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줌마칼럼]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춤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6-04-06 18:38:04
  •  |   본지 19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나이 든 사람에게 나이만큼 보인다고 하면 틀린 사실이 아님에도 썩 기분 좋은 이야기는 아니다. 반대로 젊어 보인다는 말은 그저 입에 발린 명명백백한 거짓말임을 알면서도 저절로 기분이 좋아지게 마련이다.

부산의 고령인구 비율이 높다. 나이가 많은 사람, 늙은 사람, 노인층, 실버세대, 노년세대. 따라 붙는 단어마다 그 입장에 놓이고 보면 왠지 달갑지 않을 듯 하다. 일본의 노인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일찌감치 노인진로에 대해 공부하기 위해 일본으로 떠났던 한 연구자를 우연히 알게 됐다. 일본의 여러 대학에서 관련 강의를 하다 그 강의를 부산에까지 이어왔다. 그녀는 오십 중반을 넘겼는데 장년층이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힘이 넘치고 열의가 가득하다.

그녀는 나이 든 세대를 '실버'니 '노인'으로 간단히 정리해서 한물 간 계층으로 취급해 버리고 마는 이 사회에 할 말이 많다고 했다. 사회적 편견이 그들의 힘을 더 빼앗아간다고 못마땅해했다. 돈도 벌지 못해 무기력하고 아프고 일도 없어 '사회적 가치'마저 소멸된 사람마냥 지위를 하락시켜 투명인간 취급하는 사회를 성토했다.

그리고 그녀는 주장한다. 그들이야말로 자신을 위해 남은 시간을 즐겨야 하고 소비해야 하고 남은 미래를 새롭게 설계하는 것으로써 오히려 사회에 기여하는 또 다른 계층으로 탄생되어야 한다고. 그리하여 각자 인생의 이정표를 다시 설정해야 한다고 했다. 그녀는 그래서 '우울한 노년층'이 아니라 '행복한 시니어'라는 이름으로 어르신들의 가치 있는 제2의 인생 운동에 앞장서고 있다.

'시니어'라고 하면 연상되는 단어는 무엇일까? 늙은 사람이 아니라 경험이 가득한 노련한 사람이 더 맞을 듯하다. 영어의 시니어 (senior)는 자신보다 연장자, 즉 상급생을 뜻해 대개 대학에서 4학년을 이른다. 사전적으로는 보통 40~50세를 넘은 어르신을 말한다. 각자의 분야에서 경험 가득한 전문지식으로 사회를 돕고 인생을 관조하며 자신의 인생을 즐길 만한 여유로움을 가진 인생의 선배들. 그들이 시니어다. 한마디로 그들은 인생의 전문가요, 프로다.

시니어라는 단어를 한낱 '늙은 사람'이라고 취급하지 않도록 단어에 대한 감각부터 바꿔야 한다는 그녀에게 60대 시니어들이 활동하는 한 단체를 연결해 주었다. 이 단체는 퇴직 후 사회에 도움이 되는 재능기부를 위해 60대 중심의 시니어들이 모여 있다. 외국인들이 많이 모인 행사에서 궁중한복을 입고 한국의 전통문화를 소개하기도 하는 등 패션쇼로 문화적 기부를 진행하고 있다.

그런 그들이 일년에 한 번쯤은 오롯이 자신들 만을 위한 잔치도 연다는데, 몇 해 전 친정어머니를 여의었다는 이 모임의 회장은 올해 62세다. 부부가 함께 모여 즐겼다는 그 자리에서 그녀는 홀로 남으신 95세의 친정아버지를 위해 빨간색 드레스를 입었다. 정장 차림에 넥타이를 맨 친정아버지에게 반짝이는 빨간색 드레스를 입은 62세 딸이 춤을 청한다. 드라마에나 나올 법한 춤추는 동영상에 짠하게 눈물이 솟아 올랐다.

평생 헌신과 희생만 강조 당해 온 우리 시대의 시니어들. 자식이라는 단어 앞에 한없이 벗어주기만 한 그들이 이제는 스스로의 삶을 다시 입어가야 하리라.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춤을 춘 부녀의 모습 앞에 나는 뜨거운 응원의 갈채를 보냈다.

우리는 안다. 인생사, 누구라도 예외없이 곧 그 자리의 삶에 봉착한다는 사실을.

