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줌마칼럼] 고된 재롱훈련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6-02-03 19:01:31
  •  |   본지 19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사촌동생의 늦둥이 딸은 이제 만 6살이다. 오랜만에 모인 가족들이 어린아이를 에워싸고 즐거움이 가득하다. 이거 해 봐라! 저거 해 봐라! 가족들의 주문에 조막만한 손을 흔들며 아이는 재롱을 부리고 있다. 그러다가 흥이 올랐는지 재롱잔치에서 했던 춤을 보여 주겠다며 제 엄마더러 음악을 틀어달란다. 스마트 폰에서 흘러나오는 댄스음악에 맞춰 어린아이의 몸짓이 현란하다. 지난 12월에 있었던 재롱잔치를 위해 가을부터 석달 내내 연습을 했다는 춤. 어른인 나도 외우기 힘든 동작을 시킨다고 고분고분 해냈다 싶으니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워낙 흥이 많은 아이라 매일 연습까지 했다는데 돌이켜 생각하니 타고난 몸치에 춤이 싫었던 아이들은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았을까 문득 다른 생각이 일어난다.

청주에서 제일 비싸다는 한 사립유치원에서 재롱잔치 음악제를 준비하던 어린아이들이 제대로 연습을 못한다 하여 교사가 장구를 빼앗아 바닥에 패대기를 치고 아이의 얼굴 앞에서 고성을 지르는 사건이 터졌다. 화려한 재롱잔치로 정평이 나 있다는 유치원에서 벌어진 사건을 두고 재롱잔치가 재롱훈련이었을지 모른다는 엄마들이 걱정이 터져나오자 유치원은 몇몇 엄마들의 지나친 극성이 사건을 키우고 있다고 반박했다. 재롱잔치를 준비하는 계절이면 교사들도 부담스러웠다고 속앓이를 털어냈다. 말 안듣는 아이들까지 연습시켜 부모 앞에서 제대로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감에 자신들도 힘들었다는 얘기다. 서로 할 말이 많다.

유아교육 전문가들은 부당하게 대접받는 친구들을 보면서도 두려워 아무 소리 못하고 연습에 몰두해야 했던 아이들의 공포는 큰 문제라고 강조했다. 나만 잘하면 된다는 또 다른 이기심이 난처한 상황에 놓인 친구를 외면하게 만들었다면 이 또한 무시할 수 없는 문제라는 지적했다.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이런 재롱훈련을 도대체 왜 무엇 때문에 해야 하는 것일까? 그것에 열광하고 환호하며 대견해했던 나도 예외는 아니어서 갑자기 공범이 된 죄스러움이 밀려왔다.

내 아이들이 어렸을때도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 해마다 재롱잔치라는 것을 했다. 대여섯살 아이들이 음악에 맞춰 흐트러짐 없는 행동으로 율동을 척척 해내며 '만들어진 재롱'을 보면서 나 역시 얼마나 흐뭇해했던가. 앙증맞게 움직이는 물샐틈없는 그 질서(?)앞에서 감동이 샘솟기도 했다. 다들 하니까 하는 수 없이 억지로 움직였을지도 모를 그 스트레스는 단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몇 년 전, 한국 아이들과 외국 아이들이 함께하는 오케스트라를 꾸려보고자 움직였던 일이 있다. 다양한 나라의 아이들이 모였는데 연습 일정을 맞추는 일부터 난항이었다. 제대로 연주를 보여주려면 매주 모여 연습해야 한다 했더니 전문 연주자도 아닌 아이들에게 강도 높은 연습은 무리라고 반대해 결국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그 후 한 외국인학교 어린이 오케스트라 연주회에 초대되어 갔다가 다소 엉성한 연주솜씨에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데 관객석에 앉은 부모들의 열화와 같은 환호에 주눅이 들고 만 일이 벌어졌다. 그저 그런 솜씨의 연주를 끝내고도 아이들은 자랑스럽게 들떠있었다. 지휘자가 물었다."우린 전문연주자가 아닙니다. 그냥 행복하게 연주했어요. 즐거우셨나요?" 우레와 같은 환호와 박수가 강당을 메웠다.

누구를 위해 우리는 재롱을 준비하는가? 지켜보는 부모? 시키는 교사? 시즌이 오면 아이들은 여전히 시키는대로 연습에 몰입한다. 재롱을 떨기 위한 재롱 훈련을.

