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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에세이 뷰-파인더] 파랑새는 있다…녹두밭에 앉는 파랑새는 없다

동화 속 상상의 새로 여기나 우리나라도 찾아오는 여름철새

  • 백한기 기자 baekhk@kookje.co.kr
  •  |   입력 : 2012-08-16 18:57:08
  •  |   본지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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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이를 물고 보금자리를 튼 둥지 구멍으로 날아드는 어미 파랑새의 모습.
- '새야 새야 파랑새야~' 민요 속 새는
- 사실 '블루 버드'라 불리는 큰유리새

- 딱따구리·솔부엉이 둥지 재사용해 번식
- 땅·풀숲 보다 높은 나뭇가지·전깃줄 좋아해
- 날아다니는 잠자리·매미 등 낚아채 사냥

파랑새는 상상의 새로 알려졌다. 탐조하지 않은 사람들은 파랑새 이야기를 하면 '정말 파랑새가 있어요?' 하고 묻는다. 어릴 적 한 번은 읽어 봤을 동화 때문에 더 그런 생각을 하는지도 모른다.

파랑새는 우리나라를 찾아와 대부분 새의 번식이 끝날 무렵인 7월에 번식을 시작한다. 그래서 까치나 딱따구리가 번식하고 나간 둥지를 주로 이용하는데, 둥지 주인이 미처 나가지 않고 있으면 강제로 빼앗기도 한다.

   
파랑새 한 쌍이 둥지로 먹이를 물고 날아가기 전 나무에 앉아 잠시 숨을 고르고 있다.
"새야 새야 파랑새야 녹두밭에 앉지 마라, 녹두꽃이 떨어지면 청포 장수 울고 간다." 누구나 한 번쯤 들어본 민요에 등장한 파랑새. 녹두장군 전봉준과 농민군이 녹두밭이고 파랑새는 관군과 일본군을 빗대었다고 한다. 갑오 농민혁명이 성공하여 혹정에 시달리던 백성의 굶주림이 해결돼야 하는데, 힘센 일본군이 등장해 농민군을 진압하면서 농민봉기가 꽃을 피우지 못함을 아쉬워한 것이다.

하늘을 날아다니며 곤충을 잡는 파랑새가 녹두밭에 앉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녀석들은 땅이나 풀숲보다 높은 나뭇가지나 전깃줄을 좋아한다. 높은 곳에서 바라보고 있다가 날아다니는 잠자리나 곤충을 낚아채기가 유리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말 파랑새는 녹두꽃이 피는 시절에 녹두밭에 앉아 한 해 농사를 망치는 새일까. 조류학자들은 지금의 파랑새와 노래 속의 파랑새는 전혀 다른 새라고 말한다. 녹두밭에 앉거나 유행가 가사처럼 청포도 덩굴 아래 앉아 노래 부르는 새는 블루버드라 불리는 큰유리새라고 말한다.

경북 포항시 기계면 봉계리 기남 노인당에 둥지를 튼 파랑새의 번식 과정을 관찰했다. 녀석들은 노인정 옆에 있는 가래나무에 보금자리를 틀었다. 100년 된 가래나무의 높이는 25m 정도이며, 둥지는 5m 정도에 자리 잡고 있었다. 언뜻 보기에도 파랑새들이 둥지를 틀기에 좋은 환경조건을 골고루 갖추고 있었다. 또 이곳은 큰오색딱따구리가 구멍을 뚫어 둥지를 틀었고 또 얼마 전에는 솔부엉이가 번식했던 곳이다.

파랑새는 파랑새과에 속하는 종으로, 우리나라에서 드물게 번식하는 여름 철새다. 몸길이가 28㎝ 정도이며, 몸은 선명한 청록색을 띠고 머리와 부리, 날개는 검은색을 띤다. 첫째 날개 깃의 중앙에는 창백한 코발트색의 얼룩무늬(비행 중에는 흰색으로 보임)가 있다.

파랑새를 제대로 관찰하는 일은 쉽지 않다. 워낙 습성이 포악한데다 곁을 주지 않기 때문이다. 다른 새하고 다르게 조금만 위협을 느끼면 창공을 날아가는 파랑새는 생긴 것하고는 다른 품성을 가지고 있다.

   
어린 새가 제법 커서 둥지 밖으로 스스로 고개를 내밀고 있다.
올여름 동안 파랑새 번식 과정을 지켜본 기자는 파랑새도 따뜻한, 그리고 사랑스러운 구애 행동을 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먼저 파랑새가 도착하는 5월쯤 창공을 날며 '게게게게게게' 하는 울음소리는 수컷과 암컷 사랑의 신호이기도 하고 암컷을 차지하기 위한 수컷들의 싸움이기도 하다. 서로 부부의 연을 맺기로 마음을 얻으면 수컷은 지극정성으로 암컷을 위한 사냥에 나선다. 암수컷은 둥지를 마련할 까치집이나 나무 구멍을 정하고 나면 그곳이 잘 보이는 높은 나뭇가지에 앉아 그 어떤 새도 접근하지 못하도록 경계를 선다.

암컷의 사랑을 얻기 위해 수컷이 공중비행을 하며 잡아온 곤충을 부리에서 부리로 전달하는 아주 아름다운 모습도 관찰할 수 있었다.

암컷은 정말 인간으로 치면 손에 물 한 방울 안 묻히는 신붓감이다. 수컷은 바쁜 날갯짓을 하며 온종일 먹이를 물어다 암컷에게 봉사한 뒤에야 암컷과 짝짓기를 할 수 있었다. 암컷이 나뭇가지에서 수컷을 기다리는 동안 다른 수컷이 암컷에게 가까이 다가갔지만, 꿈적도 하지 않는 정조도 확인할 수 있었다.

노인정 사람들도 파랑새가 바로 옆에서 번식하고 있는 사실을 몰랐다. 워낙 빠르게 둥지를 들락거렸고, 솔부엉이가 떠난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마추어 조류가들이 촬영하는 것을 보고서야 알았다고 한다. 한동안은 파랑새와 솔부엉이가 한 나무에서 나란히 살고 있었던 셈이다. 낮에는 파랑새가 활개치고 밤에는 솔부엉이가 활동했다.

파랑새 새끼들은 어느덧 어미만큼 자라서 둥지를 떠날 날이 머지않은 듯했다. 파랑새 부부는 빨갛고 두툼한 부리에 잠자리며 매미, 사마귀 등 비교적 큰 곤충들을 물고 10분이 멀다 하고 둥지를 들락거린다. 그사이를 못 참고 새끼들은 둥지 구멍 밖으로 삐죽이 얼굴을 내밀며 먼 하늘을 올려다본다. 먹이를 물고 날아 들어올 어미에 대한 기대감도 있겠지만, 머지않아 자기도 저 푸른 하늘로 당당하게 솟구쳐 날고 싶은 본능적인 충동이 분출하는 것 같았다.

새끼들은 모두 세 마리였다. 틈만 나면 기지개를 켜고 요란하게 날갯짓 연습을 하는 양을 보면, 며칠 내로 둥지를 떠날 것 같다. 아마 이 무더운 8월 내내 어미를 따라 하늘을 누비며 사냥술과 비행술을 배울 것이다. 그리고는 기남노인정 앞 들녘 하늘을 날아다니며 홀로서기에 성공해 먼 남녘으로 기나긴 여행을 떠날 것이다.

취재 협조= 조류사진가 박용수, 사진작가 이봉재 씨 동영상 www.birdvideo.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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