려 한다는 것이다. 영화인의 박지영 팀장은 "한국 관객의 수준이 높아졌기 때문에 아무리 잘 포장해도 금세 그 진실이 드러난다. 그래서 포장보다는 이 영화가 지닌 장점이나 주제를 마케팅 포인트로 잡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입소문의 주요 통로 변화
또 영화 흥행의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 입소문의 주요 통로가 변했다는 점이다. 젊은 층의 스마트폰 사용으로 온라인 포털에서 SNS로 옮겨가고 있는 것이다. 강풀의 만화를 원작으로 한 영화 '그대를 사랑합니다'가 그 시발점이다. 강풀은 영화를 자신의 SNS에 알렸고, 이어 강풀과 팔로잉 된 연예인들이 추천하면서 입소문이 나고 흥행으로 이어진 것이다. "모든 영화가 그런 건 아니다. 완성도가 높고 재미가 있어야 한다는 전제가 있다"고 박지영 팀장은 지적했다.
■서울 영화 지방 영화가 따로 없다
마지막으로 서울 영화, 지방 영화의 구별이 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2000년대만 하더라도 예술 영화나 세련된 드라마 영화는 서울에서, 조폭 코미디나 야한 영화는 지방에서 흥행이 잘된다는 공식이 있었다. 그래서 포스터를 제작할 때 서울용, 지방용으로 나누기도 했다. 지방용은 주연 배우 얼굴을 클로즈업한 디자인의 포스터를 사용한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구별이 없다. 상향 평준화된 관객의 눈높이로 그 구별이 무의미해졌기 때문이다. CJ CGV의 전략미디어마케팅팀 김대희 대리는 "특히 부산은 예술 영화나 영화제 수상작에 대한 관객들의 호응이 높아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 홍보마케팅사 '영화인' 신유경 대표
- "사회를 꿰뚫어 볼 수 있는 눈 가져야"
- 영화 분석 자질만으로는 부족, 트렌드 읽어야 판매 가능 상품
- 자신감 있는 대인관계도 도움
- 회사 인력 절반이 경상도 출신…부산국제영화제 등 영향인 듯
- 영화마다 새로운 재미 발견에 21년 '이 생활' 10년도 안된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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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용우 기자 ywlee@kookje.co.kr |
영화홍보마케팅사 영화인의 신유경(사진) 대표는 영화 마케팅계의 맏언니로, '왕의 남자' '태극기 휘날리며' '해운대' '아바타' 등 1000만 관객 영화를 홍보했다. 최근엔 500만 관객을 넘은 '어벤져스'와 7월 초 개봉하는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등의 홍보를 진두지휘하고 있다. 그에게 영화 마케팅 전략에 관해 물었다.
-요즘 신입 영화 마케터들의 성향은 어떤가.
▶과거엔 영화를 워낙 좋아해 "뭐라도 시켜주세요" 하는 친구들이 많았다. 그런데 요즘 친구들은 영화를 잘 모른다. 영화 마케팅은 일반 광고대행사와 달리 영화에 관한 이해가 있어야 콘셉트를 끌어낼 수 있다. 현재뿐만 아니라 과거 영화도 많이 알아야 영화 콘셉트를 잡는 데 유리하다. 이건 하루아침에 되는 일이 아니다.
-그렇다면 영화 마케터가 되는 데 필요한 자질은 무엇인가.
▶세상을 두루두루 넓게 보는 눈이 필요하다. 자기 영화만 분석한다고 되는 문제가 아니다. 사회현상이나 트렌드를 모두 알아야 시장에 이 제품을 팔 수 있다. 영화만 지나치게 좋아해도 안 된다. 사회 전 분야에 관심을 둬야 하고, 잘 놀 줄도 알아야 한다. 이 사회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꿰뚫어 볼 수 있는 눈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실무적으로 필요한 점은 무엇인가.
▶영화 이해와 문장력은 기본이다. 영화의 이해는 앞서 말했고, 영화 마케터는 글 자료를 굉장히 많이 써야 한다. 신입사원 시험을 보면 한 주제를 주고 1시간 동안 A4 용지 두 장으로 쓰라고 하면 반 장 쓰고 가는 사람들이 많다. 문장 자체가 안 되는 사례도 많다. 트위터나 카톡 세대라 그런가 보다. 글쓰기 연습을 많이 해야 한다. 글의 포인트를 잘못 잡는 건 가르칠 수 있는데, 글을 못 쓰는 걸 직장에서 가르칠 순 없다. 덧붙여 대인관계에 스스럼이 없어야 한다. 많은 회의에서 발표도 해야 하고, 클라이언트, 대행사 사람, 매니저, 기자를 만나야 한다. 대인관계에 자신감을 갖는 것이 유리하다.
-영화홍보마케팅이 워낙에 일이 많고, 박봉이라는 소문도 있다.
▶초봉이 적긴 하지만 일반 회사보다 금방 진급되기 때문에 적지 않은 편이다. 업무량이 많은 편이긴 하다.
-예전에도 그랬지만 근래에 부산이나 경상도 출신의 영화 마케팅 지원자가 많다고 들었다.
▶부산은 영상도시이고, 부산국제영화제 영향 덕분인지 지원자가 무척 많다. 부산뿐만 아니라 경상도 지역의 지원자도 많아졌다. 우리 회사도 절반 정도가 경상도 출신이다. 영화판에 부산 출신이 많아서 영화를 가깝게 느끼는 것 같기도 하다. 지방 출신의 마케터들은 부모와 떨어져 생활하기 때문인지 더욱 책임감을 가진다. 어떤 친구들은 취직되면 서울에서 집을 얻을 때까지 고시원에서 살기도 하는데, 그래선지 근성도 더 생기는 것 같다. 대학생에서 사회인으로 더 빨리 성숙해진다고 할까.
-20여 년간 영화 마케터로 생활했다. 힘든 시간도 있었을 텐데.
▶1991년 처음 시작했으니 21년 됐다. 그런데 10년도 안 된 느낌이다. 계속 다른 영화를 마케팅하다 보니 지금도 항상 버라이어티하고 새롭다. 누군가는 반복되는 일이라고 하지만 일의 패턴만 생각하면 오래 못 버틴다. 영화마다 새로운 재미를 발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