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핫핑크 블루 화이트 등
- 색상 화려해지고 디자인도 젊어져

- 클러치 목도리 퍼 볼 등
- 개성있는 액세서리 활용도

- 울샴푸·찬물로 세탁해야
- 털 빠짐 예방할 수 있어

겨울 찬바람을 막아주는 데 가장 효과적인 것은 모피다. 그렇지만 내가 따뜻하자고 동물의 가죽과 털을 뺏는다는 것이 온당한가에 대한 질문에는 금방 답을 내놓기가 어렵다. 게다가 어떤 방식으로 동물의 털을 얻는지 보여주는 동영상을 쉽게 접하게 되면서 아름답고 화려한 진짜 모피가 으스스해 보이기도 한다. 이 타협 지점을 페이크 퍼(Fake Fur) 또는 에코 퍼(Eco Fur), 포 퍼(Faux Fur)라고 불리는 인조 모피가 만들고 있다.

	왼쪽부터 핑크색 퍼로 안감을 댄 트위의 소프트퍼블루종, 원더시스터의 코트, 롱베스트, 스테디움 재킷. 모두 인조 모피로 색상과 촉감이 뛰어나다.

인조모피 브랜드 중 '길트 프리(Guilt Free)'라는 것도 있다. '죄책감 없이'라는 뜻대로 모피의 화려함과 고급스러움은 살리지만, 동물의 생명을 뺏지는 않으므로 마음 부담을 덜고 입을 수 있다. 그만큼 패션에서도 예쁘고 멋진 것에 개념 있는 행동, 의식 있는 소비라는 가치가 더해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인조모피는 화학섬유로 만들기 때문에 다양한 길이와 색상의 털을 만들 수 있다. 길이뿐 아니라 모의 형태도 곱슬거리거나 길게 하거나 두껍거나 얇거나 자유자재다. 아무래도 실제 모피는 염색이나 디자인 면에서 제약이 있다. 이미 형태를 갖춘 동물의 털을 재가공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페이크 퍼 제품은 핫핑크부터 화이트, 그린, 옐로 등 화려한 색상을 선보이고 있다. 마찬가지로 디자인도 다양하다. 이전의 모피코트는 부의 상징처럼 받아들여져 길이가 길고 무거워도 인기가 있었다. 그런데 요즘 모피는 전체 길이가 재킷이나 볼레로 수준으로 짧아지고 디자인도 경쾌해졌다.

실제 모피를 소재로 한 옷의 디자인이 20대까지 연령대를 넓혀 겨냥하면서 인조 모피는 더욱 개성을 강조하는 디자인이 많다. 색상도 실제 모피는 전체가 한 색깔이지만 페이크 퍼는 부분별로 색상을 달리해 포인트를 주는 데 전혀 문제가 없다. 다른 색상을 하나의 옷 안에 넣어 경쾌한 느낌을 살리거나 곱슬거리는 인조모와 길이가 긴 것을 한 옷에 섞어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코트 한 벌만 겉옷으로 입는 것보다는 얇은 패딩 위에 페이크 퍼 롱베스트를 겹쳐 입는 연출이 인기가 있다. 모피 코트 하나만으로 멋을 내기보다는 다양하게 패션 소품으로 활용하게 된 것이다.

페이크 퍼는 옷뿐만 아니라 가방이나 목도리 등 액세서리에도 많이 쓰인다. 그중에는 가볍고 편하게 들 수 있는 클러치가 많다. 포근한 느낌과 함께 가격이 저렴해서 들고 다니기에 무리가 없어 좋다. 목도리는 길게 매는 대신 구멍을 내거나 자석을 달아 목에 꼭 맞게 하는 프티 워머같이 제작한다. 이렇게 하면 코트나 패딩과 잘 어울리게 연출할 수 있어 쓰임새가 크다. 가방에 달고 다니는 액세서리로도 많이 활용된다. 오래 매서 지겨운 가방에 화려한 색상의 페이크 퍼 볼을 달아주면 새 가방을 산 듯한 느낌을 낼 수 있다.

	몰리올리의 반려견용 퍼 스웨터(왼쪽)와 투톤 목도리.

무엇보다도 소위 가짜 또는 품질이 떨어진다는 티가 나지 않는 것이 패션피플을 유혹하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다. 털의 촉감이 무척이나 부드럽고 윤기가 있어 인조라는 느낌이 들지 않을 정도다. 게다가 재미있는 것은 소위 짝퉁이라고 하는 위조품에 대한 인식은 나쁘지만 페이크 퍼라면 '저 사람 개념 있는 사람이구나' 하고 멋지게 보는 인식이 생겼다는 것이다.

실제 모피는 될 수 있으면 세탁을 하지 않고 바람이 잘 통하는 그늘에 두는 것이 좋다. 하지만 인조모피는 세탁이나 보관이 진짜 모피보다 훨씬 간단하다. 롯데백화점 광복점 몰리올리 윤사무엘 매니저는 "구매 뒤 첫 세탁을 드라이로 한 다음에는 물세탁이 가능하다는 게 장점이다. 차가운 물에 울샴푸로 세탁을 하면 털 빠짐을 예방할 수 있다"며 "외출 후에는 가볍게 털어서 먼지를 제거한 뒤 브러시로 빗질해 놓으면 풍성한 털을 유지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최영지 기자 jador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