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해진 예산 계획적으로 쓰기
- 어른에게도 쉬운 일 아냐

- 용돈을 군것질·저축·비상금 나눠
- 목적에 맞게 쓰는 연습부터 시작
- 모자란 돈 홈아르바이트로 벌고
- CMA로 모으는 재미도 알게 해

연말은 한 해의 마지막이면서 새해를 준비하는 때다. 더군다나 아이가 처음으로 유치원에 가거나 학교에 입학하는 등의 새로운 시작을 앞둔 부모에게는 남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아이가 자라는 데 따라 학습에 관한 부분은 주변에서 누가 말해주지 않아도 자연히 신경을 쓴다. 하지만 경제교육에 대해선 조금씩 생각이 갈린다. 예전처럼 '아이에게 무슨 돈 이야기냐'며 터부시하지는 않아도 '크면 저절로 다 알게 된다'고 등한시하는 풍조는 여전하다.
그렇지만 아이가 자라서 어른이 되고 더 지나서 생을 마감하게 될 때까지 돈은 제쳐 둘 수 없는 문제다. 그러기에 돈을 어떻게 쓰고 모으고 대해야 하는지를 배워야 한다. 거창하게 들리지만 아이들에게 용돈관리 하는 법을 잘 가르쳐 두면 그 습관이 이어져 성인이 됐을 때 더욱 효율적인 자산관리를 할 수 있다. 유아와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경제교육을 하는 싹티움 경제교육의 김찬호 대표에게 방법을 물었다.

◇ 첫 걸음은 용돈합의서

	BNK 부산은행 금융교육담당 이지혜 계장이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경제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BNK 부산은행 제공

김 대표는 "아이들에게 용돈을 주기 시작하면서 부모들은 용돈 기입장을 쓰라고 한다. 그런데 용돈 기입장을 쓰는 습관은 좋지만 전략과 방법이 없다면 100% 중도에 포기하거나 실패하게 된다"고 잘라 말했다.

우선은 부모와 아이가 용돈 합의서부터 작성해야 한다. 합의서에는 용돈의 범위를 명확히 하는 내용이 반드시 들어가야 한다. 용돈의 기준을 정하는 거다. 용돈은 아이 입장에서 소비하고 싶은 모든 것을 포함한다. 그러므로 군것질할 돈, 비상금, 저축할 돈으로 나눠서 줘야 한다.

용돈을 주는 날짜와 금액도 함께 의논해 정한다. 용돈은 5세 이상의 유아는 2, 3일에 한 번, 초등학교 저학년까지는 1주일 정도가 적당하다. 경제교육을 받은 아이라면 한 달도 괜찮다. 처음에는 일주일로 시작해 점점 기간을 늘려가는 것도 좋다. 초등 3학년인 아이에게 처음으로 경제교육을 할 경우 그 금액과 기간은 일주일에 5000원 정도가 적당하다.


◇ 3단 분리 용돈함 준비

	싹티움 경제교육에서 제시하는 3단 용돈관리함.

합의서 작성 후 용돈을 목적별로 구분해 보관할 수 있는 3단 분리 용돈함이 필요하다. 용돈함은 빈 우유갑 3개를 위쪽을 잘라내고 붙여 만들어도 좋고 나무로 된 연필꽂이통 같은 것을 세 칸으로 나눠 사용해도 무방하다. 중요한 것은 위에 뚜껑이 없이 뚫려 있어야 하고 아이가 손을 넣었다 빼는 데 어려움이 없어야 한다. 한 칸은 군것질, 한 칸은 비상금, 한 칸은 저축, 이런 식으로 칸마다 이름을 붙여야 한다. 김 대표는 "저축할 돈을 용돈에 포함해서 주면 안 된다. 용돈이 1주일에 5000원이라면 저금할 돈 2000원을 따로 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 홈 아르바이트로 충당

실제로 대부분 아이가 실행에 들어간 첫 주 만에 문제에 부딪힌다. 생각보다 돈이 부족해서 화가 나게 된다. 이때 부모가 아이가 수입을 만들 기회를 주어야 한다.

홈 아르바이트라고 부르는 절차를 이용한다. 한 번에 500원 정도가 적당하고 하루에 한 번만 할 수 있게 한다. 가족을 위해서 봉사해야 하는 일, 다 같이 하는 집안일을 나눠 하기 등을 아이가 잘 수행하면 500원을 주는 거다.

단, 자신이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나 성적에 대한 보상이어서는 안 된다. 예를 들어 자신이 자고 일어난 잠자리의 이불을 잘 정돈했다거나 자기 전에 이를 잘 닦았다거나 하는 것은 수입 대상이 안 된다. 집에 애완견이 있다면 강아지와 산책하기, 엄마가 해오던 쓰레기 분리수거 중 가벼운 플라스틱은 아이가 정리해 버리고 오기 정도가 좋다.

이때도 계약서를 써야 한다. 얼마를 줄지, 어떤 일을 대상으로 삼을지를 문서로 다 남겨놓아야 한다. 이런 과정에서 아이는 약속의 중요성을 배우고 돈과 관련된 일을 문서로 만드는 일이 필요하다는 것도 자연스럽게 깨닫게 된다.


◇ CMA 계좌 만들기

김 대표는 이와 함께 증권사 CMA 계좌 만들기를 권했다. 매일 이자가 붙으니까 예금과 이자의 관계를 배우기도 좋고 투자에 대한 개념도 익힐 수 있다는 거다.

아이들이 처음에 용돈을 받아 저축한다고 해도 목적을 정해서 하기는 쉽지가 않다. 그런데 이렇게 돈이 불어나는 것을 보면 목적이 있는 저축을 할 수 있다.

매주 5000원의 군것질용 용돈과 저축 2000원을 받는 3학년 남자아이가 2만5000원짜리 게임 타이틀을 갖고 싶어 한다고 가정해 보자. 저축금에 손을 대지 않고 오롯이 모으면 석 달이면 원하는 것을 가질 수 있다. 군것질을 좀 줄이면 두 달이면 가능할 수도 있다.

이러면 아이가 소비 계획과 절제를 저절로 익히게 된다. 물품의 가격이 너무 비싸다면 부모가 저축금을 정해주고 그것만큼 달성하면 나머지를 내주는 매칭펀드 방식을 쓸 수도 있다.

이렇게 계획적인 소비를 습관으로 익히면 어른이 되어서도 자연스러운 일이 된다. 게다가 스스로 계획하고 달성해본 경험에 따라 자연스럽게 독립심도 생긴다.


◇ 가정서부터 경제교육

BNK부산은행 금융소비자보호부 금융교육 담당 이지혜 계장은 "유대인들은 13살에 성인식을 치르면서 친척들에게 축하금을 받는다. 한국으로 치면 초등 6학년인데 이 돈을 어떻게 불릴지, 적금이나 펀드에 넣을지 등을 부모와 상의한다"고 했다. 이 돈을 활용해 자신의 미래에 대해서 생각하는 기회를 가지는 것이다. 이 계장은 "아이들은 용돈을 쓰는 돈, 푼돈 정도로 생각한다. 하지만 잘 모아두면 그 돈으로 창업하거나 자신의 꿈에 도움이 되게 이용할 수도 있는데 그런 생각조차 없는 아이와 준비된 아이와는 출발점이 다르다"며 가정에서 경제교육에 좀더 관심을 기울일 것을 부탁했다.

최영지 기자 jador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