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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줌마칼럼] 속 불편한 모임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5-12-23 18:48:30
  •  |   본지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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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그저 맘 편한 사람들끼리 얼굴이나 보자던 모임이었다. 가끔 모여서 사는 이야기 나누고 속에 담은 이야기 풀어내며 팍팍한 인생사정이나 느껴 보자는 단순한 생각이었다. 마음 맞는 아줌마들 몇이 모였고 어디에도 하소연하지 못했던 애끓는 속풀이를 서로 내놓기 시작했다. 속앓이를 섞어내는 자리에 수다 떠는 맛이 보태지면서 사람 수가 불어났다. 너댓이 대여섯이 되고 그게 또 아홉이 되고 열을 넘어가면서 모임은 제법 덩치가 커져 갔다. 오래지 않아 열다섯이 되었다.

회장이랄 것도 없었고 회비랄 것도 없었다. 모이는 숫자대로 N분의 1하여 밥값을 쪼개내면 그만이었고 어쩌다 좋은 일이 있거나 자랑할 일이 생긴 사람이 차 한잔씩 돌리면 그만이었다. 그랬던 모임이 덩치가 불어나면서 야유회나 연극관람처럼 같이 하는 일이 도모되었다. 할 일이 늘어나니 회장과 총무는 물론 돈도 필요했다. 결국 회비란 걸 걷기 시작했다. 그런데 모임이 모양새를 갖춰갈수록 뒷말이 많아졌다. 그저 얼굴이나 보자던 단순한 계산이 생각지 못한 방향으로 흐트러지고 있었다. 너댓이 움직일 때는 다같이 알고 처리하던 일들이 몇만 아는 일로 끝나기도 했고 연락할 시간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회장의 단독 처리가 늘어갔다. 상황은 오해를 거듭하며 갈등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결국 서넛씩 갈라져 수근거림이 늘어갔다.

모임은 여전히 존재하지만 예전의 모임이 아니다. 맘 편한 사람들끼리 얼굴이나 보자던 즐거운 모임은 불편한 모임이 되어 '모임'이 아니라 '흩어짐'이 되고 말았다. 사람은 모이는데 마음은 흩어지는 아이러니 속에서 불편하고 뒷탈 많은 모임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동네 아줌마들 모임 하나도 이럴진대 개인적 목표가 각기 다른 큰 모임이야 더 말해 무엇하랴. 서로의 진실 공방으로 산통이 깨지기도 한다.

12월, 각종 모임으로 송년회가 연일 이어진다. 올 한해 이어온 이러저러한 연분을 정리하고자 사람들이 모이고 있다. 사람이 모인다는 것은 제 각기 할 말이 늘어난다는 것이며, 이는 다른 생각이 모인다는 의미다. 겁나고 두렵다. 다른 생각을 한 방향으로 줄 세우는 일이란 말처럼 쉽지 않다. 나이 들수록 사람 모이는 곳이 두렵다.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 틈바구니에서 서로의 눈치를 조율하며 상처받지 않고 자신을 지켜간다는 것이 얼마나 고된 일인지 깨닫고 있기 때문이다.

불편한 모임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가요 한 대목에 마음이 서글퍼진다. 윤도현의 '가을 우체국 앞에서'. 지난 겨울 눈보라에도 우뚝 서 있는 나무들 같이/하늘 아래 모든 것이 저 홀로 설 수 있을까…'. 갑자기 궁금했다. 하늘 아래 저 홀로 설 수 있는 것들이 무엇일까? 눈보라 속에 우뚝 선 것처럼 보이는 나무조차도 든든한 땅의 격려가 없다면 결코 홀로 설 수 없을 것이다. 나무도 그럴진대 하물며 사회적 동물인 인간이야 더할 것 아닌가. 동네 아줌마들의 소소한 모임마저도 불편해지는 현실을 마주하며 세상사 시끄러운 잡음들에 안타까운 탄식이 절로 나온다. 사람이라서 당당하다가도, 사람이라서 참 서글퍼진다.

유정임 FM 90.5 부산영어방송 편성제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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