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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줌마칼럼] 살다가 살다가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5-05-20 19:20:16
  •  |   본지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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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만난 후배와 입담을 나누다가 남편의 안부를 물었다. 그녀를 지독히도 외롭게 만드는 남편은 밖으로 떠돌기를 좋아하는 한량이다. 남들에게는 사람을 잘 챙긴다고 칭찬받는 성품이 아내에게는 네 일 내 일 분간 없는 헤픈 남편이 되고 말았다. 그런 남편과의 동거는 티격태격 일 수밖에 없다. 별 뜻 없이 안부를 물었는데 후배의 입에서 터져 나온 가벼운 탄성은 망설임이 없다.

"아! 선배님. 저 이혼했어요.!"

옆집 이 아무개 이야기를 전하듯 후배의 대답은 고민 없이 홀가분하다. 너무 가벼워서 오히려 놀라웠다. 어쩌면 이미 오래전부터 계획하고 있었던 사람처럼.방송관계자들과의 미팅. 다른 지역의 방송인들과 인사를 나누는데 한 눈에도 참 폼이 나 보이는 젊은 남성이 먼저 손을 내밀며 인사를 건넨다. "안녕하십니까? ○○방송의 돌싱 ○○○입니다."

목소리가 당당하다. 참말로 세상이 달라졌나 보다. 하기야 요즘 이혼이 무슨 쉬쉬할 일이라고 감출까마는 그렇다고 이렇게들 먼저 이야기를 건네주니 조금 당황스러워지는 것이다. 그들의 입장과는 상관없이 이야기를 맞받는 사람으로서는 억지로 참아가며 서로를 증오하느니 차라리 잘한 일이라고 용기를 북돋워 줘야 할지 가슴 아픈 일을 겪어서 얼마나 마음이 아릴 것이냐며 안타깝게 다독여줘야 하는지 태도를 보이기가 쉽지 않을 때도 있는 것이다. 아무리 이혼이 쉬워진 세상이라고 해도, 아무리 갈라서는 게 백번 나은 판단이었다고 해도 맘 붙이고 같이 살던 사람과의 결별이란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서로의 갈 길을 따로 정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생각을 곱씹으며 마음을 풀어냈을 것인가? 게다가 아이들이라도 있으면 그 일은 더 복잡해진다. 잘라내기 쉬운 감정의 골은 천 갈래 만 갈래 일것이다. 무조건 서로 보지 않는다고 해서 문제가 풀린 것은 아니다. 매듭을 풀지 않고 외면한다면 매듭은 영원한 상처로 남아 두고두고 힘겹게 떠오를지도 모른다. 5월 21일을 부부의 날로 정한 것은 둘이 하나 되는 날이어서라고 한다. 숫자에 실린 진중한 의미를 몰라서는 아니지만 의미는 그저 의미일 뿐이다. 살다가 둘이서 하나 되는 일이 얼마나 불편한 것인지를 깨닫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치 않다. 하나가 되려면 서로를 반쯤은 비워내야 가능한데 이게 정작 어렵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가장 쉬운 사랑이야말로 둘을 둘로 인정하는 일이다. 서로를 인정할 때 공통분모가 생겨나고 그제서야 서로를 비워내기가 쉬워진다. 진정한 하나되기란 그렇게 많은 것을 달관한 뒤에야 논의가 가능한 일이다.

결혼! 참 어려운 판단이다. 그러나 이혼은 결혼보다 수천 수만배는 더 힘든 판단이다. 그래서 아마 정신적으로는 수천 수만번의 이혼도장을 찍어가면서도 겉으로는 힘겹게 버텨가고 있는 부부가 더 많을지도 모를 일이다.

유정임 FM90.5 부산영어방송 편성제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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