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서 영화를 교육하는 기관은 영화 관련 학과가 개설된 대학이 대부분이다. 학교마다 차이는 있지만 영화 제작과 이론, 다큐멘터리, 연기에 이르기까지 영화에 관련된 기본 소양을 가르치고 있다. 학교를 제외하면 영화의전당 아카데미(이하 영화의전당)와 부산시청자미디어센터, 부산영상위원회가 영화 및 영상 교육을 하고 있다.

이 기관들은 체계적인 교육 시스템 안에서 영화 전문 인력을 키우는 대학과 달리 시민이 자발적으로 영화 제작이나 이론 공부에 참여한다는 점이 다르다. 부산영상위원회는 전문 인력 양성과 스태프 교육 등 실무적인 교육을, 부산시청자미디어센터는 시청자 참여 프로그램인 퍼블릭 액세스를 위한 영상이나 다큐멘터리 제작을 주로 가르치기 때문에 극영화 제작에 관한 전문적인 교육은 영화의전당에서 가능하다.

영화의전당은 2012년부터 'HD 워크숍'과 '다큐멘터리 제작'을 비롯한 영화 제작 수업을 시작했고, 이 교육을 통해 올해까지 마흔 편이 넘는 영화가 제작됐다. 제작 편수 증가나 영화제 상영이라는 성과와 별개로, 이들이 만든 영화가 극장에서 상영될 때면 누군가의 '첫 영화'를 마주한다는 설렘에 들뜬다. 혹시 아는가. 이들 중에서 영화사에 기록될 감독이 탄생할지.

영화를 배우기 위해 모인 시민은 연령과 성별이 다양하므로 또래가 모여 스태프를 꾸리는 대학의 영화와 다른 점이 많다. 살아온 환경과 경험, 직업은 다르지만 이곳에 모인 사람들은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공통된 꿈을 안고 있다. 그들은 영화 제작에 필요한 기본적인 개념과 카메라 및 장비 작동 방법을 배우고, 시나리오 쓰는 과정을 거쳐 촬영과 후반작업에 이르기까지 8개월 정도를 온전히 영화에 쏟아붓는다. 생소한 카메라 사용과 조명기, 붐 마이크와 녹음기, 편집에 이르기까지 배워야 할 것이 많고, 연출자가 고민하고 해결해야 할 부분이 많지만, 마침내 스크린에 그들의 영화가 시작되는 순간은 사뭇 감동적이다.

영화의전당을 찾는 시민은 영화를 관람하고, 영화에 관해 더 알고 싶어 이론 수업을 듣기도 한다. '여름 영화 캠프'나 '제작 실습'과 같은 약식 워크숍을 듣다가, 본격적으로 영화를 만들고 싶은 사람은 극영화나 다큐멘터리 제작에 참여하고 있다.

영화 보기를 즐기다가 영화만의 특별한 지점을 생각하고, 결국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에 이르는 과정은 세계의 무수한 감독이 탄생한 자연스러운 길이기도 하다. 이들은 영화 제작 과정을 통해 좋은 동료를 만나기도 하고, 촬영장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공동 작업의 어려움과 즐거움을 함께 배우기도 한다.

영화의전당에서 첫 영화를 시작한 시민이 촬영 경험과 현장의 힘겨움이 오롯이 영화에 새겨져 있음을 발견할 때면, 어떤 위대한 감독의 첫 영화보다 그것이 가깝게 다가옴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이 한 편의 영화를 제작하기 위해 부산 구석구석을 걸어 다니며 영화적인 풍광을 찾기 위해 애쓰고, 그 공간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 고민하는 모습이 그 영화 안에 고스란히 스며들어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세계를 온전히 담아내기 위해 안간힘을 쓴 그들의 풋풋한 첫 영화에 응원을 보낸다.

영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