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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 남성 패션 <78> 영화 '아부의 왕' 송새벽은 왜 사선타이를 매었나

정직·성실해 보이고 싶다면 사선넥타이를 매세요

  • 국제신문
  • 디지털뉴스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2-07-12 18:49:51
  •  |  본지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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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아부의 왕'에서 성실한 모범생 캐릭터를 연기하는 주연배우 송새벽.
나름의 방면에서 영화 일을 보노라면, 일 년에 한두 번 참 아쉬운 영화가 있다. 작년의 경우 '퍼펙트 센스'가 그랬다. 제목으론 도통 무슨 영화인지 알 수가 없으며, 포스터를 봐도 감이 오지 않는 건 마찬가지다.

이완 맥그리거 주연의 명작(?)이지만 참으로 짧았던 기간 스크린에 오르자마자 사라졌던 영화로 필자가 작년을 기억하는 영화 중 하나다. 내용을 설명하자면 구차해질 테고, 못 보신 분들 조용한 저녁 찬찬히 보시길 권해본다.

올해도 그런 아쉬운 영화가 또 하나 있다. 지금은 영화가 넘쳐날 법도 한 영화 최대 성수기 여름이지만, 사실 따져보면 볼 만한 영화가 별 없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든 롱런하는 한국영화든 대부분의 스크린에는 지난주에 했던 영화를 계속 걸 뿐, 새로 개봉하는 영화에 대한 체감지수는 비수기 때보다 못한 느낌이다.

그런 기근 속에도 선택의 여지없이 보게 된 영화가 '아부의 왕'. 제목으로 보나 포스터를 보나 코미디 영화인가 했다. '아부의 왕'. 이 영화의 영화사가 주력한 홍보를 보면 이 영화의 본질과 더욱 멀어진다. 단순 코미디 에피소드를 이어간 삼류 코미디로 전락시킨다. 그러나 '아부의 왕'은 코미디가 아니라, 슬픔보다도 더 슬픈 영화였다.

세상과 타협할 줄 모르고 오직 정직과 성실로만 버텨온 만년 교감 아버지. 그런 아버지의 교훈으로 모범생으로 잘 자라 수석 입사까지 했지만, 회사에선 왕따를 당하는 주인공 아들.

그도 그럴 것이 기획서 잘 만들면 뭐하나, 분위기 파악할 줄 모르고 회사가 절체절명의 상황인데 상사의 팀 전체 야근명령을 무시하고 가족사가 있다며 홀로 퇴근하다니.

그러나 그가 말한 가족사는 핑계가 아니라, 오매불망 교장이 되길 바라던 아버지의 승진축하 자리. 주인공으로서는 당연한 것이지만 회사가, 아니 이 사회가 결코 수용할 수 없는 판단일 것이다.

결국 영업직으로 좌천 발령, 사실상 퇴사를 종용받는 주인공. 그리고 아버지의 교장 승진은 평생을 올곧게 살아온 아버지의 성과가 아니라 어머니의 로비의 결과. 그것도 사채빚으로 마련해낸.

코미디란 포장으로 다소 과장되었을 뿐, 이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이라면 한번쯤 겪었고, 그렇기에 충분히 공감할 상황들이 많이 겹친다.

하지만 나의 모습으로 인정하고 싶지 않은, 이런 찌질이 궁상 역에 송새벽만큼 잘 어울릴 배우가 또 있을까 싶다. 그가 이미 여러 영화에 주연을 맡았지만, 이 영화를 통해 단연 돋보이는 원톱으로 최고의 연기를 선사한다.

물론 그런 그를 성동일이 잘 받쳐주는 것도 사실. 영화 속 성동일의 모습은 연기라기보다는 그의 원래 모습이 아닐까 여겨질 정도로 자연스럽다. 사설이 길었나? 이런 영화가 제대로 알려지지도 못하고 말았을까 아쉬운 맘 때문인가 보다. 행여 아직도 극장에 간판이 걸려있다면 꼭 보시길. 하다못해 VOD 다운로드라도.

영화 속 송새벽의 의상을 보노라면 초지일관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 바로 월급쟁이의 상징, 양복이다. 그러나 멋을 부린 슈트가 아니라, 낮에는 작업복이요 밤에도 회식용이다. 다음날 똑같이 입고 나와야하는, 무거운 가방을 굳이 메지 않더라도 축 내려와 있는 어깨와 소매가 쭈글쭈글한 그렇고 그런 슈트다.

그러나 그런 그에게 영화 내내 또 하나가 더 있다. 변함없는 그의 사선 넥타이. 그의 의상으로 매번 종류를 달리하면서도 왜 사선 타이를 고수했는지 궁금하여 수소문해 의상감독과 연결을 시도하였지만 성사되지는 못했다. 그러나 사선 타이가 곧고 정직과 성실의 상징인 것을 생각한다면, 주인공 캐스팅에 송새벽이 탁월했다면 이러한 주인공 캐릭터에 이보다 더 좋은 의상의 선택은 없었을 것이다. 여러분을 위한 패션으로 권한다면, 넥타이는 송새벽을 따라, 슈트는 정반대로.

김윤석·영화 남성패션 칼럼니스트 bsnbor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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