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낚시의 꽃이라면 뭐니뭐니해도 감성돔 낚시라고 할 수 있다. 감성돔은 아무나 잡을 수 있는 고기가 아니다. 생각하고 낚시를 하지 않으면 만날 수 없는 고기다. 감성돔은 경계심이 워낙 강해 아무 미끼나 물지 않는다. 또 자기가 가는 길이 아니면 가지 않는다. 따라서 감성돔을 만나려면 조류의 흐름과 물때, 물색 등 데이터에 근거해 낚시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한 낚시꾼이 해안에서 감성돔을 잡기 위해 밑밥을 던지고 있다.

가을은 감성돔 낚시의 계절이다. 가을에 감성돔 낚시가 가장 많이 이루어지는 것은 겨울을 나기 위해 준비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이 시기에는 수중여 부근에 머물던 감성돔들이 무리 지어 갯바위 가장자리로 몰려와 먹이활동을 한다. 한낮에는 갯바위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 새벽이나 해 질 무렵 갯바위 가장자리로 접근할 확률이 가장 높다.

감성돔은 철저히 밑밥으로 유인해야 한다. 밑밥의 비중과 침강 속도 등을 잘 고려해 밑밥을 운용해야 한다. 가을은 감성돔의 먹성이 아주 좋다. 따라서 미끼는 크릴이 가장 무난하다. 그러나 잡어의 성화가 심한 게 문제다. 아무리 많은 양의 밑밥을 사용해 감성돔의 무리를 갯바위 가장자리로 불러 모은다고 해도 잡어들까지 모여들면 감성돔 얼굴 보기가 예사 어렵지 않다.

이런 경우에는 잡어의 등쌀에 견딜 수 있는 미끼를 사용해야 한다. 통상 쏙이나 작은 게를 많이 사용한다. 갯바위나 모래사장에 많이 서식하는 엄지 손톱만한 게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이런 미끼는 잡어가 쉽게 입질을 하지 않는다. 설사 입질을 한다 해도 낚시바늘에 그대로 달려 있어 꾼들이 공략하기 위한 수심대까지 도달하는 경우가 많다.

감성돔 낚시의 매력은 진한 손맛에 있다. 천천히 흐르던 찌가 스물스물 수면 아래로 잠기기 시작하면 성급한 꾼들은 챔질부터 먼저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십중팔구는 걸려들지 않는다. 찌가 수면 아래로 서서히 잠기기 시작하면 감성돔이 입술로 미끼를 물고 먹을까 말까 망설이는 순간이다. 찌가 완전히 보이지 않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가볍게 챔질을 하면 걸려들 확률이 높다.

찌가 잠기는 시각적인 효과, 챔질 후 먼바다로 달려나가는 폭발적인 저항, 꾼과의 밀고 당기는 한판승부, 감성돔을 끌어냈을 때의 기쁨. 이 모든 것이 하나의 작품이라고 해도 하등 손색이 없는 낚시가 감성돔낚시다. 1년 중 가을이 감성돔을 만나기 가장 쉬운 계절이다. 겨울이면 더 멀리, 더 깊은 곳으로 이동하고, 봄에는 산란을 앞둔 시기라 예민해져 만나기가 쉽지 않다. 여름이면 고수온에 위축돼 감성돔의 입질을 받기가 더더욱 어려워진다. 이처럼 계절적인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물고기가 감성돔이다.

박춘식·낚시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