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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 남성 패션 <80> 여름철 직장인 패션

반팔 셔츠엔 넥타이·재킷 없어야 정석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2-07-26 19:39:42
  •  |   본지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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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운 여름날 반팔 셔츠에 양복바지를 입은 직장인들이 건물을 빠져나오고 있다. 이진우 인턴기자
간만에 서울을 다녀왔다. 언제고 출퇴근 시간 지하철역의 서울사람들을 보면 소설 '모모'에 나오는 회색도시 사람들 같단 생각이 들곤 한다. 오른쪽으로 진행방향을 정해 하나같이 종종걸음으로 급류가 흘러가듯 사람들이 흐른다. 복도에는 차량신호등 마냥 우측보행을 강조하는 붉고 푸른 OX등마저 켜져 있다.

출퇴근 시간과 마찬가지로 점심 무렵의 이들의 모습은 직장인 대이동을 연상케 한다. 조금 유명한 식당은 서두르지 않으면 줄을 서야하고, 필자가 서울 지인의 소개로 방문한 식당은 메뉴판에는 존재하나 한 종류 메뉴 말고는 팔지를 않는다고 한다. 다른 메뉴를 먹으려면 점심시간이 지나서 오라고 했다. 반찬은 국내산 배추로 만들었으니 안심하고 먹으란 안내문구와 함께 김치 하나 달랑 나왔다. 계산은 선불이었다. 선불 받는 음식점은 손님이 '갑'이 아니고 식당주인이 '갑'이라고 지인이 쓴소리를 더했다.

짧은 점심시간을 슬기롭게 채우기 위해 식사를 급히 마친 사람들이 테이크아웃 커피점에서 커피를 하나씩 들고 나서는 와중에 또 묘한 풍경이 펼쳐진다. 건물 내에서도 금연, 길거리 밖에서도 금연이니 건물과 건물사이 분명 길거리지만, 애연가들이 스스로 만들어낸 흡연구역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굴뚝에서 연기를 내뿜듯 자욱한 담배연기 사이 한가득이다.

서울에서 매일같이 생활하는 사람들에겐 당연한 것일지 모르나 필자에겐 생경한 모습이 아닐 수 없다. 그런 생경한 경험 중에 필자의 눈에 띄는 건 또하나, 서울 샐러리맨들의 패션. 샐러리맨을 일컬어 넥타이 부대란 용어를 만들어낸 것은 일본이다. 일본의 남성들이 검거나 일본말로 '곤색'의 짙은 슈트차림이라면, 서울의 남성들은 최소한 색상으로부터는 자유로웠던 걸로 기억된다. 하지만 여름 점심 무렵의 서울 도심의 모습은 조금 달랐다. 넥타이가 사라지고 하나같이 반팔셔츠 차림이다. 넥타이 대신 신분카드 목걸이를 하고 있다. 에너지 절약에 대한 정부시책에 참 잘 호응하고 있고, 이들 사이 간혹 넥타이를 맨 사람들이 되려 어색해 보일 정도다.

이번 서울 출장에 필자는 처음으로 슈트를 포기했다. 장마가 끝난 이 폭염에, 돌아다닐 곳이 너무도 많은데, 긴팔셔츠에 넥타이, 거기다 재킷까지 챙겨 입을 엄두가 도저히 나지 않았다. 그런 면에서 서울 남성들의 패션은 대한민국의 트렌드세터답게 모범답안이다. 먼저 남방이라고 불리는 반팔셔츠에는 노타이가 정석이다. 예를 차린답시고 반팔셔츠에 넥타이를 매는 건, 촌놈의 패션임을 명심하자. 만약 상대와 자리의 성격상 노타이가 부담스럽다면, 긴팔셔츠에 재킷까지 갖춰 입는 것이 맞다. 반대로 반팔셔츠에 노타이든 타이를 매었든 재킷을 걸치는 것 또한 NG. 반팔셔츠를 입었다면 재킷과 함께 입지 않아야 한다. 반팔셔츠는 도심의 직장이라면, 흰색이나 옅은 푸른색, 그리고 무늬가 있다면 촘촘한 격자 또는 사선무늬로 복잡하지 않은 것을 선택한다. 부산이라면 모 백화점에서 여름철 근무복으로 하와이안 셔츠를 채택했듯, 다소 무늬가 있는 것을 입어보는 것도 부산다운 패셔니스타일 것이다.

해를 더할 수록 아열대로 더 무더워지는 이 2012년의 여름, 휴가일정도 짧고 그마저 못가는 분들도 많고, 휴가가 있다고 하더라도 무급휴가에 쥐꼬리만 한 월급으로 휴가비도 걱정이다. 아이들을 데리고 어딘가는 가야하는데…. 대신 주말 영화박스오피스에는 애니메이션이 블록버스터 영화를 순위에서 끌어내린다. 신분카드를 목에 매고, 잰걸음으로 거리를 나서야 하고, 또 눈치 담배로 허공을 채울지라도, 이 땅의 샐러리맨들이여, 자신과 자신을 믿는 가정을 위해 파이팅을 외쳐본다.

김윤석 영화 남성패션 칼럼니스트 bsnbor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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