유정임 FM 90. 5 부산영어방송 편성제작국장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오늘이슈

 많이 본 뉴스RSS

  1. 1부산에 엔비디아 전용 생산라인 선다(종합)
  2. 2전국 언론인 청와대 앞 집결…“국제신문 대주주 엄벌” 촉구
  3. 3되돌아와 수로 출구 앞에서 맴도는 부캉이
  4. 4부산 재정자립도 1위 강서구, 생활임금 도입 나홀로 거부
  5. 5공공 건설현장인데…추락 안전망 없고 감독 태만 부지기수
  6. 6북극항로 개척자 “유빙·극한환경서 새 희망 봤다”
  7. 7종합 6위 부산, 고른 활약에도 아쉬움
  8. 8오늘의 날씨- 2026년 10월 23일
  9. 9로그인 없이 서버장악 가능…전 세계 ‘PHP’ 보안 비상
  10. 10가덕 공사비 증액 ‘강제’ 아닌 ‘권고’…법개정 정부 초안 논란
  1. 1가덕 공사비 증액 ‘강제’ 아닌 ‘권고’…법개정 정부 초안 논란
  2. 2北 “국경선 확성기 외 새 대응수단 대기” 연일 대남 협박(종합)
  3. 3최길수 특별감찰관 청문보고서 채택
  4. 4공소청 첫 국감 ‘李 공소 취소’ 공방…檢 총장 대행 “검토·지시 한 바 없어”
  5. 5금융위원장 "산은 부산 이전 하지 않는 것으로 정리" 파장
  6. 6더 밀릴 수 없다…지지율 위기에 정면돌파 택한 당청
  7. 7김용범·김현지 국감 증인채택 무산
  8. 8[뭐라노]4년에 한 번 올릴 기회…기초의회 의정비 인상 붐
  9. 9김여정 "국경선 새 대응수단 임무대기…확성기도 수일 내 가동"
  10. 10이 대통령 "중수청 지휘감독 포기하는건 탄핵사유" 野 "국무회의 참석하면 밀실지휘 없어지나"
  1. 1부산에 엔비디아 전용 생산라인 선다(종합)
  2. 2북극항로 개척자 “유빙·극한환경서 새 희망 봤다”
  3. 3로그인 없이 서버장악 가능…전 세계 ‘PHP’ 보안 비상
  4. 4부산시대 연 HMM, 올해만 6조원 투자
  5. 5부산 온 인도 구자라트주 대표단, 지역기업과 조선·금융 협력 모색
  6. 6서낙동강 수변입지에 4Bay 구조…실속 갖춘 59㎡ 단일평형 차별화
  7. 7[한 손 뉴스] 낙상·실종 막는 ‘스마트신발’…부산TP, 노약자 지원 확대
  8. 8흑백요리사 셰프, 국내산 수산물 해외 홍보 나섰다
  9. 9부산건설사·대기업, 상생협력 머리 맞댄다
  10. 10한은 기준금리 3% 동결…긴축 유지, 속도조절 속 내달 다시 인상 가능성(종합)
  1. 1전국 언론인 청와대 앞 집결…“국제신문 대주주 엄벌” 촉구
  2. 2되돌아와 수로 출구 앞에서 맴도는 부캉이
  3. 3부산 재정자립도 1위 강서구, 생활임금 도입 나홀로 거부
  4. 4공공 건설현장인데…추락 안전망 없고 감독 태만 부지기수
  5. 5오늘의 날씨- 2026년 10월 23일
  6. 6취임하자마자…도시철 파업 막기 숙제
  7. 7특검팀, 마산합포구선관위 등 투표자수 허위 입력 6곳 추가 확인
  8. 8구조하다 놓친 익수자 숨진 채 발견
  9. 9부산 다문화 고교생 5년새 2배…정작 한국어학급 ‘0’
  10. 10부산청년 취업 등 여전히 팍팍하네 “맞춤형 정보 절실”
  1. 1종합 6위 부산, 고른 활약에도 아쉬움
  2. 2만년 꼴찌 삼성 선두 ‘파란’…前 챔프 KCC 최하위 ‘수모’
  3. 3쇼트트랙 전설 최민정의 마지막 질주
  4. 4‘높이’ 키운 BNK썸, 2년 전 영광 재현 노린다
  5. 5호랑이 발톱 세운 김도영…돌아온 사자 포효 최형우
  6. 6축구협회장 선거, 12월 18일 추진
  7. 7요트 하지민, 레이저급 정상…전국체전 16연패 역사 쓰다
  8. 8부산시설공단 여자핸드볼팀 전국체전 2년 연속 금메달
  9. 9마무리 캠프 코앞인데…롯데 감독·단장 인선 언제쯤
  10. 10유럽 강호 맞서는 김시우·임성재
우리은행
부산 야구장 미래는
“돔? 재건축? 미래가치 따져야” “전문가 주도적 역할 부여를”
부산 야구장 미래는
선수 공간까지 체험하는 돔투어…야구 테마 복합문화시설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