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 여교사와 부도덕한 관계인
- 고등학생 발레 특기생 재하 역

- "맡은 발레리노 역할 충실하려
- 한 달 넘게 매일 12시간씩 연습
- 감독님이 성인 연기 원치 않아
- 어른처럼 대사하면 무조건 NG"

충무로에 오랜만에 거물급 신인 배우가 등장했다. 2017년 첫 한국영화인 '여교사'(4일 개봉)에서 두 여교사 사이에서 위태로운 관계를 이어가는 고등학생 재하를 연기한 이원근은 소년 같은 얼굴에서 자연스럽게 표현되는 떨림이 아주 매력적인 배우다.

	영화 '여교사'에서 두 여교사 사이에서 위태로운 관계를 이어가는 고등학생 재하를 연기한 이원근. 이용우 기자 ywlee@kookje.co.kr

'여교사'는 계약직 교사 효주(김하늘)와 그의 정교사 자리를 치고 들어온 이사장의 딸 혜영(유인영), 그리고 둘 사이에서 부도덕한 관계를 이어가는 재하의 이야기를 다룬 치정 멜로드라마다. 로코퀸 김하늘의 파격 변신과 세련된 도시녀 유인영의 당찬 연기가 돋보이는 '여교사'에서 이원근은 순수함으로 포장된 욕망을 신인답지 않은 연기로 압도한다.

이미 '여교사' 이전에 지난 부산국제영화제에서 KNN 관객상을 받은 '환절기'와 김기덕 감독의 '그물', tvN 드라마 '굿와이프'에서 존재감을 보여준 이원근과 지난 23일 인터뷰를 했다.

-그간 영화나 드라마에서 외로운 인물을 연기해서 낯을 가릴 줄 알았는데, 무척 밝은 성격인 것 같다.

▶그렇진 않다. 사회 생활하면서는 웃고 수다를 떨지만 가족이나 친구들과 있을 때는 말수도 적고 의사 표현도 잘 하지 않는 편이다. 우울한 노래를 들으면 마음이 편해지고 감성적이 된다.

-그래서인지 '여교사'에서 위태로운 상황에 놓인 재하를 굉장히 잘 표현한다. 섬세한 떨림이 그대로 전해졌다.

▶김태용 감독님이 성인 연기를 하는 것을 원치 않았다. 어설프고 어리숙한 아이가 육체적인 사랑을 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좋겠다고 했다. 성인처럼 대사를 하면 무조건 NG였고, 미세한 떨림이 있어야 OK였다. 그것이 안 나오면 나올 때까지 촬영했다.

-첫 영화였다. 어떻게 출연하게 됐나?

	영화 '여교사'의 한 장면. 필라멘트픽쳐스 제공

▶2015년 여름 오디션을 보고 캐스팅됐다. 오디션에 신고 갈 양말이 없어서 알록달록한 것을 신고 갔는데 김 감독님이 재하가 꾸미거나 완벽하지 않은 캐릭터라 그런 양말을 신은 저와 어울릴 것 같았다고 하셨다.

-농도 짙은 베드신이 있어서 부담스러웠을 것 같은데.

▶베드신에 대한 걱정은 하지 않았다. 김하늘, 유인영 선배님에 대해 선·후배 이전에 남자 대 여자로 생각하려고 했다. 제가 부끄러워하면 선배님들도 부끄러워할 것 같아서 당당하게 임했다. 어려웠던 것은 베드신보다 두 여교사 사이에 놓인 재하의 묘한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었다. 효주를 바라볼 때는 이야기 전개상 웃을 때도 복선을 주는 표정을 지어야 했다. 그것이 쉽지 않았다.

-재하가 발레특기생이라 멋진 발레를 보여준다. 연습을 많이 했나.

▶한 달 넘게 매일 12시간씩 연습했다. 발레가 단시간 내에 배울 수 있는 것이 아닌데, 그래도 발레 장면에서 상반신은 제 모습이다. 무리한 훈련 스케줄이었음에도 저와 함께 노력해주신 이경희 선생님께 감사한다.

-배우는 어떻게 시작하게 됐는가?

▶스무 살 초겨울쯤에 길거리 캐스팅이 됐다. 당시 사기 치는 기획사가 많아 의심했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2년 후 드라마 '해를 품은 달'에 운의 어린 시절 역으로 데뷔했다.

-지금 스물여섯 살이니까 데뷔에 비해 늦게 조명을 받은 편이다. 특히 '해를 품은 달'의 배우들이 다 잘 되지 않았나.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이제 스물여섯 살이니까 모자람을 하나씩 채워나갈 시간이 많다고 생각한다. 배우는 것이 고통스럽고 슬프기도 하지만 그것을 발판으로 성장할 수 있는 것이 좋다.

이원 기자 latehop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