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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이야기길 <2> 가덕도 외양포 포진지 터

주민 노역으로 만든 일본군 요새…100년 전 포성 들리는 듯

  • 최영지 기자 jadore@kookje.co.kr
  •  |   입력 : 2013-05-30 00:01:49
  •  |   본지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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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양포 마을 언덕에 있는 일본군 요새 사령부. 콘크리트로 만들어진 포진지 터에는 탄약고, 방공호 등으로 쓰였던 공간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이곳을 덮고 있던 대나무와 칡덩굴을 다 걷어내 말끔한 모습이다.
- 대항포 새바지 언덕에 동굴 3개 존재
- 끝에 난 작은 창으로 포신 내밀었을 듯

- 외양포 마을 건물은 과거 일본군 막사
- 산자락 오르면 거대한 포진지 만나
- 콘크리트 진지 둘레로 제방 쌓아 방어
- 러시아 발트함대 상대 치열한 전투

부산 강서구 가덕도는 작은 섬이지만 역사의 아픔을 많이 지니고 있는 곳이다. 일본군이 전쟁 승리를 위해 우리 국민을 강제 동원한 흔적들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100년이 지난 지금에도 러일전쟁의 자취가 생생하다. 역사는 아픔과 기쁨의 다양한 모습이 공존한다. 그런 모습 중 돌이키고 싶지 않은 것도 기억해야만 같은 괴로움을 겪지 않는다. 100년 전 전쟁의 현장 속으로 걸어 들어가면 당시의 고통과 현재 평화의 중요성을 공감할 수 있다.

■ 대항 새바지 일본군 인공 동굴

   
대항포 새바지 일본군 인공동굴의 끝에 뚫여있는 사각형 창문을 동서대 강해상 교수가 가리키고 있다.
지난 26일 오전에 도착한 대항포 새바지. 낚시꾼과 등산객의 차량으로 해변은 이미 만원이었다. 바닷가 한 쪽에 어구를 제작하는 곳이니 관광객에게 텐트를 치지 말 것을 알리는 표지판이 있었다. 그 끝에 돌로 된 작은 언덕을 정으로 쪼아 만든 듯한 동굴이 세 곳 보였다. 동굴은 총 3곳으로 가운데는 열려있지만, 양쪽 두 군데는 입구가 막혀 있었다.

열린 동굴 내부는 폐스티로폼과 어구, 빈 플라스틱 젓갈 통들이 나뒹굴었다. 한발 들어서자 바깥보다 영 서늘한 기운이 감돌았다. 키 175㎝ 정도의 남자라도 허리를 곧게 펴고 설 수 있을 높이와 폭 3m, 길이는 15m 정도 되는 굴이었다. 동굴의 끝에는 정사각형의 작은 창이 나 있다. 이곳으로 포신을 내밀어 러시아 함대 공격을 대비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동굴들은 서로 이어져 있어 무기를 옮기거나 요새로 쓰기에도 적합한 공간일 듯싶었다. 해변에서부터 2~3층 높이에 있으므로 훌륭한 요새 역할을 했을 것이다.

현재는 안전을 고려해 동굴 내부에 콘크리트를 발라 보강했다. 100년 전 가덕도 주민을 억지로 동원해 뚫게 했을 때는 얼마나 힘들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10여 년 전에는 외부보다 낮은 기온을 유지하는 동굴 특성상 주민들이 김치나 젓갈 등을 발효하는 창고로 사용했다. 지금은 폐어구들과 쓰레기가 들어찬 버려진 공간일 뿐이었다.

■ 외양포 일본군 요새 사령부

   
외양포 포진지로 올라가는 길에 만난 집들은 하나같이 같은 모습이었다. 1층으로 아이들이 블록으로 집을 지으면 이렇게 만들 것 같은 아주 단순한 형태의 집들이었다. 알고 보니 일본군 막사로 쓰이던 건물에 여전히 사람이 사는 것이었다. 그린벨트 지역인데다 국방부 소속이라 건물의 증·개축이 불가능해 본의 아니게 유지되고 있었다. 지붕만 비가 새지 못하게 손을 본 것을 빼고는 외관이 그대로였다. 약해진 벽을 보강하려고 댄 철판에 녹이 잔뜩 슬어 있었다. 그런 집들에 TV 송신을 위한 접시형 위성통신안테나가 달린 게 아주 이색적이었다. 이런 집 옆에는 공들여 가꾼 텃밭이나 작은 꽃밭들이 소담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 100년 전, 군인들이 살던 집이 민가가 되고 화약과 탄피가 난무하던 공간에 꽃들이 웃고 있었다. 결국 인간의 다툼도 시간이 지나면 자연 앞에서는 아무 힘도 발휘할 수 없다는 걸 깨닫게 해주는 곳이었다.

