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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칼럼] 이름의 무게

  • 국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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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5-12-16 18:44:53
  •  |  본지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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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의 무게는 얼마나 될까? 한 번은 큰 딸 영우에게 핀잔을 들은 적이 있었다. "아빠! 아빠는 휴대폰에 우리 이름으로 저장해놨어? 보통 사람들은 '사랑하는 누구누구'라든지 애칭으로 해놓잖아?" 약간의 실망이래도 딸의 실망은 시린 바람인지라 매정한 사람으로 비춰지기 싫어 즉시 애칭으로 바꾸었다. 그러면서 알량한 자존심을 내세우면서 변명했다. "아빠는 아빠가 지어준 이름이 최고 멋지다고 생각해서 그런거야."

세상에 이름이 없는 존재는 없다. 보이지 않거나 불리어지지 않았을 뿐 존재하는 것에는 이름이 있다. 기억을 돌이켜보면, 세대에 이름을 붙이는 것이 유행하기 시작한 때는 1990년대 초였다. 91학번 이후 세대를 X세대로 부르기 시작했던 때부터였던 것 같다. 이후 많은 세대구분이 있었고, 그 특징들을 규정하려고 이름을 붙이기 시작했으나 X세대 만큼 큰 반향은 없었다.

유행처럼 번지다 시들해질 즈음인 2010년에 들어와 가장 많은 이름이 동일세대에 붙여졌다. 88만원세대, 둥지족세대, 낙타세대, 삼포세대, 심지어 일본에서 건너온 달관세대 까지. 긍정적인 의미는 없다. 가질 희망 없이 끝내 버려질 것이라는 예언을 가진 이름이다. 안타깝고 부끄러운 일이다. 그런데, 이 이름들을 가진 이들의 암묵적 조건이 있다. 바로, '대학을 나와도'라는 것이다.

어머니의 무릎과 아버지의 한숨, 아이들의 상념과 세간의 고통, 그 모두 한 시점의 용광로에 녹아드는 날인 수능을 거친 이들이 그 세대를 대표하여 받은 이름이다. 가까운 지인 중 예비사회적기업의 대표가 있는데, 늘 험한 작업을 하는 그의 두툼한 손에는 큰 흉터가 있다. 고등학교 졸업 전 취업한 공장에서 다쳤는데, 그 날이 수능일이라 앰뷸런스가 없어 혼자 수건 싸매고 병원으로 달려가 치료를 받다 남긴 상처라고 했다. 수험시간에 지각하는 학생을 경찰차에 태우면서, 앰뷸런스는 작동하지 않는 사회를 우리는 어떻게 불러야 할까? 청년세대 내부에 곪은 상처의 경중을 따지는 것이 아니다. 우리 시각의 편협함을 반성해 보자는 것이다.

청년세대의 이름이 암울하니 이름을 바꾸어 부르라는 것이 아니다. 연구하고 고민하는 사람들이 청년세대를 들여다보았을 때, 찬란하고 긍정적인 이름을 지을 수밖에 없는 존재로 성장시킬 수 있는 토대로 사회를 재구성해야 한다. 사회는 아비로서 청년세대를 성장시켜야 하는 토대가 되어야 한다. 더 이상 쓰레기통 속에서 피어난 장미를 예찬하거나, 개천에서 날아오르는 용을 우러러보면서 교육과 훈육의 기준으로 삼아 몰아세우지 말자. 장미는 쓰레기통 보다 비옥한 토양에서 더 잘 자란다.

윤성호 동서대학교 사회복지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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