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줌마칼럼] 90세 노모와 19개월 아기의 다른 듯 같은 눈물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6-02-24 18:45:06
  •  |   본지 19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어쩌면 어린 아이들에게 가장 잔인할 수 있을지도 모를 난처한 질문을 우리는 지금도 재미 삼아 되풀이하곤 한다 "아빠가 좋아? 엄마가 좋아?". 예전 같으면 선택할 수 없는 이 잔인한 질문 앞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눈물만 그렁그렁 맺히는 아이들을 볼 수 있었지만, 눈치 빠른 요즘 아이들은 피해가는 대답을 제대로 알고 있다. "둘 다!" 하고 단번에 말문을 막아버리니 말이다.

세월이 흘러 흘러 그 부모가 노인이 되고 나니 자식들 사이에 이 난처했던 질문이 모습을 바꿔 다시 등장하고 있는 듯 하다. "집에 모실까? 요양원에 모실까?". 얼마 전 휴일 아침. 아침밥을 준비하다가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하는 한 프로그램에 우연히 채널이 돌아갔다. 자신의 생활이라고는 전혀 챙길 틈 없이 가족을 위한 희생을 당연시해 왔던 예전 어르신들. 그러나 이즘의 어르신들은 배움의 끈이 더 길어지고 사는 형편이 나아져서 그런지 참 세련되셨다. 재치 있는 유머와 함께 인생의 진지함도 배울 수 있어 종종 눈을 돌리던 프로그램이었는데 그날 아침의 대화는 이별을 주제로 하고 있었다. 한 어르신께서 마이크를 잡고 울먹인다.

"90세 되신 친정어머니께 치매가 왔어요. 한참을 모시던 며느리도 이제는 힘들다고 손을 들어서 딸인 제가 요양원에 모시고 갔습니다. 치료도 더 전문적으로 잘해 주고 새로운 친구도 많을 거라며 좋다고 하셨는데, 모셔다드리고 막상 제가 오려고 하니 입구에서 절 잡고 그러세요. 나, 말 잘 들을게. 너희들이 하라는 대로 다 할게. 여기 두지 말고 데리고 가면 안될까? 자주 올게요, 하고 돌아서는데… 눈물 흘리던 친정엄마가 눈에 밟혀서 마음이 어찌나 아리던지요." 결국 눈물을 보이고 마는 나이 든 딸의 이야기에 밥상을 차리다 말고 덩달아 식탁에 주저앉아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큰아이가 19개월이 되었을 때 작은 아이가 태어났다. 연년생 남자아이 둘을 키우며 직장생활을 병행하고 대학원 공부까지 하려니 삶이 너무 버거웠다. 돌아서면 쏟아지는 일거리와 살림살이. 연년생 두 아이를 한꺼번에 돌보는 건 아이를 키워주시던 아주머니께도 쉽지 않은 일이었다. 결국 만 두 살도 되지 않은 생후 19개월 큰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기로 결정했다.

내성적이고 말수가 적었던 큰아이는 아침마다 어린이집 앞에 서서 눈물을 흘렸다. 안들어가겠다고 떼라도 쓰면 야단이라도 쳐서 마음의 부담을 덜었을 텐데 말없이 눈물만 주르륵 흘리고는 "눈물 좀 닦아주세요!"하고는 들어가는 일을 반복했다. 아주머니도 남편도 아침마다 더 이상 가슴이 아파 못할 짓이라고 도리질을 쳤다. 새벽방송을 하느라 그 광경을 직접 겪지 못했던 나는 에미니까 그 이야기만 들어도 가슴이 에는 듯했다. 다행히 19개월 큰아이는 그 상황을 묵묵히 견디며 건강하게 자라주었고 어엿한 대학생이 되어 이제는 그 시절 그 이야기를 나름 즐겁게 회상한다. 하지만 에미인 나는 아이의 그 아픈 눈물이 지금도 가슴에 파편처럼 박혀 있다.

모실 상황이 쉽지 않은 가족들보다는 보다 전문적이고 안정적인 요양원이 노모에게는 한결 더 현명한 선택일 수 있음에도 자식들은 그저 자식이라는 이유로 가슴이 먹먹하다. 그래서 항상 결론은 쉽지 않다. 90세 노모와 19개월 아이의 눈물. 눈물은 다르지만 가족이기에 눈물은 같다. 가족이기에 눈물은 더 아프다.