10분가량 걸어 올라가면 군대 훈련장인가 싶은 외양포 포진지 터와 마주하게 된다. 마을 산자락이라 아래 해변이 훤하게 내려다보인다. 지금은 '경치가 좋구나' 하는 생각이 들지만, 당시는 포 발사 굉음과 화약, 무기들이 가득 찬 살벌한 공간이었다. 이곳은 칡덩굴과 대나무들로 덮여 폐허나 마찬가지였던 것을 15년 전 강서구청에서 정비해 현재는 말끔한 모습이다. 콘크리트 진지, 탄약고, 무기고이자 방공호로도 사용되었으리라 짐작되는 공간이 잘 보존돼 있었다.

100여 년 전 일본군 제4사단 휘하 진해만 요새사령부가 주둔했던 곳이다. 당시 이곳에 있던 마을을 불태우고 주민을 강제 이주시켜 만들었다. 가로 30m, 세로 70m 크기의 진지에는 최대 8대의 곡사포가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포진지를 둘러가며 제방을 5m로 쌓아 외부에서 잘 발견되지 않도록 설계했다.

동행한 최부림 부산관광공사 차장은 "러일전쟁 당시 일본군의 정보력이 무척 뛰어났다. 무적함대라 불리던 러시아 발트함대가 가덕도 앞바다로 지나간다는 정보를 입수하고는 3개월 동안 이곳과 대항 새바지 인공 동굴에서 포 발사 연습을 했다"고 설명했다. 함께 간 강해상 동서대 관광학부 교수도 "발트함대는 도대체 포가 어디서 발사되는지조차 알지 못했다고 한다. 그래서 반격은커녕 바다에서 궤멸해 수장됐다"고 덧붙였다.

포진지에서 내려오는 도중 마을 3~4곳에서 일본군이 식수로 사용하던 우물터도 볼 수 있다. 그중 지금도 주민이 식수로 사용하는 우물이 있다. 붉은 벽돌로 쌓아올린 우물대와 지붕처럼 만들어진 것이 일본의 건축양식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지금은 우물에 양수기를 설치해 퍼올려 사용하는 듯했다. 두레박은 없지만 맑은 물이 충분해 보였다.


# 가덕도 등대

- 일제 원활한 수탈 목적…조선 왕실 압박해 건설
- 군부대 통과해 1주일 전 방문 허가 필요
- 현재 기념관으로… 등대 옆엔 숙박시설

   
일제가 조선 왕실을 압박해 강압적으로 지은 가덕도 등대. 등대 설치 후 일본 선박의 좌초 건수가 줄었다고 한다.
등대로 가는 길은 쉽지만은 않다. 군부대 두 곳을 통과해야 하므로 1주일 전쯤 허가를 받아야 한다. 방문자의 이름과 주소, 전화번호, 주민등록번호와 함께 방문 차량의 종류와 번호도 필요하다. 지날 때도 신분증을 가지고 가야 들어갈 때 맡기고 나올 때 찾아 나올 수 있다. 군사지역이므로 반드시 정해진 절차를 밟아야 한다.

가덕도 등대도 우리 어민을 위해 만들어진 곳이 아니다. 일본군이 원활한 수탈을 위해 조선 왕실에 압력을 가해 건설한 역사가 있다. 당시 등대 시설이 전혀 없었는데, 우리 앞바다를 항해하던 일본 배들의 좌초가 잦았다. 그러자 일본은 조선 왕실을 압박해 비용을 부담하게 한 뒤 자신의 설계대로 짓도록 했다.

100년 전 등대로 쓰이던 곳은 현재 기념관으로 남아있고 바로 옆에 등대로 쓰고 있는 것이 따로 있다. 7~8층 높이로 걸어서 올라가 볼 수 있다. 숨이 턱까지 차오를 때쯤 전망대로 나가면 가덕도 앞바다가 한눈에 들어온다. 현재는 가덕도 등대체험을 신청하면 등대 옆에 숙박시설에서 묵어갈 수도 있다.


# 가는 길과 먹을 곳

- 포진지는 걸어서… 등대는 차로

   
외양포 일본군 요새 사령부로 가는 길에 볼 수 있는 민가. 100년 전 일본군 막사 형태를 그대로 유지한 채 주민이 살고 있다. 그린벨트 지역인데다 국방부 소속 땅이라 증·개축이 금지돼 있기 때문이다.
가덕도는 섬이지만 2010년 12월 가덕대교가 개통되면서 배를 탈 필요가 없어졌다. 부산에서는 차량으로 가덕대교를 지나 대항포 새바지에 주차하고 걸어서 이동할 수도 있다. 대항포 인공동굴에서 일본군 요새 사령부까지는 걸어서 이동할 만하다. 차로 10분이 채 걸리지 않는 거리다. 하지만 등대까지 가는 길은 산행 채비를 갖춰야 할 듯하다. 대중교통보다는 차량으로 이동하는 것을 권한다. 단, 산길의 비탈이 심하고 구불구불하므로 운전 미숙자에게는 난코스다.

이야기길이 시작되는 대항포의 가덕도 소희네집(051-971-8886)에서 해산물 정식과 회를 맛볼 수 있다. 한 상에 밥과 국, 여러 가지 해산물이 차려져 나온다. 예약 필수, 매주 월요일 휴무.

사진=이진우 프리랜서

※공동기획:국제신문, 부산관광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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