유정임 FM 90.5 부산영어방송 편성제작국장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부산 금정구·경남 통영시, 정부 인구감소지역 추가(종합)
  2. 2광안리보다 북항 먼저…부캉이가 바꾼 관광지도
  3. 3금융기관 해킹 IP 상당수 ‘세탁용’
  4. 4부산 트리플 환승 요충지, 43층 주거 랜드마크 ‘우뚝’
  5. 5청소년 흡연장 된 사하구청 제2청사 옥상…구, 침입 사실도 몰랐다
  6. 6보일러 배기통 막혀 세입자 참변…法 “집주인 9억 배상”
  7. 7[포토에세이] 국사봉 전망대서 본 옥정호 물안개
  8. 8‘민주항쟁도’ 이철호 작가, 18년 만의 재회
  9. 9신용점수 만점자도 이자 비상…마통 평균금리 5%대 ‘쑥’
  10. 10부울경 산학 기술력으로 누리호 성공 쐈다
  1. 1암살자(들)·北 지뢰 여야 충돌…JYP ‘K-팝 축제 특혜’ 반박(종합)
  2. 2외모·학력차별…민간도 공공도 불공정 채용
  3. 3[2026 국감 브리핑] 자격유지검사 않는 고령운수자 1400명
  4. 4100억대 체임 국제신문 대주주, 국감 증인 채택
  5. 5조희대 “국회·대통령의 제청 간섭은 위헌”(종합)
  6. 6송곳검증 벼르더니…교통·시설公도 싱거웠던 시의회 청문회
  7. 7‘홈플러스 사태’ MBK 김병주, 국감 불출석 “회사 경영 관여 안 해”
  8. 8[속보] 여야, 문체위 국감서 ‘암살자(들)’ 공방…국힘 “감독 나와야” vs 민주 “창작 자유 억압”
  9. 9김정호 “부산·경남 맑은 물 공급을 위해 낙동강 수질개선·취수 다변화 해야”
  10. 10주호영 ‘아시안게임 금메달 병역특례 폐지’ 법안 발의
  1. 1부산 트리플 환승 요충지, 43층 주거 랜드마크 ‘우뚝’
  2. 2신용점수 만점자도 이자 비상…마통 평균금리 5%대 ‘쑥’
  3. 3부울경 산학 기술력으로 누리호 성공 쐈다
  4. 4부산 외국인 관광객 400만 시대…‘머무는 관광’으로 질적 도약 모색
  5. 5누리호 5차 발사…군집위성 5기 모두 교신 성공(종합)
  6. 6SMR 인허가 심사기준 2032년께 마련? 골든타임 놓칠판
  7. 7삼성전자 분기 영업익 ‘100조 시대’ 임박
  8. 8홈플러스, 희망퇴직 돌입…MBK 경영권도 사라져
  9. 9근무시간에 사주 상담…HUG 직원 면직 처분
  10. 10주진모 B·GET 대표 “민관펀드로 K-팝 북항 아레나 조성해 관광수요 창출”
  1. 1부산 금정구·경남 통영시, 정부 인구감소지역 추가(종합)
  2. 2광안리보다 북항 먼저…부캉이가 바꾼 관광지도
  3. 3금융기관 해킹 IP 상당수 ‘세탁용’
  4. 4청소년 흡연장 된 사하구청 제2청사 옥상…구, 침입 사실도 몰랐다
  5. 5보일러 배기통 막혀 세입자 참변…法 “집주인 9억 배상”
  6. 6부산시 내년 생활임금 확정, 시간당 1만2729원…3.7%↑
  7. 7“북항 모빌리티, 원도심 연계해야…환승센터 전면 재설계를”
  8. 8전재수 “사직구장, 야구 중심 생활체육 메카로…북항엔 돔 아레나”
  9. 9농약·고혈압약 등 취수원 오염물질, 부산시 선제 차단
  10. 10부산 초중고에 생성형 AI 보급…사회정서교육 3배로 늘려
  1. 1SON A매치 최다골 대기록에도…뒤숭숭한 韓축구
  2. 2하현승, 계약금 16억에 키움 입단
  3. 3김도영 굳히기냐, 힐리어드·오스틴 뒤집기냐
  4. 4롯데, 6위 탈환 사활…3위 싸움 변수로
  5. 5롯데, KIA에 4-12 패…8회 7실점 ‘와르르’
  6. 6조코비치, 올 첫 우승 눈앞
  7. 7장애인AG 결단식…“金 21개 이상 목표”
  8. 8가을은 놓쳤지만…거인 ‘레·황(레이예스·황성빈)’ 도전은 계속된다
  9. 9“감독님이 먹으라고” 정수진, 내막 폭로…유도회 “선수관리·운영체계 점검” 사과
  10. 10레이예스 200안타 달성에도…롯데, 두산에 4안타 그치며 패배
우리은행
부산 야구장 미래는
경기 7시간 전 입장해 쇼핑·식사…종일 즐기는 교세라돔
부산 야구장 미래는
야구 없는 날에도 팬·관광객 북적…도쿄돔 일대는 미니도시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