유정임 FM 90. 5 부산영어방송 편성제작국장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5년째 개점휴업 영도 크루즈터미널 어쩌나
  2. 2“차고지 면수는 줄고 요금은 뛰고” 화물노동자 주차난 분통
  3. 321일 부울경 빗방울 떨어져, 22일까지 이어질듯
  4. 420~24살 때 첫 경험 가장 많다
  5. 5모스크바 간 시진핑 “러시아와 세계질서 수호”
  6. 6“우리 입주할 수 있나요” 대우조선건설 회생절차 속 불안감
  7. 7관절염 오인 쉬운 통풍, 평생 관리 안하면 심장·신장까지 위험
  8. 8산은노조 “부산행TF 꾸리자”…전향적 논의? 시간끌기용?
  9. 9눈 충혈되고 가려운 알레르기 결막염…비비지 말고 냉찜질을
  10. 10부산 벚꽃 개화, 102년 관측 이래 가장 일러
  1. 1북한, 상공 800m에서 핵미사일 폭발 실험
  2. 2분산에너지법안 국회 소위 통과…‘지역 차등 전기료’ 탄력
  3. 3‘선거법 개정’ 국회의원 50석 증원案에 與 “절대 불가”
  4. 4민주 “외교참사…박진 사퇴하라” 국힘 “닥치고 반일팔이”
  5. 5상위 0.1% 1인당 30억 넘게 벌어, 하위 20%과 1400배 차이
  6. 6강제동원 해법·근로제 영향, 尹 지지율 36.8%…2주째 ↓
  7. 7살상 극대화 노린 특정고도 기폭실험…미사일 탄두 개발완료 과시
  8. 8부산 정치권 “지역구 18석 지켜라”
  9. 9이재명 거취 두고 ‘文전언’ 파장…친명-비명 아전인수 해석 충돌
  10. 10[뭐라노] 윤 대통령은 왜 한일관계 개선을 서둘렀을까
  1. 15년째 개점휴업 영도 크루즈터미널 어쩌나
  2. 2“우리 입주할 수 있나요” 대우조선건설 회생절차 속 불안감
  3. 3산은노조 “부산행TF 꾸리자”…전향적 논의? 시간끌기용?
  4. 4도심 멀어 크루즈 외면…복합시설 증축 등 유인책 찾아야
  5. 5국토부, 고속열차 다니는 일반 선로 관리 수준 강화
  6. 6‘MZ세대 감각’ C1블루 광고 화제
  7. 7시중은행 과점 깨기 안갯 속으로
  8. 8이순호 예결원 사장 “조직간 화합 위해 노력하겠다”
  9. 9수산식품 수출기업 최대 2억여 원 지원
  10. 10주가지수- 2023년 3월 20일
  1. 1“차고지 면수는 줄고 요금은 뛰고” 화물노동자 주차난 분통
  2. 221일 부울경 빗방울 떨어져, 22일까지 이어질듯
  3. 320~24살 때 첫 경험 가장 많다
  4. 4부산 벚꽃 개화, 102년 관측 이래 가장 일러
  5. 5“공교육 롤모델 남해해성고, 전국 톱3 만들겠다”
  6. 6지구 온도 2100년까지 2.8도 상승, "기회는 아직 있지만 부족"
  7. 7경북 성주 폐기물처리장 화재 10시간째 진화중
  8. 8헌재, ‘검수완박’ 위헌 여부 23일 결론
  9. 9BIE 실사기간동안 '자율 차량 2부제' 시행
  10. 10[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607> 중공과 중국 : 마오가 세운
  1. 1공수 다 되는 김민재…“지금껏 이런 수비수는 없었다”
  2. 2좌완 부족한 롯데? 이태연을 주목해
  3. 31선발 스트레일리, 첫 등판은 ‘글쎄’
  4. 4삼세번 만에 ‘셔틀콕 여왕’ 안세영 시대 열렸다
  5. 5한국계 선수 대니 리, LIV 골프 52억 잭팟
  6. 6한현희 사사구로 와르르…롯데 시범경기 4패째
  7. 7BNK 썸 첫 챔프전 ‘졌지만 잘 싸웠다’
  8. 8아이파크 3골 폭발…‘최강’ 김천 꺾고 무패 행진
  9. 9오현규 ‘환상 헤딩 슛’ 결승골…손흥민, EPL 통산 50호 도움
  10. 1041세 즐라탄, 세리에A 최고령 득점 ‘포효’
우리은행
반우용의 월드컵 원정기
포르투갈전 직관 후기
반우용의 월드컵 원정기
한시간 내 구장 간 이동 가능, 모든 경기 즐길 수 있는 축제
  • 제11회바다식목일
  • 코마린청소년토론대회
  • 제3회코마린 어린이그림공모전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