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약밀수 담당하는 조직 실세 역
- 임시완과 호흡 맞춘 '버디 무비'

- "스타일리시 한 액션 장르 맞게
- 수트 입고 촬영…너무 어색해
- '옷빨' 위해 팔·가슴 근육도 키워
- '박하사탕' 이후 2번째 칸 나들이
- 처음과 느낌 다를 듯…기분 좋아"

지난 20년 가까이 액션, 드라마, 로맨스, 코미디, 재난 블록버스터 등 다양한 작품에 출연한 설경구가 거친 남자들의 이야기를 다룬 느와르 영화로 돌아온다. 오는 17일(현지시각) 프랑스 칸에서 개막하는 제70회 칸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된 '불한당:나쁜 놈들의 세상'(17일 개봉, 이하 '불한당')에서 조직의 마약 밀수를 담당하는 실세로, 잔인한 승부 근성을 가진 남자 재호 역을 맡은 것이다. 재호는 교도소에 마약 수사를 위해 위장 잠입한 형사 현수(임시완)를 만나 우정을 나누게 되고, 현수가 출소하자 의기투합해서 조직의 실세가 된다.

	영화 '불한당:나쁜 놈들의 세상'에서 설경구는 조직의 마약 밀수를 담당하는 실세로, 잔인한 승부 근성의 재호 역을 맡았다.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칸 초청과 함께 전 세계 85개국 선판매를 기록한 '불한당'은 한국 범죄영화와 홍콩 느와르 영화의 정서가 뒤섞인 가운데 감각적인 영상이 독특한 느낌을 주며 새로운 스타일의 범죄 액션 영화의 탄생을 예고한다. 특히 더블 버튼 수트에 포마드를 바른 헤어스타일로 껄렁하지만 잔인한 승부 근성을 보여주는 설경구는 이제껏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연기를 보여준다. 새로운 스타일의 범죄 액션 영화로 돌아온 설경구와 오랜만에 칸의 레드카펫을 밟게 된 소감과 영화 '불한당'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칸영화제 초청 소식을 듣고 기분이 어땠나?

	'불한당:나쁜 놈들의 세상'은 교도소에서 의리를 나눈 재호(설경구)와 현수(임시완)가 사회로 나와 조직의 실세가 되는 과정을 그린 범죄 액션 영화다. CJ엔터테인먼트 제공

▶무척 기분이 좋았다. '박하사탕'(2000) 이후 17년 만에 칸에 간다. 솔직히 '박하사탕' 때는 하도 정신이 없어서 메인 상영관인 뤼미에르 극장과 선상 파티만 기억난다. 당시에는 별생각이 없었는데 나이가 들면서 소중했다는 생각이 든다. 칸의 레드카펫을 밟는 것이 얼마나 영광인가. 그런데 생각지도 않았던 '불한당'이 초청을 받아 당황하면서도 '뭐지?' 했다. '범죄 액션 영화도 받아주네' 라며 무척 좋아했다.

-'불한당'에 함께 출연한 임시완 씨는 처음 칸의 레드카펫을 밟게 됐는데, 어떤 이야기를 하던가?

▶아마 제가 처음 '박하사탕'으로 칸에 초청됐을 때의 심정일 것 같다. 많이 알려달라고 하는데, 제가 처음 칸 레드카펫을 밟았을 때 어리바리했던 모습보다는 훨씬 나을 것이다. 워낙에 쇼맨십이 몸에 배어 있는 친구라.

-'불한당'은 감옥 이야기가 전반부에 있고, 한국영화에서 많이 본 범죄 액션 영화다. 출연 제의를 받고 어떤 생각이 들었나?

▶처음에는 '이 이야기를 또 하려 하는가'라고 생각했다. 또 감옥영화인 '프리즌'이 제작된다는 이야기를 알고 있어서 그 영화와 큰 차이를 못 느끼겠다고 했다. 그런데 변성현 감독이 저를 설득했다. 그와 이야기하면서 새로운 스타일의 영화가 나올 것이라는 믿음이 생겼다.

-촬영 전 변 감독이 재미있는 주문을 했다고 들었다.

▶담담하게 팔뚝과 가슴골을 키워달라고 했다. 벗는 장면도 없는데 왜 그러나 싶었는데, '록키'에서 실베스타 스탤론이 감옥에서 철창을 붙잡고 이야기하는 것 같은 느낌을 찍고 싶다는 것이었다. 게다가 수트를 입었을 때 팔근육의 팽팽함을 느꼈으면 한다고 했다. 결국 설득당했다.

-'불한당'을 보고 왜 칸에 초청받았는지 알겠더라. 느와르의 정서가 있으면서도 만화적인 느낌이 군데군데 묻어 있어 새로웠다.

▶콘티 작업을 할 때부터 믿음을 줬다. 촬영하면서 "이 팀에게 자극받고 배운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변 감독을 비롯해 촬영, 조명, 미술 감독이 젊은 감독들이다. 이들이 정말 치열하게 콘티 작업을 했다. 그래서 콘티가 만화 보는 것처럼 후루룩 넘어갔다.

-상대역으로 임시완 씨와 처음 호흡을 맞췄다. 임시완 씨가 여린 느낌이 있어서 혹시 촬영 전에 걱정되지 않았나.

▶전혀 그런 느낌이 안 들었다. 촬영하면서도 서로의 연기가 잘 붙는다고 생각했다. 개인적으로 '불한당'은 시완이가 맡은 현수의 성장담이라고 생각한다. 게다가 엔딩에서 거친 사나이 모습으로 완성된 현수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미소년의 모습에서 사회에 첫발을 디딘 미생의 모습으로 끝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시완이 캐스팅이 더 설득력을 가졌다.

-재호와 현수의 관계가 후반부에는 서로 사랑한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변 감독이 '불한당' 시나리오를 쓰면서 '로미오와 줄리엣'과 멜로영화들을 참고했다는 말을 나중에 들었는데, 그 말을 촬영 전에 안 듣기를 잘했다고 생각한다. 그러면 연기하면서 너무 많이 생각했을 것 같다.

-이전에 임시완 씨를 만났을 때 "설경구 선배님이 촬영현장에서 무척 편하게 해주셨다"라고 하더라. 어떻게 잘 해줬는가?

▶시완이뿐만 아니라 촬영장에서 모든 배우에게 편안하게 대한다. 카리스마가 없는 배우라.(웃음) 앞서 '불한당'이 현수의 성장담이라고 했는데, '맑은 청년' 임시완의 성장담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 앞으로 한참 가야 하는 배우의 성장담인 것이다. 시완이는 정말 열심히 했고, 잘했다. 촬영 전에 시완이가 감정을 잡을 때는 '시완 존'이 있어 그 근처에 가지 않고 다들 조심했다.

-수트 차림을 무척 어색해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이번에 교도소에서 출소한 이후 계속 수트 차림과 올백머리 스타일이었다.

▶처음에는 너무 어색해서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 헤어스타일은 좀 지나서야 익숙해졌다. 조폭이 그런 차림을 하니까 정갈해 보이고 괜찮더라.

-50대에 들어섰다. 앞으로 어떤 영화를 하고 싶은가?

▶먼저 관객분들이 '불한당'을 보고 여운이 남았으면 좋겠다. 한동안 흥행에 더 신경 쓴 시절이 있었는데, 나이 이야기를 하니까 '박하사탕'처럼 작품이 남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저는 계속 영화를 할 것이고, 오래 기억에 남는 작품을 하고 싶다.

이원 기자 latehope@kookje.co.kr